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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화폐들 그리고 비트코인
홍익희 지음 / 책과삶 / 2025년 12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 때문에 자연스럽게 비트코인 이야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자,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암호화폐 자체가 아니라 화폐라는 개념이 인간 사회 안에서 어떻게 자리를 옮겨 왔는지에 있다는 쪽에 더 가까워 보였다. 비트코인은 결론부에 가까운 위치에 놓여 있었고, 그 앞에는 상당히 긴 화폐의 역사와 맥락이 차분하게 쌓여 있었다.
저자는 화폐를 단순한 교환 수단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이 무엇을 믿어왔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화폐의 형태가 바뀔 때마다 신뢰의 대상 역시 어떻게 이동해 왔는지를 따라간다. 조개껍데기와 금속 화폐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금과 은, 그리고 종이화폐를 거쳐 신용화폐로 이어진다. 이 흐름을 읽다 보면 화폐의 변화가 사회가 커지고, 전쟁과 교역이 반복되고, 국가라는 체계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기존의 화폐는 늘 부족해졌고, 그때마다 새로운 형태가 필요해졌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특히 금본위제 이후의 이야기였다. 금이라는 실물에 묶여 있던 화폐가 국가의 신용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흔히 교과서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것이 도덕적 타락이나 일탈이 아니라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쟁을 치르고 복지를 유지해야 했던 국가에게 금본위제는 더 이상 현실적인 제도가 아니었고, 결국 화폐는 ‘가치가 있는 물질’이 아니라 ‘국가가 보증하는 약속’이 되었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는 과정 역시 같은 맥락에서 다뤄진다. 달러는 단순히 강한 경제 덕분에 선택된 화폐가 아니라, 군사력과 외교, 제도와 금융 시스템이 함께 작동한 결과였다는 점이 반복해서 언급된다. 이 대목을 읽다 보면 화폐가 얼마나 정치적인 산물인지, 그리고 중립적인 존재로 남은 적이 있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비트코인은 이런 긴 역사적 흐름의 끝자락에서 등장한다. 저자는 비트코인을 구원처럼 묘사하지도, 위험한 투기 수단으로만 몰아가지도 않는다. 대신 국가와 중앙은행이라는 기존의 신뢰 구조에 균열이 생긴 지점에서, 사람들이 왜 ‘알고리즘’과 ‘분산 네트워크’라는 낯선 대상에 신뢰를 맡기려 했는지를 설명한다. 이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비트코인은 기술 혁신이라기보다, 신뢰의 귀속처를 다시 이동시키려는 하나의 실험처럼 보이게 된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남은 인상은 의외로 단순했다. 화폐는 언제나 안정적이었던 적이 없었고,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돈 역시 역사 속 수많은 과도기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지금의 화폐 체계가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은 과거의 사람들 역시 반복해 왔던 착각이었고, 그 믿음은 늘 새로운 형태의 화폐 앞에서 흔들려 왔다.
『세상을 바꾼 화폐들 그리고 비트코인』은 화폐가 사회를 어떻게 떠받치고 또 흔들어 왔는지를 차분히 돌아보게 만드는 책에 가까웠다. 돈에 대한 책이지만, 결국 사람과 권력, 신뢰에 대한 이야기로 남았다. 그래서 이 책은 투자서라기보다는 화폐를 통해 사회를 읽어보려는 독자에게 더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트코인을 살까??? 아 돈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