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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ㅣ 천재가 된 홍대리
이지성.정회일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013년 3월 25일에 전자책으로 읽다.
이 책을 읽게 된 데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다.
사실 난 이지성 작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주로 쓰는 자기계발서를 그리 즐기지 않는 내 개인적인 취향 탓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그가 출연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느낀 거부감 때문이다.
작년에 ‘리딩으로 리드하라’ 라는 인문고전 독서에 대한 책을 출간한 후, 이지성 작가는 한 지상파 방송과 EBS에 출연해서 강연을 했었다. 주된 강연 내용은 새 출간작에 대한 이야기들로 짧게 요약하자면,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두뇌를 바꾸면 천재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EBS 강연에서는 자녀를 천재로 만들고 성공시키고 싶어 하는 엄마들이 주로 방청석을 차지하고 있었고, 이지성 작가의 강연 내용도 인문고전 독서를 통한 영재 교육에 중점을 뒀다.
일단 난 왜 모든 아이들이 어려운 책들을 읽고 천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모르겠고, 과연 그런 획일적인 성공(?)이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고, 그가 주장하는 대로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서 누구나 그런 영재 내지 천재가 될 수 있다고도 믿을 수 없었다. 이후에 나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찾아 읽었다. 나의 거부감은 더 커졌다. 책의 주장은 일관적이었고 그 근거는 너무 약하고 비약이 심했다.
독서나 책이 주제가 된 글들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후 독서멘토로 유명한 이 작가분의 책들에는 관심을 끊었다. 그러다가 지난 달 우연히 2012년에 책 분야에 새로 파워블로거로 선정 되신 분의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흥미로운 포스팅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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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거 빛살무늬 님은 지난 한 해 동안 1년 365권 독서프로젝트를 실천하고 그 독서 후기를 모두 정리해서 올리셨다. 참, 대단하시다. 학생도 아니고, 출판 쪽 일을 하시는 분도 아니신 것 같은데 어떻게 이토록 꾸준히, 치열하게 독서를 할 수 있을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분 말씀이 이 긴 독서프로젝트를 하게 만든 책이 바로 이지성 작가의 ‘독서 천재가 된 홍 대리’라는 것이다.
책이 궁금하면 나는 봐야 한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한 사람의 일생 중 일 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투자하게 만든 것일까.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급한 마음에 잘 보지 않는-난 아직도 손에 잡히는 종이책이 너무 좋다-이북을 구입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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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나는 자기계발서류의 책은 한 번도 리뷰를 써서 블로그에 올려보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런 책의 경우 지금까지의 리뷰 방식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겠다는 것이다. 소설이나 에세이 경우에는 감상이나 느낌이 위주가 되어야겠지만 자기계발서, 인문서적, 전공서적 등은 그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는 것이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혹시나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지성 작가는 이 책에서 세 가지 독서 유형이 있다고 말한다.
향유하는 독서 (지금까지 나의 주된 독서)
지식을 얻는 독서 (때때로 내 전공이나 업무분야에 관계된 독서)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
그는 또한 세 단계의 독서가 있다고 말한다.
Pro-reading 자기 분야에 관한 책 100권 이상 읽기
Super-reading 1년 365일 자기 개발 독서 프로젝트로 성공자의 사고방식을 갖기
Great-reading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리더로 거듭 나기
이 책은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의 Pro-reading과 Super-reading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 홍 대리, 홍준수는 가상의 인물이다. 하지만 홍 대리의 이야기 속에는 이지성, 정회일 두 작가의 실질적인 경험담이 녹아있다.
우리 주변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 홍 대리는 어느 날 기획팀에서 밀려나 마케팅팀으로 좌천된다. 이대로라면 마케팅팀의 자리에서도 언제 밀려나 회사를 나와야 할지 모르는 형편이다. 얼마 전 부친의 사업 실패로 집안은 빚에 쪼들리고 있고 애인은 일방적으로 결별을 선언한다. 일찍 성공해서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던 동문 선배가 정리해고 된 후 폐인이 된 것을 목격한 홍 대리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을 느낀다. 그런 그에게 친구 명훈이 독서야말로 진정으로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며 독서멘토 정해일을 소개한다.
절실하게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막연하기만 했다.
홍 대리의 이 말이 내 가슴을 쳤다. 우리 모두 변화를 원한다. 끊임없이 성장을 갈망한다. 하지만 그 변화와 성장의 구체적인 내용과 모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람마다 원하는 삶은 다 다를 거예요. 하지만 멀리 강 건너까지 닿는 다리를 놓기 위해선 우선 내 눈 앞의 돌 하나부터 움직여야 해요. 이상만 바라보다가 해야 할 일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죠.”
“눈앞의 돌 하나?”
“네, 아무리 높은 빌딩도 한 층 한 층 올리는 법이잖아요. 어떤 일이든 과정이 필요해요. 요령도 배워야 하고 성공 마인드도 몸에 익혀야 하죠. 절실한 마음이 우선이지만 생각만 해서는 다리를 놓을 수 없어요. 몸을 움직여야 해요. 매일 책을 읽어 길러야 하는 독서 습관은 몸으로 책을 읽는 진짜 공부를 하기 위한 기초공사에 해당되고요. 다리든 빌딩이든 이상적인 나의 삶이든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건 없잖아요. 설마 씨를 뿌리지도 않고 열매만 거두시려는 심뽀는 아니시겠죠?”
이후, 홍 대리는 독서멘토 해일과 친구 명훈의 도움을 받아 몇 가지 독서프로젝트와 자기계발 프로젝트에 순차적으로 도전하게 된다.
독서 습관을 만들기 위한 <100일 동안 33권 읽기>
성장을 위한 <자기 업무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1년 100권 독서>
여기서 거론되는 독서의 세 가지 유형이 흥미로워 옮겨 본다.
T형 독서 – 이것저것 읽다가 어느 한 곳에 관심이 생기는 때. 처음엔 한 점에서 시작해서 수평적 책 읽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작가든 주제든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이라면 깊게 파고 들어가게 되는 독서법.
H형 독서 – 다른 분야나 책들로 넘어가 또 하나의 T를 만들고 나중엔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통섭이 일어나 이어지는 부분이 생기고 그 때 두 개의 T가 연결되면서 H형 독서가 됨.
X형 독서 – 몇 개의 T가 섞이고 모이면 X형이 됨. 수많은 X들이 모여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자유자재로 넘나드며 사유하게 되면 달인의 경지.
이 외에도 홍 대리는 스터디그룹을 조직해서 이끌고 성공한 CEO 열 명을 인터뷰하며 배움을 책 너머까지 넓혀가게 된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감을 얻고 한 개인적으로, 또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직장인으로서도 점점 발전해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홍 대리는 마지막으로 정통 자기계발서, 리더십에 관한 책을 읽어 성공하는 사람의 뇌로 바꾸는 <1년 365권 읽기>에 도전하게 되고 여기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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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펴보면 그리 특별할 게 없는 내용들이다. 이 책에 나오는 독서에 대한 많은 내용들은 뻔하다면 뻔하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이 거기에 있는 것 같다. 뻔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을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행동계획서로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해 주는 점 말이다. 이 책은 파급력이 강하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적극적인 독서를 시작했다는 글들을 온라인상에서 여러 번 보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두 작가의 경험을 통해 얻은 확신과 열정이 이 글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약 2천 여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자 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면의 부정적인 사고방식과 씨름하던 사람에서 그 반대의 사람으로, 꿈의 성취를 믿고 싶어서 발버둥 치던 사람에서 꿈의 성취를 확신하는 사람으로, 나는 소위 성공자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완벽하게 변화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내 꿈은 현실이 되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길은 책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것임을. (이야기를 마치며, 이지성)
이 모든 변화는 첫 번째, 독서하고 두 번째, 생각하며 세 번째, 실천으로 옮기며 이루게 된 것이다.
내가 읽고 실천하면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여 이제는 많은 이들의 꿈이 되신 내 스승님의 노하우들, 또 우리가 직접 만난, 책으로 인생을 변화시킨 이들의 이야기들을 소중히 정리하여 이 책에 담았다.
글자를 보지 말고 글을 통해 마음을 비춰보길…….
책은 마음의 거울입니다. (저자의 말, 정회일)
책 뒤에 ‘5인의 1년 365권 읽기 성공 후기’가 부록으로 붙어 있다. 각자 다른 나이 대에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짧지만 진솔한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 닿으며 감동을 준다.
책 내용 중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이 일상에 젖어 무기력하게 생활하던 나에게 변화와 성장의 욕구를 일깨워 주고 배움의 열정을 다시 불태우게 해준 것만은 확실하다. 타성에 젖어 있던 나의 독서 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독서는 공부처럼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독서 경험을 통해 홍 대리는 책만 읽는다고 저절로 사람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책을 많이 읽더라도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사람이 돼버린 경우도 있었다. 마음을 터놓고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는 자신의 지식을 자랑처럼 떠벌이거나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 없는 독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떤 태도로 책을 읽는가’였다.
홍 대리는 책을 읽는 ‘주체로서의 나’를 잊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나는 책을 통해서 무엇을 변화시키고 싶은가?
지금까지 소설, 에세이를 중심으로 ‘즐기기 위한 독서’를 주로 해오던 나에게 이 책은 ‘공부를 위한 독서’ 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 주었다.
“책은 읽어보면 알고 사람은 만나보면 아는 법이지.”
책의 앞에 나온 이 글을 보며 교만한 태도로 이 책을 처음 대한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책은 읽어 보기 전에는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앞으로는 조금 더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로 독서에 임해야 겠다.
시리즈: 독서 천재가 된 홍 대리 2-성공을 현실로 만드는 책읽기 프로젝트, 이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