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의 네 가지 삶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저자 샨사의 명성을 익히 들었던 바, 언젠가는 시간을 내어 읽어보고 싶었다. 샨사는 1972년에 중국에서 태어나 1990년, 그러니까 천안문사태가 일어난 1989년 이듬해에 프랑스 정부의 장학금으로 프랑스로 건너갔다. 프랑스어를 배운지 8년 만에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샨사의 초기작이라고 하는데, 스토리와 구성, 문장 면에서 작가의 역량을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은 중국에서 죽음과 재탄생을 의미한다는 버드나무를 모티브로 하는 4개의 단편이 하나의 장편을 형성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중국에서 버드나무가 왜 그런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국적 소재를 프랑스어로 쓴 소설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중국적 배경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가 있어서 그런지, 역자의 역량인지 번역도 매끄럽고 잘 읽힌다.

소설에서는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죽음과 환행을 거듭하여 인연을 맺게 되지만 어긋날 수밖에 없는 남녀의 운명이 중국의 역사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재미있는 것은 15세기, 청나라 말기, 1960년대 문화혁명기, 그리고 현대의 홍콩을 배경으로 하는 4개의 에피소드 문체가 에피소드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이다. 중국 시조가 많이 삽입된 첫 번째 에피소드에는 문장 전반에 시의 운율과 여백이 녹아있고, 두 번째 에피소드는 청나라 시대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며, 마지막 두개는 현대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든다. 문체에서 느껴지는 중국적 요소를 작가가 프랑스어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자못 궁금하다. 그게 샨사의 역량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조만간 읽어볼 생각이다.

그런데 샨사는 왜 이런 책을 쓰게 되었을까? 문화혁명기에 태어나 천안문사태 직후에 프랑스로 건너가 정주하여 살게 된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중국 영화를 보다 보면 배우의 표정에서 ‘대국적’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샨사에게서도 유사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바로 드넓은 땅, 오래된 역사, 그 속에서 오랜 세월을 부침을 거치며 살아온 민족에게 각인된 역사의 무게 같은 것이 작가의 피 속에 흐르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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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ulemono 2010-01-2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세기면 명나라 때 아닌가요??

stonewriter 2010-01-2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나라 말기부터 청나라 말기까지 한 일가의 일대기가 배경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