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이코노미 - 지상에서 우주로, 부의 판도를 바꾸는 새로운 시장의 탄생
채드 앤더슨 지음, 장용원 옮김, 이기주 감수 / 민음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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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드 앤더슨(Chad Anderson)이 2023년에 출간한 "우주 경제: 우리 생애 최고의 사업 기회를 활용하다"는 급성장하는 우주 산업과 그것의 방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노련한 벤처 투자가이자 스페이스 캐피털(Space Capital)의 설립자인 앤더슨은 투자자, 기업가 및 야심 찬 전문가들이 우주 경제 내의 기회를 탐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

이 책은 우주 경제를 이끄는 주요 분야들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세계 위치 시스템(GPS), 지리 공간 지능, 위성 통신, 상업적인 인간 우주 비행, 그리고 행성 간의 운송. 이들 분야의 혁신적인 잠재력을 설명하면서, 디지털 혁명을 촉발한 인터넷과 유사한 방식으로 우주 경제가 다음의 중요한 기술적, 경제적 발전의 물결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하고, 우주 경제가 혁신과 성장을 위한 비할 데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에 지구에서 행해지는 그 경제책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좋겠다.

또 우주 경제투자 방법과 규제 환경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우주 말만 들었지, 투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우와’를 연신 내 뱉었다. 사업계획서를 쓰는 것도 골머리가 깨지는데, 이 저자는 뭘 먹고 이렇게 까지 하는지...
나와는 완전 결이 다른 사람같았다. (좀... 기분이 이상했다.)

정부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역시 미국이라는 생각과, 우리나라에서도 이게 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니깐 이런 경제가 되는게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외국주식도 사고 파는 마당에 여기 투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뜬 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다가 결국에 손에 뭔가 쥐어준다.

그런데 과연 내 손에 잡힌 이것을 어디로 가져가야할지,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내게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그동안의 경제에 대한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건 맞다.
마치 책은 ‘지구는 너무 좁아’라고 외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주정복을 하는 사람(?) 외계인(?) 아무튼 우주정복을 꿈꾸는 생명체는 나쁜 놈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동안의 만화영화는 전혀 우주경제를 생각하지 않았고, 우주를 단순 공간으로만 보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정복은 다른 별에서만 추진한다고 느꼈는데, 이 책을 보니 지구인이 다른 별을 정복할수 있겠다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어 내용과는 다르게 나름의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상상의 나래가 아니고, ‘아바타’였다.

(중략)

이는 우주 산업이 단순히 민간 부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 부문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우주 경제 내 경력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교육 경로, 필요한 기술, 선도 기업의 네트워킹 및 자리 확보 전략에 대한 지침도 제공한다. 그는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고, 산업의 역동적인 특성에 지속적으로 적응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우주 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스킬셋을 갖추는 것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주 경제"는 주요 기업과 혁신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도 포함하고 있다.

(중략)

또 우주 경제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넘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복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우주 산업의 다양한 측면을 포괄적으로 다루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성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저자의 깊이 있는 분석과 실용적인 조언은 이 책을 우주 경제를 탐색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자료가 될 뿐 아니라, 우주 경제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귀중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이제 우주는 그저 상상이 아닌 완벽한 현실이라고 알려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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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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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되다 ‘샘플북’이다.
이렇게 책이 오면... 진짜... 감질난다.

이 책은 보는 순간 역시 사피엔스와 휴먼카인드가 생각났다.

유발하라리 <사피엔스>는 인간 진화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라는 종의 현재와 미래를 설명하고
뤼트허르 브레흐만 <휴먼 카인드>는 인간본성의 긍정적 측면을 역사적 사례와 사회과학 연구를 통해 설명한다.
이 둘이 서로 상반되는 이야기를 한다고 설명하기도 하는데, 그 부분은 동의 할 수 없다.

사피엔스는 문명의 진화에 대하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문체가 그렇게 보일수 도 있지만 예전에 읽은 느낌으론(기억보다 감정이 더 오래 남으니) 이 책 역시 인간이 선하다고 이야기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저자가 ‘역사학자’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본성과 인간이 만든 문명을 역사학적인 거시적인 시각으로 논의한다.

<인간이 되다>는 어떨까.

인간이 문명을 이룩하고, 역사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생물학’적인 렌즈로 드려다 본다.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이 역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후두덮개, 직립보행, 손가락 10개등의 이야기는 이 정식본에서 반드시 다시 확인해야할 부분이다. 직립보행와 손가락 10이야기는 앞서 이야기한 두 책 중 어디에선가 이야기한 것 같은데... 그때는 문화 문명적인 이야기를 했다면 생물학적으로 접근하니, 훨씬 더 합리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앞에 두 책이 비합리적이란 소리는 아니다. 이 책 역시 사피엔스와 휴먼 카인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책이다.(내가 감히 평가한다면...)

인간이 되다. 이 책은
웅장한 규모의 역사와 현대 세계가 만들어진 과정을 다른 각도에서 탐구하기 위해 쓴 3부작 중 마지막 책이다.

여기서 맨붕와 동시에 희열을 느꼈다.

첫 번째 책은<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지식>
두 번째 책은<오리진_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되다>가 인간을 정의하는 특징과 생물학의 관점에서 인류를 설명한다.

인간의 공격성을 ‘반응성 공격성’은 즉각적인 위협에 대체 충동적으로 분출되는 성급한 반응이고, ‘순행 공격성’은 충동과 감정의 지배를 덜 받는다.
(...)반응성 공격성을 잘 조절하는 한편, 순행 공격성을 아주 능숙하게 발휘 하도록 진화했다. 이렇게 공격성을 이중적 성격을 지닌 현상으로 바라본다면, 인간은 잔인한 동시에 상얀하다고 말하더라도 아무 모순이 없다.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읽고 있음)

이 책 뭐지?

과학책인 듯 인문학 책인 듯 하지만 씹을수록 깊이가 느껴져 짧은 책이라도 허투루 넘기고 싶지 않았다.

책에서 말하는 폭력성, 협력

이 짧은 책을 읽는 동아 읽다가 덮은(어떤 이유인지 기억이 안남) <이기적 유전자>도 생각났다.

📖.36
겉보기에 친척을 위하는 이타적 행동은 공유한 유전자를 전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이다.

사피엔스가 좋았던 분
이기적인 유전자가 좋았던 분
휴먼 카인드가 좋았던 분
우리본성의 선한 천사 가 좋았던 분

강력 추천한다.

생물학적 결함 덩어리 인간이 멸종하지 않고 아직까지 종족이 유지되는지, 진짜 그 이유가 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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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죽는가 - 노화, 수명, 죽음에 관한 새로운 과학
벤키 라마크리슈난 지음,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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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12챕터이다.
시작은 에세이처럼 자신의 이야기, 어떤 과학자의 이야기 등 가볍게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에피소드는 이미 멀리 지나간 뒤고, 난 생물학의 한 가운데 있었다.

인간은 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늘 항상 ‘노화’에 대해선 생각한다.
지금도 죽음은 저 멀리 남의 집 이야기고, 노화는 내 발등에 떨어진 불같다.

왜 늙어야 하나?
어떻게 늙게 되는가?
늙으면 반드시 죽어야 하나?
그렇다면 늙는 것은 무엇이며, 죽음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철학적으로 답변은 원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수치’과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답을 듣고 싶다.

그러니깐 나를 납득시켜달라고!!

이 책을 통해 나는 ‘납득이’를 찾았다. “납득아!!”

(중략)

“잰 누굴 닮아 저러는 거야??”

이런 말을 들은 적 있거나, 한 적 있나? 혹은 속으로 생각이라도....

여성은 평생 500개의 난자를 사용한다. 나머지 24500개의 난자는??? 걸러진다.
여성이 배란하는 약 500여개의 난자는 걸러지고 걸러지고 걸러져서 그 중에 아주 우수한 난자들만이 ‘나는 난자다’라고 표효하면(아랫배를 쥐어 짜며) 나온다.

정자들은?? 무수히~

수정란이 되면 엄마와 아빠가 함께 기여한 생식핵이 상호보완적 패턴의 후성유전적 표식, 즉 각인(imprinting)이라고 하는 패턴으로 작용해 적절한 발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후성유전적 표식이란 원래 가지고 있는 유전적 패턴( 설명서)를 약간 바꿔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엄마와 아빠가 서로 닮지 않았다고 했던 부분은 엄마, 아빠가 원래 가지고 있던 유전 인자와 본인들이 스스로 변형시켜 사용한 유전인자가 섞여서 또 다른 프로그램밍을 한 것이다.

한 단어로 말하면 일명, 돌연변이

나는 역시 엄마, 아빠의 딸이었다.

8시 10분에 일어나서 15분에 나가는 외계에서 온 듯 한 아이도 이젠 빼박 내 새끼다. 내가 납득했잖아.

인간은 세포의 결합체다. 세포가 죽으면 인간이 죽는가? 팔이 떨어지면 그 사람은 죽은 것인가? 책에서는 유전자의 역할과 후성유전적 표식에 대해 설명한다. 엄마와 아빠의 유전 인자가 섞여 새로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며, 이는 돌연변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유전적 설명은 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텔로미어는 DNA의 복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DNA는 이중 나선형으로, 복제를 위해 두 가닥이 떨어져 각각 새로운 DNA를 만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끝부분을 복제하지 못해 새로 만들어지는 가닥이 점점 짧아지게 된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생명 주기를 담당하는데, 짧아지면 노화가 진행되고 결국 세포가 사멸하게 된다.

DNA는 이중 나선형인데, 복제...(중략). 이때!! 텔로미어가 등장한다.

이중 나선!!
선이 두 개가 떨어졌다가 다시 각각의 다른 선과 합체할 때 합체 하는 부분을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109
그는 문득 열차가 앞에 놓인 선로는 복제 할 수 있지만, 바로 아래 놓은 선로는 복제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열차는 선로의 맨 끝에서 출발해 오지 한 방향으로만 달리기 때문에, 열차 바로 아래 있어 복제가 불가능한 부분이 항상 생길 것이다. 이처럼 DNA의 맨 끝을 복제할수 없다면..... 새로 만들어지는 가닥은 언제나 약간 짧을 것이다.

쉽게 말해~
꽈베기를 만들 때 돌돌 말리는 부분을 이중나선이고 복제라고 하면 처음에는 붙어야 하는 부분은 이중고리가 안되는 것이다. 복제가 안되는 것!!

그래서 분열하면(복제하면)할수록 짧아지고, 원래의 주 유전인자를 보호하기 위해 텔로미어~~ 이것이 점점 짧아지게 된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생명기간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이것이 짧아지면, 노화가 진행되고, 이것이 끝나면 세포사멸이 시작된다.

이것은 정상세포다.


암세포는 이와 다르다. 정상세포와 달리 암세포는 무한 증식하며, 자멸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효소를 분비해 혈관을 조절하여 자신의 성장을 지속한다. 텔로미어를 인위적으로 길게 만드는 것은 정상세포를 암세포화할 위험이 있어 노화를 막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책은 생리학이나 면역학 서적이 아니다.
실험과 반박을 거쳐 얻어진 과학적 결과를 저자의 경험과 함께 흥미롭게 풀어낸다. 과학적 내용과 에세이 부분이 교묘하게 섞여 있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저자의 연륜에서 나오는 은근한 잘난척도 귀여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생물학, 진화, 유전학, 화학, 의학 등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여 죽음의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며, 생명의 탄력성과 연장 가능성에 대해 탐구한다.
읽고 또 읽으며 노트 필기를 하고 싶고, 표나 그림으로 도식화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생물학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109
그는 문득 열차가 앞에 놓인 선로는 복제 할 수 있지만, 바로 아래 놓은 선로는 복제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열차는 선로의 맨 끝에서 출발해 오지 한 방향으로만 달리기 때문에, 열차 바로 아래 있어 복제가 불가능한 부분이 항상 생길 것이다. 이처럼 DNA의 맨 끝을 복제할수 없다면..... 새로 만들어지는 가닥은 언제나 약간 짧을 것이다.

📖후성유전적 표식이란 원래 가지고 있는 유전적 패턴( 설명서)를 약간 바꿔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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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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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한국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주인공은 이경.
625한달전에 부(父)가 사망하고, 6.25전쟁의 여파로 집안의 행랑채에 폭탄이 떨어져 거기 숨어 있던 생때같은 오빠 둘을 동시에 잃었다. 그 뒤로 엄마는 회색이 되었다.

“어쩌면 하늘도 무심하시지. 아들들은 몽땅 잡아가시고 계집애만 남겨 놓으셨노”

이 말은 어린 이경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엄마를 사랑하지도 그렇다고 증오하지도 못한 채 살아있는 것이 죄라도 지은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 이후 경의 삶은 회색빛이다.

(중략)

경이가 오빠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혼절한 후 눈을 떴을 때 사루비아가 눈에 들어왔다. 찬란한 젊음을 이야기하는 사루비아는 오빠들을 생각나게 했고,슬프게도 눈을 다시 감았다.

조와 경성호텔..
(중략)

붉은 색은 경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색이되어 버렸고, 회색빛을 가진 엄마를 통해 회색은 점차 증오의 색으로 변한다.

그러던 중 화가 옥희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옥희도는 그런 마음을 정확히 간파하지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경을 뿌리치지 않는다.
(매우 적당히 즐기면서, 매우 적당히 이용하고, 매우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다.) 유부남들은 특히 결정적일 때, 꽁무니를 빼는데, 옥희도 역시 전형적인 유부남이었다.

“사막에서 목마른 자가 신기루나 환각으로 오아시시를 보는 데도 이치가 있을까?”

옥희도는 ‘달과 6펜스’의 순한 스트릭랜드 같았다. 자신의 예술혼을 태우기 위해 경을 뮤즈로 이용했다. 그것도 아주 가늘고 길게.... 적당히 선을 지키면서.. 발뺌할수 있게.

그리고 태수와 직면한 희도는 경에게 이렇게 말한다.

“경아는 나를 사랑하게 아냐. 나를 통해 아버지와 오빠를 환상하고 있었던 것뿐이야”

경아는 희도 아내에 대한 감정에 대해 갈팡질팡하기도 한다. 희도 아내에 대한 마음은 희도에 대한 소유욕의 감정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이 뒤섞여 보인다.

(중략)

희도의 아내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면서도 갑자기 적대적으로 대하는 장면이 경은 감정적으로 힘든 상태처럼 보였고, 누군가(희도가 아니더래도)의 지지를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PTSD같았다. (안걸리는게 이상하다.

희도의 그림에서 나무 그림이 있는데,
희도의 입장에서 보면, 나목(희도)이 바라는 여인 역시 둘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희도가 볼 때, 나무도 잎을 다 떨군채 몸을 움츠릴 때, 여인들은 살기 위해 더 바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또는 나목은 희도를 뜻하거나 혹은 희도의 예술혼을 의미한다.

경을 나목에 빚대어 설명하면, 겨울을 지낸 나목이 지금은 감람을 띄며 점차 본연의 색을 드러내는 것을 설명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경은 드디어 자신의 색을 드러낸다. 코발트 블루
어둡지만 어둡지 않고, 밝지만 밝지 않고, 나름의 중심을 잡는, 그러나 어디에나 있지 않은 색.

그 뒤로 황금빛 은행과 아이가 놓친 붉은 풍선이 마지막 장면이다.
(신호등같다. 🤣)

다시 훑어봐도 경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1939)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떠올랐다.
울지 않는 경. 거짓말하다 자기꾀에 넘어간 경, 사랑 앞에 저돌적인 경, 어리지만, 남자를 다룰줄 아는 경,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는 경.... 이 모든 것이 스칼렛 같았다. 내가 가진 영화의 이미지는 붉은색이고, 붉은색은 태양의 색을 말한다. 그러나 나목의 색은 연두다.

경이 힐링을 얻은 색은 노랑이었는데, 왜 연두색(감람)일까?

경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희도의 아내를 통해, 은행나무를 통해 달랬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마지막에 누운 이불은 연두색이다.
또 은행나무는 노랑색이 되기 전에 연두색을 띈다.
또 나목이 봄이 되어 새싹을 틔울 때는 연두색이다.

경에게 연두는 뿌리이며, 희망이며, 보내줘야 할 과거이며, 과거를 잘 보내고 맞이하게 될 미래를 말하는 것이다.

초록이 무성한 어린시절과
농익은 노오란 중년

그 사이 연두색시절을 무사히 보낸 경에게

‘고생했다’고, ‘애썼다’고, ‘그만하면 잘했다’고

토닥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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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 함정임의 유럽 묘지 기행
함정임 지음 / 현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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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영면(永眠) 작가를 만나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을 가면 그 도시의 묘지를 간다고 한다. 생(生)과 사(死)가 공존하기에.

작가는 생(生)과 사(死)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데, 그 묘지가 모두를 아우르기 때문에 꼭 들린다고 한다. 그리고 이 묘지는 공원같다고 했다. (영상에서도 공원처럼 보였다. )

이 책은 유명 작가들의 묘지를 여행한 묘지여행기다.
장담컨대, 여타의 여행기보다 무척 독특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사랑하는 작가가 있나 하고 책을 볼 것 같다.

죄와 벌에서 그렇게 말을 많이 했던 톨스토이
담배 꽁초가 많을 것 같은 알베르 카뮈
도대체 뭘 말하는지 아직도 알 수 없는 ‘냉무, 병맛’ 체호프
아직도 거론되는 사랑의 형태 보부아르와 사르트르.

등등 묘지를 통해 작가의 삶을 되짚어 본다.

오늘 보부아르와 사르트르가 특별 출현을 많이 하는데, 이 둘이 합장을 한지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뭔 합장까지...

.15~16
그들은 이제 ‘꼼짝없이’ 하나의 묘석 아래 묶여 있게 된 셈이다. 살아생전 경어를 사용했고, 한집에 함께 살지 않았던 사람들인데 말이다. 여행을 가거나 호텔에 방을 얻을 때면 나란히 각자의 방을 얻고, 같은 구역의 각자의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수시로 각자의 연인들을 거느리며 51년간의 독특한 동거 관계를 유지했던 그들이 아닌가. 그런 마당에 사후 그들을 하나의 묘석 아래 묶어놓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누가 보부아르를 거기에 묻었는가. 사르트르를 보내며 썼던 보부아르의 『작별의 의식』은 결국 ‘합일의 의식’을 예고한 것인가.

.25
보부아르는 사르트르가 죽으면 곧바로 따라 죽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남은 사람은 떠난 사람의 생애 마지막을 돌보고, 떠난 뒤의 일을 수습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가지 체력, 정신력, 오랜 세월 존경과 애정으로 다져진 연대감이 필요하다.

.407
도스토옙스키가 비둘기들의 친구가 되어 앉아 있는 국립도서관 앞에 이르러 작가의 동상에 등을 기대고 앉아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여행기인데, 분명 사진도 많고 좋은데, 글이 너무 좋다. 어느 한 부분에서 끊을 수가 없다.

.410
체호프의 소설을 읽은 일은 그가 불러낸 그들과 함께 저마다의 사정(운명)에 대한 답(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답은 구하려고 할수록 찾아지지 않는다. 본질의 속성처럼. 다만, 끌어안고 함께 탄식하고 아파하고, 다독일 뿐이다. 다독임 끝에 누군가는 체념처럼, 또 누군가는 다짐처럼 되뇌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아름답다. 삶이 계속되듯이”

체호프가 이렇게 글을 썼으면 내가 ‘냉무’라고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감히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체호프 보다 글이 훨씬 잘 읽히고, 이해가 쉽다. 뭘 말하려고 하는지도 알겠다.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내가 체호프에 대해 너무 박하게 이야기한 게 아닌가 싶다.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든다. 마음의 문을 열고~

여행에세이들이 참 많다. 그 책들은 수명이 짧다는 게 참 아쉽다. 분명 그 책이 느낌을 가지고 여행을 가면 그 느낌이 안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 나온 장소는 책의 좋은 느낌과 이미지가 있어서 그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좋다, 좋겠다’라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오늘가고, 내일 가도 그 자리 그 느낌 그대로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생애 이야기도, 작가의 묘지를 찾기 위한 작가 일행의 에피소드도 마치 내 일같이 혹은 나의 미래 에피소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책이 크지만,종종 작은 사진이 있어서, 검색해본다는 것이다.

사진은 인터넷에 더 많기도 하겠지라고 생각할순 있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사진 크기가 더욱 아쉽다.

이참에 나도 묘지를 한 번 가고 싶다.
야스나리와 헤르만 그리고 보부아르 묘지!!

죽기전에 한번 가볼수 있을깡?

.407
도스토옙스키가 비둘기들의 친구가 되어 앉아 있는 국립도서관 앞에 이르러 작가의 동상에 등을 기대고 앉아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410
체호프의 소설을 읽은 일은 그가 불러낸 그들과 함께 저마다의 사정(운명)에 대한 답(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답은 구하려고 할수록 찾아지지 않는다. 본질의 속성처럼. 다만, 끌어안고 함께 탄식하고 아파하고, 다독일 뿐이다. 다독임 끝에 누군가는 체념처럼, 또 누군가는 다짐처럼 되뇌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아름답다. 삶이 계속되듯이"

.15~16
그들은 이제 ‘꼼짝없이’ 하나의 묘석 아래 묶여 있게 된 셈이다. 살아생전 경어를 사용했고, 한집에 함께 살지 않았던 사람들인데 말이다. 여행을 가거나 호텔에 방을 얻을 때면 나란히 각자의 방을 얻고, 같은 구역의 각자의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수시로 각자의 연인들을 거느리며 51년간의 독특한 동거 관계를 유지했던 그들이 아닌가. 그런 마당에 사후 그들을 하나의 묘석 아래 묶어놓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누가 보부아르를 거기에 묻었는가. 사르트르를 보내며 썼던 보부아르의 『작별의 의식』은 결국 ‘합일의 의식’을 예고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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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는 사르트르가 죽으면 곧바로 따라 죽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남은 사람은 떠난 사람의 생애 마지막을 돌보고, 떠난 뒤의 일을 수습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가지 체력, 정신력, 오랜 세월 존경과 애정으로 다져진 연대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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