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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 10년이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는 독서법
카바사와 시온 지음, 은영미 옮김 / 나라원 / 2016년 1월
평점 :
판매중지
"당신은 왜 책을 읽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책은 열심히 읽으려고 하고 있지만 막상 독서의 이유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고 어렴풋이만 생각해본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저 질문을 받았다면 나는 그저 막연하게 "나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을 것 같다.
사람에 따라서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재미를 위해서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을 수도 있고, 또 어떤이는 시집이나 에세이로 감성을 풍부하게 할 수도 있을 거다. 반면 특정분야의 지식을 쌓기 위해 그 분야의 전문적인 서적을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다양한 사회생활의 기술을 익히고 연마하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읽을 수도 있다. 혹은, 나처럼 조금이나마 막연하게 성장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읽는 사람도 있고.
나란 사람이 독서법에 제법 관심이 있는 사람이어서기도 하지만,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끌렸다. 10년이 지나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독서법이라니 솔깃하지 않은가. 매번 열심히 읽어놓고 돌아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책 내용을 대부분 잊어버리는 나같은 사람들이 적진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나처럼 이 책의 제목에 확 끌리고 이 책을 집어들었겠지. 그런면에서 이 책의 제목은 내용을 잘 포괄하고 있음을 떠나 마케팅의 관점에서 정말 적절한 제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독서에 대한 엄청난 내공을 가진 저자가 아니고서는 감히 붙일 수도 없는 제목이고.
사실, 이 책은 (원서의 제목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목에서부터 저자 자신이 추구하는 독서의 목적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독서의 이유를 "배움과 성장"으로 본다. 그리고 그 성장을 위해서는 독서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깨달음이라는 게 머리에 남아있어야 변화하고 성장하지, 다 잊어버리면 책 읽어서 무슨 소용인가? 그래서 기억에 남는 독서를 해야 결국 배움과 자기 성장으로 이어지고 그래야 독서를 하는 목적이 달성된다는 거다.
이 책은 (읽으면 잊어버리지 않는) 독서의 유용함, 잊어버리지 않기 위한 독서법의 기본 원칙과 세부 방법, 그리고 책 선택법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기억에 남기기 위한 독서 방법은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제시하고 있는데 가령 "책 속 정보를 모두 짜내는 '생자몽 칵테일 독서법'" 뭐 이런 식이다.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각각의 내용에 독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배어 있어 전혀 유치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각 항목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위에서 말한 독서의 목적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깨달음을 준다. 저자는 어떤 책에 관심이 있는 상황에서 그 책을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자신이 그 책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의 포함 여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 목차를 통해 자신이 배우기를 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는 수많은 책 중에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효율적으로 선택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저자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반드시 밑줄 없이 깨끗하게 읽을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결국 깨달음을 얻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면, 순서에 상관없이 자신이 관심있고 배우고 싶어하는 내용부터 먼저 읽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책의 중요부분에는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는 것이, 통찰을 얻고 이를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므로 얼마든지 그럴 필요가 있다.
책의 종류를 분류한 것도 매우 흥미로웠다. 독서를 "자기성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한 투자에 비유하여 1) 초단기투자 : 인터넷 정보,신문, 주간지 2) 단기투자 : 노하우 책 3) 중기투자 : 업무법, 공부법을 다룬 책 4) 장기투자 : 사상, 철학, 삶의 방식을 다룬 책 으로 분류하였다. 특히, 단기투자 책만 읽다보면 다양한 노하우는 익힐 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으로서의 본질적인 성장은 거두기 어렵다는 부분에서는 내 독서의 범위에 대한 반성을 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요새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내 기준에서 보았을 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좀 과하게 비판(?)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그 책의 내용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책이 자기의 수준에 맞지 않거나, 자신이 배우기를 원하는 것과 다른 내용을 다루는 책이어서 일 수도 있다"는 대목에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다. 그저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 달라서였을 수도 있는데 내가 뭐라고..좀더 겸손해져야겠단 생각이 든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나쁜 사람은 없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
독서법에 대한 책 중 거의 탑급이라고 생각한다. 독서법에 대한 사이토 다카시의 책들 모두 좋았지만 이 책도 무척 좋았다. 반드시 책의 모든 내용을 기억에 남길 필요는 없지만 자신에게 깨달음을 주고 성장하게 하는 포인트는 마음에 남길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자신이 추구하는 독서의 목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관점이 이 책의 제목을 적절하게 해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독서법에 관심이 많은 분, 책을 좀더 잘 읽고 싶은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