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철학하다 - 삶은 어떻게 글이 되고, 글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이남훈 지음 / 지음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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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본 순간부터 시선을 잡아 끌었다. 내가 좋아하는 철학과글쓰기,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색이 있고, 어떻게 봐도 이쁜 책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어떨까. 상상한 그대로다.


이 책이 가장 설득력 있게 말하는 지점은, 글쓰기가 시작되기 이전의 마음가짐이다.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 먼저 왜 쓰는지, 이 글에서 내가 감당하려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생각이 충분히 익지 않은 상태에서 쓰인 문장은, 아무리 매끄러워도 공허하다는 경고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글은 기술이 아니라 사유의 결과이며, 그 사유는 태도에서 출발한다는 말에 나는 대부분 동의했다.

다만 여기에서 책이 다소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지점이 하나 있다. AI의 등장을 출판계와 글쓰기 세계가 쉽게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는 이 부분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출판계는 늘 새로운 기술을 경계하면서도, 결국 그것을 흡수해왔다. 워드프로세서, 검색엔진, 전자책이 그랬듯 AI 역시 글쓰기의 본질을 대체하기보다는 글을 다루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도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AI의 사용 여부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사유와 책임일 것이다.


책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성급함과 허영을 꼽는다. 잘 보이기 위한 문장, 아는 척하는 표현, 결론을 서둘러 단정하는 태도는 문장에 그대로 묻어난다. 이 대목에서 나는 이 책이 왜 ‘다정한 엄격함’을 지녔다고 느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혼내기보다, 멈춰 서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것은 저자가 ‘~것이다’라는 문장 종결을 분석적 성향의 글쓰기와 연결한 부분이다. 나는 이 해석에도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것이다’는 반드시 분석의 결과라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밀어붙이는 주장형 문장에 더 가깝다고 느껴진다. 이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글은 분석의 여백을 남기기보다, 자신의 판단을 독자에게 명확히 제시하려는 의지가 강한 경우가 많다. 분석과 주장은 겹치기도 하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그 차이를 조금 더 섬세하게 다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이 강조하는 것은, 글을 쓴 뒤에 남는 책임이다.

글은 쓰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히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말처럼, 한 문장 한 문장은 타인의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글쓴이는 자신의 주장과 인용, 침묵과 단정까지도 감당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이 책이 단순한 글쓰기론이 아니라, 지식인의 윤리에 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를 철학하다』는 다정한 책이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쉬운 위로가 아니라, 계속해서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다정함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문장을 잘 쓰고 싶은 마음보다, 함부로 쓰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남는다. 아마도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가장 중요한 글쓰기의 자세일 것이다.


나 오늘 리뷰 괜찮아?? 갑자기 내 리뷰가 이상하게 느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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