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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불안 - 폭주하는 걱정을 멈추는 생각 정리 솔루션
닉 트렌턴 지음, 박선영 옮김 / 갤리온 / 2025년 3월
평점 :
평소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는 말을 자주 듣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제목에 이미 위로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과도하게 생각하는 습관은 때때로 불편하고 피곤하지만, 이 책은 그것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생각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깊이와 관찰력을 조명하고, 그것을 삶에 잘 녹여내는 방법을 차분히 이야기한다.
책은 '패닉하고 갇힌 상태'에서 시작해서, '관찰적이고 의도적인 상태'로 나아가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뇌의 구조와 감정 반응, 그리고 습관화된 사고방식에 대한 설명을 간결하고 쉽게 풀어내면서 독자가 자신의 패턴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불안을 진정시키는 기술이나 마음챙김 방법도 소개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가’를 함께 따라가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다그치지 않는 태도다. 어떤 페이지에서도 “이래야 한다”는 강요는 없다. 대신, 지금의 나를 먼저 알아주고, 그 위에 차분히 길을 놓아준다. 마치 “괜찮아, 그렇게 느낄 수도 있어”라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는 것 같다. 저자는 단순한 조언자가 아니라, 같이 걷는 동행자에 가깝다.
본문에 등장하는 질문들도 인상 깊다. '이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내가 두려워하는 건 실제로 일어날 일일까, 아니면 내 해석일까?' 같은 질문들은 읽는 내내 생각을 멈추지 않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복잡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보게 한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독자는 자신의 불안이나 과도한 생각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익숙해진다. 억지로 없애려 하지 않고,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은 매우 사적인 듯하면서도 보편적인 경험이라, 독자가 자신의 속도대로 따라갈 수 있다.
《Wait! I Need to Overthink!》는 빠른 정답을 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불안을 마주한 사람에게 '이렇게 하면 나아질 수 있어'라고 말하기보다, '나도 그랬어, 그리고 이렇게 지나왔어'라고 조용히 이야기해주는 듯한 느낌이 좋다.
과하게 생각하는 성향이 꼭 단점일 필요는 없다는 이 책의 시선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이자 새로운 가능성이다. 복잡한 감정에 휘둘리는 날들이 잦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곁에 두고 천천히 읽어보길 추천한다. 다 읽고 나면, 생각이 줄어들었다기보다는 생각과의 관계가 조금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꽤 단단하고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