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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여름 - 이정명 장편소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5월
평점 :
#부서진여름 #이정명 #장편소설 #은행나무 #은행나무서포터즈3기
주의)잡으면 다 읽어야 잘수 있어요. 내일 중요한 미팅 있으신 분들, 미팅 후에 읽으시길 추천 드립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려요
1. 최근 연인과 헤어지신 분
2. 주식이나 비트코인으로 속이 쓰리신 분
3. 머리복잡한 집안일을 잊고 싶으신 분
읽는 내내 내 눈과 손과 머리 그리고 마음까지 잡고 있었다. 단 한 순간도 나를 놓지 않았다.
등장인물)
한조 : 유명화가, 김수진의 남편, 수인의 동생
수인 : 한조의 형, 수려한 외모, 사법고시 실패 후 법무법인 사무장이 됨.
지수 : 고용인의 딸
해리 : 고용인의 둘째 딸
김수진 : 한조의 아내이자 비서이자 등등. 그녀의 뛰어난 안목과 수완으로 한조를 미술계의 거물로 만든다.
배경음악)
.210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256 브람스 교향곡 3번 2악장
.367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배경) 6월의 어느 여름
인간의 기억은 늘 완벽하지 않다. 기억을 반복해서 기억할수 록 기억은 더욱 논리적으로 변한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이자, 인간 뇌의 기능이다. 인간의 뇌는 자신이 인식하는 기억의 결손을 스스로 보완한다. 그리고 아주 교묘하게 그것을 사실로 인식시킨다.
이야기는 유명화가가 된 한조의 집에서 시작한다. 한조는 이 완벽한 삶에 굉장한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다 어느 날 아내는 사라진다. 마치 모든 것이 계획되어 있듯이...
그는 그 순간 엄마 잃은 아이처럼 어찌 할 줄 모르고, 이리저리 방황하다 그녀의 소설을 발견한다. 그 소설은 소설이나 팩트이며, 팩트이나 또 픽션이었다. 그 소설을 남기고 사라진 아내는 자신을 몰락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기록을 확인해도 기록과 기록 사이에 빈공간은 기록을 본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메워지며, 그 기록의 빈 공간을 아내의 어린 시절 기억의 유추로 메웠다.
모두 스스로의 기억으로 말을 한다. 이야기의 시점이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는 진행되나 그 어느 하나 명확한 것은 없다.
결국 자신도, 자신이 사랑한 사람도 망가뜨리고 끝나는 소설은 여름에서 시작해서 여름으로 끝나고, 여름을 알리는 물에서 죽음을 시작으로 불에서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아직도 이 사건의 살인자가 누구인지,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각자가 각자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갉아 먹는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모두가 피해자고, 모두가 가해자며, 모두가 살인자다. 모든 등장인물은 직간접적으로 가해자며, 살인자며, 모두가 피해자다.
미완성의 인물들이 미완성의 믿음으로 미완성인 기억을 가지고 각자를 부셨다. 스스로 부서지는 지도 모르는 채.
바다는 거칠게 몰아치며 바위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그들은 가혹하게 자신을 몰아대며, 자신의 기억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그들은 파랗게, 발갛게, 하얗게 부서졌다. 그들은 또 다른 우리였다. 우리다.
.9 그 도시 사람들은 그를 잘 알았다. 산책길에서 그를 알아본 노인들은 가벼운 눈인사를 건넸다.
.19 그가 화실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그녀는 온갖 자질구레한 일상사와 잡다한 업무를 도맡았다. (...) 정원사와 가사도우미와 수리공과 비서와 세무사와 대변인과 해결사 역할을 동시에 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120 지금껏 살아온 세계가 멈추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바뀌었다는 것을. 그 세계는 친절하고 따뜻했던 지금까지의 세계와 다르리라는 것을.
.159 하늘은 은빛으로 물들었고 구름이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바람이 회초리처럼 풀들을 한쪽으로 뉘어 잠재웠다.
.233~235 4부로 구성된 소설은 어떤 살인사건을 둘러싼 배신과 복수의 기록이었다.
1부는 두 주인공인 화가와 소녀의 만남과 헤어짐을 그리고 있었다. 20여년 전 살인 사건을 그린 2부는 10쪽 남짓의 짧은 분량임에도 소설 전반에 중요한 플롯을 제공했다. 3부는 화가가 성인이 된 소녀를 다시 만나 재기하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살인자는 4부에 등장했다. 담당형사의 끈질길 추적 끝에 화가가 진범으로 밝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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