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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공부 - 똑바로 볼수록 더 환해지는 삶에 대하여
박광우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신경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더블보드 의사.
의사보다 ‘의새’라는 단어가 더 익숙해진 지금, 그럼에도, 의사는 고된 직업임을 인정한다. 왜 증원은 반대하는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인간의 본질과 한계를 마주하는 의사의 내면을 탐구하며, 그 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고뇌를 담아낸다. 책은 의사라는 직업이 요구하는 냉철함과 감정의 억제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성찰을 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는 의사로서 살아가는 삶 속에서 자신과 환자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려 노력하며, 이는 때로는 ‘공감의 언어’로, 때로는‘ 냉정한 태도’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단순한 냉담함이 아니라 자신과 환자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로 보인다. 특히, 그가 암 환자라는 사실을 고백하는 순간, 의사라는 역할과 환자로서의 위치가 교차하며 거리를 유지하던 의사가 아닌 환자의 모습으로 자신의 현재 상태를 말한다.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병에 걸린다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책을 통해 환자와 죽음을 마주하는 자신의 자세를 설명하며, 그것이 단지 감정의 억제가 아니라, 고도의 사회적 역할 수행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환자와 그 가족들은 의사에게 차가운 진실을 요구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따뜻한 위로를 기대한다. 이러한 이중적인 요구 속에서 의사는 때로는 감정을 억누르고 때로는 공감의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 과정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그럼에도 작가의 글 곳곳에서 이러한 외로움이 스며 나온다. 특히, 암 환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백하며 외로움과 고립감을 솔직히 드러내는 부분은 독자에게 감정적으로 가장 강렬한 울림을 준다. 병리학적으로 병의 기전을 이해하고, 약물과 치료법을 알고 있어도 환자는 여전히 외롭다. 의사가 병을 앓으면서도 자신을 "환자"로 정의하는 순간, 그 외로움은 한층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책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의사는 환자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고, 그 순간의 무게는 의사의 감정을 억제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죽음이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라, 보호자와 가족의 슬픔, 의료진의 선언, 그리고 장례라는 사회적 절차로 이어지는 시스템 속에서, 작가는 죽음마저 자본주의적 장사로 변모한 현실을 묘사한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죽음에 대한 허무함과 냉혹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모든 것이 시스템과 시장 논리에 의해 관리되는 현대 사회에서, 죽음조차 인간적인 과정이 아닌 관리 대상이 되어버렸다는 점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묘사하면서도 환자와 인간으로서 죽음에 대해 성찰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이며, 작가 역시 이를 솔직히 인정한다. 죽음을 생각하며 삶을 정리하고, 단순하게 살아가려는 태도는 작가가 죽음을 대하는 개인적인 방식이다. 죽음을 앞두고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이 환자들에게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다고 느끼며 아쉬워하지만, 이는 현대 의료 시스템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한정된 시간, 시스템화된 의료 환경 속에서 모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현실은 작가에게 큰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의지와 소망을 버리지 않는다.
책은 단순히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고,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질문한다.
삶을 단순화하고, 필요 없는 물건과 관계를 정리하며, 떠날 준비를 한다는 신애라 씨의 이야기에서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웃으며 떠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죽음을 앞둔 순간,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행복한 기억과 미소가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삶의 정리일 것이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을 다룬 작품으로서, 단순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현재의 삶을 어떻게 더 의미 있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