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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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유튜브를 보는 일이 극히 드문데, 언젠가 겨울서점이라는 유튜브를 친구가 추천하여 본 적이 있다. 저런 목소리라면 무슨 말을 해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맑고 또렷한 좋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영상을 가만히 보는 일을 잘 하지 못하는 나는 몇 번 보지 못하고 그 유튜브도 안녕이었는데, 그 유튜버가 책을 냈다하여 읽어보았다.

처음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으레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이 있어 흥미로웠다. 책의 물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나 책에서 오는 기쁨을 이야기하는 것이 공감되어 재밌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조금 불편해졌다. 이렇게 쉽게 리뷰를 남기는 나 또한 오만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작가의 확신이 불편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황희 정승의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라는 마음가짐을 좋아한다. 어렸을 땐 내 것이 다 옳고 내 깨달음만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나고 나니 내가 모르는 세계가 너무나 많더라... 겉으로 보기엔 저 사람이 참 어리석은데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일 때도 있고 겉으로 보기에 존경스러웠던 사람이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썩어빠져있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더라.

나는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지는 않지만 그걸 읽는 사람들이 다른 것을 읽는 사람보다 못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심지어 나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때로는 더 깊은 사유를 가질 수도 있다고 믿는다. 나는 어렸을 때 책 읽는 것을 누구보다도 싫어했고 책을 쓰는 자들은 자기들만의 축제에 갇혀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고 믿었었다. 그런 내가 이렇게 책을 읽게 될 줄 누가 알았으며, 또 이렇게 책을 읽는 내가 되었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지 누가 알 수 있을까. 때로는 놀이터에 앉아 그네를 타고 가까워지는 밤하늘을 보던 어린 시절의 내가 더 깊은 사유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의심을 여전히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자기 계발서를 읽는 사람들을 더 낮은 단계의 사람이라는 듯 서술함은 물론이고 어렵고 정갈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것만이 높은 경지에 있다는 듯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사실 오만함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는데,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이냐에 따라 오만함도 무언가를 깨닫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의 글로 보았을 때 그녀는 아직은, 그런 오만함을 보일 수 있는 경지는 아닌 듯 싶다. 그 점이 이 책의 매력을 깎아먹었다.

작가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당신은 당신이 읽은 것과 쓴 것의 총합이라고 믿는지. 멋지게 포장하여 말하려 쓴 문장은 내려놓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전해주면 좋겠다. 중2병에 걸린 사람 혹은 정말 중2가 아니라면, 그 구절을 읽으면서 오그라든 손가락을 다시 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너무 가혹하게 리뷰를 쓴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악평을 하면서 별점 3개를 준다는 것은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활자를 적는 사람은 그만큼의 책임감과 무게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나 유튜버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라면, 심지어 책에 관해 말하는 사람이 낸 책이라면, 더 많이 정제되고 더 많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글을 썼어야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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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9-11-29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비평글 너무나 반갑네요. 대부분 좋은 점만 쓰느라 비평, 악평은 보기가 힘든데 간만에 시원한 글 읽었습니다.

봄밤 2019-11-30 00:37   좋아요 1 | URL
찐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악평을 보고 자극을 받아 더 좋은 책을 보여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