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23~30)

5월의 책들을 정리하고 보니 열다섯 번의 밤과 낮이 5월의 처음과 끝을 마무리해주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어쩐지 밤으로 시작해 낮으로 끝났다는 사실에 한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5월에 나를 끈덕지게 괴롭혔던 것은 인간 본성의 나약함에 대한 생각들이었는데 그런 생각을 시작하게 만든 건 우리의 어린 아이들이었다. 해가 지날 때마다 집단생활을 이상향으로 그리면서도 그에 포섭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이건 조금 무서운 현상이라고 여겨지는데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성을 더 가지는 쪽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후퇴하는 쪽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어느 누가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는가, 라는 생각 또한 든다. 그간 부모의 보살핌과 친구들과의 놀이 문화를 통해 인간의 사회성을 길러주다가 근 몇 년 사이에 맞벌이 부모가 급격히 늘어나고 놀 대상 또한 스마트폰이 친구를 대체해주면서 억지로 사회성을 만들어주지 않게 되었는데 이러한 현상은 결국엔 자연으로의 회귀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 아니라 철저하게 고립되고 분리된 동물에 가깝지 않을까 라고 혼자 아무 생각 대잔치를 해보았다.

책 목록은 다음과 같다.
23. 열다섯 번의 밤
24. 읽기의 말들
25. 고양이 낸시
26. 실연의 박물관
27.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28. 관능적인 삶
29. WHEN 시간의 심리학
30. 열다섯 번의 낮

추천할만한 책들을 기록해둔다.

#열다섯 번의 밤 그리고 낮(23,30)
나는 책을 읽고도 작가의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데 특히 한국 작가들의 이름은 내 지인들의 이름과 짬뽕되어 어떤 때는 두 작가의 작품을 반대로 쌍을 지어 기억하기도 하고 혹은 열심히 읽어 놓고도 그런 작가가 있었냐며 화들짝 놀란다. 많지 않은 나이인데 금붕어 기억력인 것이다. 그런 내가 신유진 작가의 책(열다섯 번의 밤, 열다섯 번의 낮)을 읽으며 그 이름을 기억하려고 그녀의 이름만 몇 번을 읊조렸다. 같은 쓸쓸함을 느끼며 자라왔으리라고 확신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낭만론적 관점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쓸쓸함을 느끼며 비슷한 상황에서 고독감을 느끼고 끊임없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존재이니까. 그러나 가끔 내가 갖고 있는 그런 나락의 문장들을 슬그머니 꺼내었을 때 내게 “그런 생각도 해?”라고 묻는 지인들이 있는 것을 보면 신유진 작가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건 아주 억지스러운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문장들이 좋다.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한줄기 꽃을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한 동안 작가의 책들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녔다. 구구절절한 설명은 하지 않고 읽어보라고 넌지시 말했다. 아마 친구들은 그 감정선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텍스트는 경험에 기반해 해석되니까. 같은 경험을 공유한 친구들은 나만큼 이 작가를 좋아할 것이다.

#읽기의 말들 (24)
읽기와 관련된 책은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와 이동진의 책을 읽은 후로 읽지 않았었다. 그 책이 나와 너무나 맞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라서 그랬는지 혹은 나와 너무나 다른 소리라서 그랬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독서모임의 책이라서 억지로, 억지로 힘들게 읽었던 기억만 또렷하다. 그리하여 책읽기에 대한 책은 읽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현명한 생각이었다고 믿는다. 책읽기의 방법은 결국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것이니까.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내 편견을 조금 깨주었는데 작가가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나 잘 느껴져서 최소한 이 사람의 꼰대소리라면 들을만 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게 목사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책이었다. 그는 낭만적인 사람이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사람이었고, 내세를 믿는 목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이 삶의 철학적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리고 짧게 쓰여진 글들 하나하나가 그저 책의 분량을 위해 채운 것이 아니라 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삶에 대해 고민한 사람으로써 자신이 고민한 것들을 독자에게도 전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채워진 것 같았다. 이북으로 공짜로 읽었는데 책을 곧 구입할 예정이다.

#고양이 낸시(25)
만화책이다. 얼마만에 만화책을 읽는지 모르겠다. 쥐와 고양이의 이야기가 우리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 좋았다. 우리의 삶 또한 이 책의 낸시를 감싸고 있는 쥐들의 모습처럼 서로에게 소중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관능적인 삶 (28)
사랑에 자신을 내던지고 싶지만 그러한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이 읽는다면 좋을 책이다. 좀 더 일찍 이 책을 읽지 못한 것이 아쉽다. 작가가 살아왔듯 삶이란 무릇 관능적이어야 하는 것 아닐까. 감성적이고 육체적인 것은 하찮은 것이고 이성적인 것은 더 가치 있는 것이라는 오랜 오해를 부숴야 인간은 지금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내게 가장 좋았던 구절은, 너무나 뻔한 내용이지만 아래의 구절이었다.
“사랑을 주기로 선택한 이후, 상대가 내가 원하는 만큼 사랑을 돌려주는가 아닌가는 내 사랑을 결정짓지 않는다. 내가 집중하는 것은 내 안의 에너지가 생성되고 상승하고 그러나 남김없이 사라지는 광경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 당신이 나타나서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6월에는 어떤 작가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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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begins 2019-07-21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밤으로 시작해 낮으로 나왔습니다.
같이 밀려오는 것들도 많고 천천히 읽다보니 한 편 이상 읽기 어려울 때가 많더라고요 ^^ 피드 반갑게 읽고 갑니다

봄밤 2019-07-21 22:50   좋아요 1 | URL
천천히 읽으면 읽을수록 느껴지는게 많은 책인 것 같아요. 작년에 읽은 책인데 작년에 읽은 책을 통틀어서 저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책이었네요. 오랜 밤과 낮, 좋게 기억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