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언어 - 상처받지 않고 외롭지 않게, 아나운서 정용실의 유연한 대화생활
정용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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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박총 작가의 ‘읽기의 말들’을 너무나 즐겁게 읽었었고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이내 잊어버리곤 이 책을 e북으로 읽었는데,
들으면서 이건 ‘듣기의 말들’로선 딱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의 작가인 정용실 아나운서는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얻은, 그리고 자신의 일상에서 얻은 대화의 노하우를 ‘듣기’라고 말한다. 듣기야말로 온 정신과 온 마음을 다하여 행해야 하는 능동적인 활동이라는 것이다.
순간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던 듯 하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땐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걸 구태여 확인하려 하지 않아도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받는 입장에서는 알고 있었음에도 그 ‘듣기’를 상대방에게 실천하는 건 훨씬 더 어려운 영역의 문제인 것 같다.
내가 대화하고 싶은 타이밍이 아니라 상대방이 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보는 것,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호흡과 단어, 표정을 살피는 것. 이 외에도 듣기에서 중요한 항목은 너무나 많음에도 이 두가지 만으로도 이미 지쳐 버리는 어려움.

한동안 베스트셀러였던 말그릇과 유사한 느낌인데
말그릇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대화’에서 내가 해야하는 노력에 대한 것이라면,
이 책은 타인과의 대화에서 특히 ‘듣기’에서, 경청하는 방법에 가깝다.

일주일간 이 책을 읽으며 나를 힘들게 하는 주변인들에게 이런 경청의 자세를 취해보았는데, 확실히 관계는 좋아졌으나 확실히 피로도가 쌓였다. 목요일엔 퇴근해서 집에 온 후 다음날까지 종일 잤다ㅎㅎ.. 모든 말을 흘려듣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늘 적용하기엔 어려울 듯 하다.

p.s. 작가로서 글을 쓰는 능력이나 특별함이 없어서 별은 세개를 준다. 감명 깊은 글귀를 따온 부분이나 유명인에 대한 내용을 쓴 부분이 작가로서는 좀 아쉬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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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음악을 듣는 것에 미쳐 살았다.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는데 하루라도 노래를 듣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시절이었다. 하루종일 노래를 들었다. 야자 시간에는 이어폰 쓰는 것이 금지였는데, 소매쪽으로 이어폰을 빼내어 몰래 듣다 혼난 기억도 난다. 그렇게 혼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또 몰래 듣고 또 혼나고. 어휴. 그 당시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혼내 놓고 보면 또 그러고 있으니....

집에 가면 매일 Mp3의 곡 리스트를 업데이트했다. 홍대병의 증세가 심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인디 가수의 곡을 찾아 들었다. 그렇게 모은 곡이 3만곡이 넘었었다. 그 곡들을 한번 정리할 때마다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항상 기분에 따라 재분류하곤 했다) 그 당시 날 좋아하던 남자 아이가 새벽에 “자?”라고 물으면 나는 자주 “노래 정리해.”라고 답했던 듯 하다.(기억력은 믿을 게 못되지만.) 그리고 그게 낭만이라고 생각했던 풋내기 시절이었다.

아무튼 그렇게나 음악을 사랑했던 나인데, 분명 작년까지도 빌리조엘의 노래를 들으며 출근을 하다가 그 행복한 감정을 표출하지 못해 죽을 것 같았건만! 올해 유난히 그 감정이 느껴지질 않았다. 음악의 힘이 죽어버린 걸까 ㅜㅜ
아니면 내 감성이 말라버린 걸까 ㅠㅠㅠ

그러다 비긴 어게인이라는 예능 프로에서 로이킴이 부르는 피아노맨을 듣다가 ‘아니야, 아니야.’ 하는 마음에 간만에 빌리조엘의 노래를 찾아 들었는데 어휴......ㅠㅠㅠㅠㅠ
그 벅찬 감동이란.....!
어쨌든 그래서 결론은, 음악에 대한 책 3권을 샀다 :)
당분간 메마른 내 감정을 적셔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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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은 없는데요… - 엉뚱한 손님들과 오늘도 평화로운 작은 책방 그런 책은 없는데요
젠 캠벨 지음, 더 브러더스 매클라우드 그림, 노지양 옮김 / 현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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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서점에 찾아오는 황당한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
웬만한 개그 프로그램보다 재밌었다
책보며 피식거리며 웃게된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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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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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세네번을 읽고 간만에 다시 꺼내 읽었다. 이야기가 너무 잘 기억이 나서, 추리하는 마음으로 세세하게 읽어나갔는데 새삼 미스테리한 소설이다.

희미했던 기억이 어느 순간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가하면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완벽하게 잘못 기억했던 순간들이 있다. 언젠가 뇌과학에 대한 책을 읽었을 때(더 브레인이었던 것 같다) 사람에게 가짜 기억을 주입하는 일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를 실험으로 보여준 장면이 있었는데 어찌나 어이가 없을 정도였는지 꽤 충격 받았던 기억이 난다.

책의 원제는 The sense of an ending으로, 오랜 시간을 ‘감을 못잡던’ 토니 웹스터가 잘못된 기억과 과거의 잘못을 알아가며 최종적으로는 모두를 상실한 채 무기력한 상태에서 결말이 나버림을 의미한 게 아닌가 싶다. 제목의 의도가 영 감이 안잡히긴 한다. 그렇다고 한국어 번역으로 만들어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제목도 영 맘에 들지 않는데 어쩐지 한번의 반전을 겪은 후 묘한 기분이 들 때마다 “저 예감도 또 틀리겠지.”라고 생각하게 된 탓이다. 그래서 두번째 반전의 장면에선 약간의 기괴함을 느끼긴 했어도 반전 자체가 충격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인간의 기억이 늘 틀리는 것이라면 역사 또한 사실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역사 선생 ‘조 헌트 영감’과의 수업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사실상 책의 모든 내용이 바로 이 역사 수업 장면에서 함축되어 등장한다.

1)‘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 라는 말이나 (이 문장으로 반스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2)롭슨의 이야기를 가지고 확실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핀의 말이나
3)1차 세계 대전에서 세르비아인 개인의 책임으로 전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말들이 그렇다.

이 일들은 소설 전체의 내용과 대응되는데

1)에이드리언의 죽음은 토니의 부정확한 기억이 사라가 보낸 유산(500파운드와 편지, 핀의 일기장)과 만나 적당한 확신으로 나타나지만
2)핀이 롭슨의 죽음에 대해 말했듯이 핀의 죽음 또한 어떤 일이 사실인지, 왜 핀이 죽었는지에 대해 적당한 확신만 있을 뿐 정확한 이유에 대해 아무 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3)또 핀의 일기장 일부에서 나타난 수식에 의하면 저주의 편지를 보내고 사라를 만나볼 것을 권유한 토니에게 핀이 그 책임을 물으려 한다는 것 또한 그렇다. 핀의 죽음과 사라의 임신이 1차 세계대전이라면 토니는 세르비아인이다. 전쟁의 시작이 세르비아인의 암살로부터 시작되었다면, 전쟁의 책임을 그 개인에게 전가할 수 있는가?

기억의 축적과 망각은 책임을 다른 개인에게 전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문제인데, 그런 점에서 내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자기 검열의 시간을 가지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대로 우리의 예감이 늘 틀리기 때문에, 늘 우리는 감을 못잡기 때문에 더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그것이 승자의 기록인지 패자의 자기기만인지 그저 살아남은 이들의 회고인지를 엄격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책으로 줄리언 반스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 후에 읽은 죽음에 대한 에세이나 시대의 소음이란 책이 영 별로였어서 내가 작가를 잘못 본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여전히 구성이 뛰어나고 이상하게도 요새 시대의 소음에 대한 내용이 머릿 속을 맴돈다. 쇼스타코비치가 엘리베이터에서 캐리어를 가지고 ‘그들’을 기다리던 장면이 자꾸만 생각난다. 역시나 반스는 무거운 공기가 가라앉은 회색빛 정경 혹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장면 묘사의 달인인 것이 분명하다.

책에서 좋은 구절이 너무나 많아서 언젠가 필사를 시도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구절들보다
‘감을 못잡는 앤서니’ , ‘진정한 무지가 갖는 독창성마저 결여된 타입’ 따위의 재치있는 인물 묘사가 더 마음에 든다.
언젠가 더 나이가 들면 또 한 번 꺼내어 읽어볼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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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민정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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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 작가와 김세희 작가의 글이 유독 좋았다.
단편소설은 장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토리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동시에 만족하기가 쉽지 않아서 역량있는 작가들의 작품도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상문학상 수상작도 즐겨 읽지 않는다) 이 책은 좋았다.

소재 자체만 두고 보면 창의적이거나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명확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읽는 내내 감탄했다.

김세희 작가의 글은 소재가 현재를 반영하고 있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고 본다면,
임현 작가의 작품은 오래전부터 문제시하고 있던 소재에 대해(그래서 어찌보면 뻔한 소재인데도) 하나의 사건으로 우리의 생각을 집중시키고 핵심을 찔러내 아프게 만들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전년도에 임현 작가가 수상한 탓에 올해는 박민정 작가에게 대상을 준 게 아닌가 싶다.

임성순 작가의 작품 또한 단편에선 보기 힘든 뛰어난 몰입감으로 읽는 내내 긴장하며 읽었다.
주목할만한 작가들을 발견하여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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