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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ㅣ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평점 :
이 책은 특이하게 ‘원안’ 이라는 단어와 함께 <우에다 마코토> 라는 사람의 이름이 있다.
* 작품은 모리미 도미히코(森見登美彦)가 원안을 제공하고, 와카타케 타다시(上田誠)가 각본을 맡은 소설이다.
또 『四畳半神話大系』(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의 후속작 성격을 가지며,
『サマータイムマシン・ブルース』(서머 타임머신 블루스, 2001년 연극 및 영화화된 작품)의 설정을 결합한 형태이다. 결론적으로 두 작품의 크로스오버작품!!
내가 처음 보는건지, 아님 이제사 눈에 뜨인 건지👍👍👍
‘원안’이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작품의 기본적인 설정이나 이야기 구조, 세계관 등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보통 소설가가 아이디어도 글도 다 쓰지만, 이 작품은 원안제공자를 굳이 드러내어, 작품을 한 번 더 보게한다. 일본은 원래 그런가?
한낮의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하숙집에서 사소한 사건이 벌어진다. 선풍기의 리모컨이 망가졌을 뿐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친구들의 계획은 예상 밖으로 흘러간다. 우연히 발견된 타임머신이 그들의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처음엔 간단한 해결책처럼 보인다. 어제의 리모컨을 가져오면 될 뿐이니까. 하지만 시간 여행이란 언제나 예상보다 복잡한 문제를 동반한다.
가볍게 출발한 이야기는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단순한 리모컨 회수를 위해 한 번만 과거로 가려 했던 계획은 점점 여러 번의 시간 여행을 불러오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와 변수가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낸다. 시간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인의 작은 행동이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보여주면서도, 이야기는 여전히 유쾌한 장난처럼 흘러간다. 하지만 겉으로는 가볍게 보이는 이 소동 속에는 묵직한 질문이 숨어 있다.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정말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타임머신을 손에 넣고도 이들이 하는 일은 너무나도 소박하다. 전쟁을 막거나 세상을 구하는 대신, 더운 여름을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야말로 현실적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지만, 대부분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단순한 실수 하나, 지나가는 순간의 작은 행동이 미래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많은 경우,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야기의 재미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에서 비롯된다. 각자 독특한 성격을 가진 친구들이 펼치는 대화는 경쾌하고 위트 넘치며, 그들이 벌이는 소동은 엉뚱하면서도 공감이 간다. 그러나 이 유머 속에는 인간의 본성과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우리는 같은 실수를 하면서도, 결국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나아간다.
타임머신이라는 SF적 장치를 사용하면서도,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인간의 삶이다. 우리는 때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고, 과거를 바꾸고 싶지만, 중요한 건 언제나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느냐다.
이 책은 무더운 여름날, 작은 하숙집에서 벌어진 한바탕 소동을 그리고 있지만, 그 속에는 시간이 흐르더라도 변하지 않는 어떤 진실이 담겨 있다. 순간의 선택이 모여 인생을 이루고, 그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어리숙하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이 따뜻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는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는다.
약간 지붕뚫고 하이킥의 타인머신 에피소드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