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역사 - 상속제도는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백승종 지음 / 사우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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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여 온 '상속'제도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책.

상속.

사실 어릴땐 (아직도 어리다.. 한참 어리다 ㅎㅎ) 이런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의 자산이라고 할만한 종목들이 늘어나고 아이가 생기자 상속이라는 글자에 절로 눈이 갔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들의 유전자 안에 이미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것이 아닐까 싶다.

종교적으로든 어떤 방법으로든 이미 세속적인 것들과 멀리할 수 있는 이치를 깨달아서(득도하여) 물질과는 상관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 단어가 와 닿지 않을 수 있겠지만..

마음이 가 닿아서 읽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다.

불행히도 책을 읽는 기간동안 일신상의 이슈가 생겨서 빠르게 바짝 읽지 못했다.

역사서들이 그러하듯 장면장면이 이어지지 않고 툭툭 끊기기 때문에 아마도 자꾸 손에서 내려간것 같다.

그래도 아주 흥미로운 관점의 책을 보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

이책에 꽂히게 만든 건 세종의 조카사위가 벌인 유산싸움이라는 부분때문이었는데, 인간의 본성은 고금을 막론하고 한결같다는 점이 재미있다. 한푼이라도 더 차지하고 싶은 마음은 어딜가나. 누구에게나 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홍보된 사례가 세종시대의 이야기라서, 조선시대의 상속제도를 주로 살펴본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중세부터 근대까지 유럽각지의 이야기들도 가득하다. 십자군 전쟁이 가능했던 게 장자상속때문이라는 이야기도 기발했다.

각 지역의 문화와 가치관이 그 지역에 적합한 생존을 위한 상속제도를 만들어간다는 통찰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 같다.

독일의 중소기업이 발달한 이유가 균등분배를 통해 더이상 토지로부터 얻을 이익이 작아서 공업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네덜란드 사람들이 높아진 해수면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제방을 쌓고 간척을 통해 평민이 자기 소유의 농지를 갖게 되었다는 등. 현재 그 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국민성이나 특성들이 먼 옛날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나갔느냐에 따라 미묘하게 다르게 발달해 간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이땅의 조상들은 장자상속을 통해 가문의 명예와 양반의 체면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은 것 같다.

선택되지 못한 장자 이 외의 사람들은 소작농이되거나 조선시대의 경우 노비가 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땅의 사람들은 그렇게 갈등을 많이 겪는 것일까?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계급론도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역사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봐도 좋을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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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계절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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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읽게 된 판타지소설. 육아하는 엄마이기에 최소한의 잠을 자야해서 책을 내려놓아야만 했고, 그게 너무 아쉬웠다. 그렇게 꼬박 3일에 걸쳐 읽었다.아. 그랬지. 내가 이런 장르를 좋아했었지! SF 장르는 고등학생 시절에 그 유명한 '퇴마록'을 시작으로 열렬히 빠져 지내다가 20살 이후로는 간간이 봐온 것 같다.(하긴 20대부터는 독서량이 극적으로 줄었다. 책에 빠질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사라졌다) 10대 시절의 기억이 모락모락 피어오른 3일간이었다. 

 

 제미신이라는 작가는 부서진대지 3부작으로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전부 수상한 이력의 작가다. 보통 나는 책을 고를때 제목을 보고 고르는 편이기 때문에 읽고도 작가가 누군지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고서야 작가에 대해 궁금해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 작가는 궁금했다. 왜인지는 나중에 밝히는 걸로... (참고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이름을 기억하는 작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알랭드보통', '기욤뮈소', '김훈', '황석영', '무라카미 하루키' 정도다.^^) 

 

다섯번째 계절은 부서진 대지 연작 중 1편이다. 제목인 다섯번째 계절은 우리가 지구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나누는 중간 중간 크게 변화하는 것을 기점으로 ~기,라고 부르는 것처럼 봄,여름,가을,겨울이 반복되던 어느날 생존을 위협하는 암흑과도 같은 계절.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 지 예측가능하지 않은 계절을 의미한다. 처음엔 어떤 묘한 기후를 지닌 계절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했다. 그래서 인물들이 계절을 이야기 할때 묘한 뉘앙스로 지나가야했다. (만약, 이 책을 읽을 예정인 사람이 있다면 맨 뒤의 주석을 읽고 시작하길 바란다. 계절과 용어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나역시 그랬을거다. 그랬다면 아마도 이틀 정도에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ㅎㅎ)

 

작가는 정말로 이야기를 잘 설계했다. 다 읽고나니 든 생각은 '이 작가 정말 대단하다! 천재아니야? 이게 겨우 1/3이라니!!!'였다. 그래서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이야기의 소재가 되었을 것 같은 판구조론, 환경오염, 계급과 인종에 대한 차별을 이토록 환상적으로 버무리면서 시간을 편편이 나누어 섞어두는 설계. 인물을 추측하며 시간의 축을 추측해보는 건 이 글을 읽는 또 다른 재미였다

 

 

 SF를 읽을때의 감각이 살아나질 않아서 처음엔 이야기에 들어가는 데 애를 먹었다. SF소설에는 판타지이기 때문에 보통의 세상과는 다른 환경과 규칙 또는 힘이 존재하고 창조적인 말들도 많아서 그런 것들이 익숙해져야 글이 글 답게 읽힌는 법인데.. 그 감각을 잊고 살았다. 하하.

이 이야기엔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 능력(소설 속에선 조산술이라고 부른다)을 지닌 존재들이 나온다. 오리진 또는 로가라고 불리는 이들. 이들의 능력이 인간들의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고 구하기도 한다.

 

시작부터 나오는 '보님', 처음엔 이게 뭔가 했다. 작가는 이야기 속 인물들이 자신과 연결된 세상을 느끼는 보님기관을 창조해냈다. 어쩌면 우리 인류에게 정말로 이런 기관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지진이 일어나는 걸 미리 알고 대처하는 동물들처럼 그런 기능이 우리 안 깊숙한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그리고 스톤이터, 오벨리스크, 도통 기능을 알 수없는 미지의 단어들이 둥둥 떠다닌다. 처음엔 그래서 일단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간다.

 

이야기는 에쑨이 아이를 잃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이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의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이 이 이야기의 축이 된다. 그 여정 속에서 그녀의 비밀들이 드러나고 그 비밀로 인해 위험해 처하지만, 조력자들의 도움과 자신의 숨겨진 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가면서 여인이 감추고 있던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에쑨'을 그리는 3인칭 작가시점은 어느 순간 독자를 '너'로 환원하며 이야기 안으로 독자를 가둔다. '너'가 된 나는 이제 슬슬 판타지의 흐름을 기억해내고 주인공과 함께 여정을 이어간다. 50페이지즈음의 나는 '에쑨' 캐릭터 명을 가진 신작 게임 안의 플레이어가 된듯한 느낌이었다.

 

'에쑨'의 이야기는 '너'로 환원되어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나머지 인물들은 다르다. 다마야와 시엔의 이야기는 각각 에쑨의 여정과 교차되어 그려진다. 어린 오리진인 다마야와 펄크럼의 유능한 오리진인 네반지의 시엔의 이야기는 인간과는 다른 (마치 영화속 X맨 같은) 능력을 지닌 오리진 또는 로가들이 어떻게 위협이 되기도 하고 구원자가 되기도 하는지 설명해 준다. 그러면서 우리 안에 잠재된 '다름'에 대한 멸시와 차별을 이야기한다.

이들이 살고 있는 가상의 세상인 '고요'제국은 현재 지구의 이전이거나 이후인듯한 느낌을 준다. 책을 읽는 현실 속의 우리는 움직이는 맨틀 위에서 서로 떨어진 대륙에서 살고있지만 고요 대륙은 단 하나의 대륙이다. 그래서 북위권 남위권 중위권의 사람들이 모여있고, 인도의 카스트 처럼 각 마을(소설 속에선 향이라고 불린다)에서 맡은 역할과 재능에 따라 쓰임새 명이 부여된다. 지도자, 혁신가, 완력꾼, 번식사, 의사 등.... 쓰임새 명은 어머니를 따라가는 것 같은데 의지에 따라 바꿀 수도 있나보다. 어쨌든 공동체에게 필요한 능력을 지닌 개인은 선택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내쳐지는 것으로 보인다. 향의 바깥에선 거의 야생과도 같은 생활이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해 보이는데 쓰임새 명에 따라 한 사람의 가치가 등급 메겨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게 좀 더 극적으로 두드러지게 표현된다. 그리고 '오리진'으로 구별되는 존재들이 있다. 지구 맨틀 아래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 힘의 위력만큼이나 그들은 주변 사람들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한다. 다른 존재이기에 그들을 향한 차별과 멸시 그리고 폭력은 너무나 당연하게 그려진다.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인 '시엔'이 수호자와 세상을 향해 계속해서 내뱉는 그 말.

"이건 옳지 않아." 그 속에 이 장면들의 의도가 들어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에도 비상식적인 논리가 단순한 이해관계에 의해 죄없는 존재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많다. 그렇지만 상식이라는 기반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쟁들과 다툼 끝에 그 위에 선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 '상식'만큼 발전하지 못한게 아닐까. 제 아무리 똑똑하다고 잘난체를 해 보아도 밑바닥엔 '짐승' 그 이상이 될 수 없는 면면이 숨어있는 것이다.

 

작가는 일부러 '오리진'일는 단어를 쓴 걸까? 오리진이라는 단어는 사실 우리 세계에서도 쓰이는 말이다. 원시의, 비문명의 존재들을 일컫는 단어. 서구의 사람들이 대륙을 발견하고 뻔뻔하게 침략하면서 파괴한 집단을 부르는 단어. 얼마전에 호주의 오리진들에 대한 이야기를 봐서인지... '오리진'이라는 단어에 작가가 넣고 싶었던 생각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소설은 오리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병기가된 오리진 '시엔'의 깨달음과 인내, 그리고 분노를 따라가다보면 이 이야기는 '오리진'에 대한 속죄를 그리고 싶었던 건가. 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 생각이 들었을때 스치듯 보았던 문장이 떠올랐다. 읽던 페이지를 접고 맨 앞으로 간다.

소설은 이 문장을 앞에 두고 시작한다.

 


다른 이들과 마땅히 동등한 존중을 받기 위해 투쟁하는 이들에게 바친다.

 

 

이 글에 대한 총평은 할 수가 없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서사를 읽었지만,

나는 이제 겨우 셋 중 하나를 읽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작가가 미쳤어!" 정도?

'달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았느냐.'라고 묻는 알라베스터에 대한 시엔의 대답을 그리고 그들이 행하려는 다음 챕터가 너무너무 궁금해서 부서진 대지2를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고마워요황금가지 #부서진대지시리즈 #오랜만에SF #다섯번째계절

 

본 리뷰는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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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큐 더하기 로맨스 소설이다.

소설이라기엔 너무나도 현실같은 상황묘사. 그리고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우리 집에 카메라라도 달아놓은 걸까 싶었다 ㅎㅎ 요즘 스카이캐슬이란 드라마도 이런 내용을 다루는 것 같던데... 입시코디라는 소재로. 잠깐 봤는데 내용이 아주 자극적이었다. 그에 비하면 라이딩인생은 아주아주 솜털처럼 부드럽게 느껴진다.



바로 앞 전에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었는데 이 책은 이상한 정상가족의 소설버전 같았다!

내겐 두 아들이 있다. 하나는 올해 한국나이 7살. 하나는 3살. 이제 일곱살이 되는 첫째는 직장어린이집을 다닐때 매일 라이딩을 했고, 유치원 버스를 타긴 하지만 엄마 차 타고 가는 걸 참 좋아한다. 그리고 놀이터에서 같이 놀 또래 친구가 사라진 지난 여름부터 축구클럽 라이딩도 시작했다. 둘째는 본의 아니게 엄마의 라이딩에 늘 동행한다.

그래서일까.....

찬찬히 읽고 싶었는데 감정이입이 너무 되어서인지 570페이지에 가까운 글을 밤새 읽었다. 하루만에 통독했다. 하하핫;;

그만큼 글이 참 재미지다. 아빠들은 빨리 읽기 힘들지도 모른다. 아이들 학원과 유치원 라이딩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들도 아마 그럴거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에게 마음이 갔다. 주인공인 클레어할머니, 지아에게는 당연히 한웅큼 마음이 쏟아졌다.

우선 엄마들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 책의 다큐 부분을 담당한 대치동 엄마들의 교육열이야기. 비단 대치동만 그럴까? 피하고 피해서 한적한 동네로 이사했지만 어디든 사람 사는 곳엔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주희, 정은, 그리고 주변인물로 등장한 엄마들 모두가 마치 나 또는 내가 아는 지인들 같았다.

죽자고 아이 교육에 매달리면서 아닌척 초연해 하는 사람, 진심도 아니면서 정보만 쏙쏙 빼가는 사람, 자신의 가치관을 옆 사람에게 의지해 만들어 가는 사람, 자신의 뜻과는 다른데도 그저 끌려가는 사람, 다른 이에게 자신의 것이 진리인양 퍼부어 대지만 사실은 자신도 불안해 하고 있는 사람.

어느 누구 하나 빠짐없이 우리 안에 있는 모습이 아닐까... 작가가 참 인물구성을 잘한 것 같다.



이 엄마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속상했던 점이 있다면, 아이를 가르치거나 기르는 모습이 전부 엄마(엄마든 엄마의 엄마든)들의 책임처럼 그려진다는 것이었다. 모든 의사결정은 엄마들이 내린다. 그들끼리 조언을 구하고 경쟁하고 시기하며 말이다. 아빠들은 방관자로 있거나, 헛소리만 늘어놓거나, 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부와모의 책임일텐데. 맞벌이인 정은의 집에서조차 늘 술 먹고 늦는 남편의 모습만 보여준다.

아이의 앞날을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모습은 후반부에 가서야 나온다.



주인공인 지아를 보면서 '엄마'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내 수많은 지인들의 '엄마들'이 생각났다. 손주를 돌보다 병을 얻고, 딸 또는 며느리와 부딪히며 사는 삶. 그 대가를 바라지도 못하는 삶. 그 삶에 대해 나는 할말이 많지는 않다. 나는 나의 엄마에게 아이를 맡길 배짱이 없는 엄마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게 내가 엄마를 그리고 아빠를 지금까지 진심으로 웃으며 볼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지아의 삶이 행복해보이지 않는다고 누구나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홀로 아이를 키워냈기에 벅차게 힘겨웠을 삶이 이제 쉬어야 할때에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니 안타까웠다. 하지만 홀로 키웠기에 미안한 그 마음에 그녀는 아마도 냉정히 자신의 삶을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부모라는 사람들이 그렇다. 내가 준 것보단 못 준 것이 눈에 밟힌다. 그러려면, 개인의 희생이 아닌 사회가 아이를 케어할 수 있게 더 많이 바뀌어야 한다. 나를 비롯해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경단녀와 워킹맘들이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도 마음이 넉넉할 수 있게 말이다.



여기 나오는 인물 중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주희다. 책에서 묘사된 것처럼 그녀의 삶은 아이 그 자체였다.

이제 삶의 유일한 초점은 민호였다.

아이가 똑똑하고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라서 그녀가 원하는 대로 잘 따라주었겠지만 그 아이가 진짜 원한 7살의 하루하루가 정말 그 모습일까? 민호가 클레어와 놀고 싶어서 놀이터에 남겠다고 떼를 쓰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상가족에서도 언급되었던 중산층 가족의 아동학대. 놀 권리의 박탈. 엄마가 정신과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강박감을 가지고 매달리는 아이의 인생이 행복한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고 해서 그녀는 행복할까?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았다. 그리고 나는 이미 답을 안다고 생각한다. 아마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로맨스로 만들어준 인물. 영욱.

이 양반의 멋짐에 박수.

자신의 뜻을 젠틀하고도 분명하게 표현해준 그에게 나또한 반했다.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지아와 영욱이 이 소설의 뒤에서 행복하길 빌었다.

마지막 반전에서 눈물이 왈칵 났던건 아마 내가 이 영욱이란 인물에게 뿅~하고 반했었기 때문이리라.



새해 선물 같이 찾아온 '라이딩인생', 아주 흥미진진한 다큐같은 소설을 읽어서 올해 시작이 아주 좋다.

읽는 내내 씁쓸한 웃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사실 우리에겐 여기 등장하는 인물 그 누구도 욕할 자격이 없다. 선택의 뒷면엔 각자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

다만,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책 속의 인물들이 알았으면 한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서로 진심으로 대화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 또 다시 하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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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 삶과 죽음에 대한 찬가같다.

내가 왜 읽는다고 손을 들었을까 중간중간 후회하기도 했다. 책의 흐름을 막 타기 시작할 무렵. 민족 명절인 추석연휴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ㅠㅠ 이런 책 읽기는 권장하기 힘들다. 앞의 흐름이 통째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다시 흐름을 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읽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보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읽은 이 책은 읽었다기 보단 읽어낸 책에 가깝다. (나는 이 분류를 꽤 중요하게 생각한다.)
읽어낸 책들은 그냥 너무 어렵거나. 어렵진 않지만 내용을 베베 꼬았거나. 아니면 나의 기저에 깔린 가치관들과 부딪히는 경우다.
이 책의 경우는 일단, 그냥 읽기엔 학구적인 용어나 사례가 너무 많아 어렵고 나의 가치관 중 그 무엇과 시시때때로 부딪혀 싸워댔다. 그래서 한 장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나는 5살에 세례를 받은 카톨릭 신자다. 하지만 내 자유 의지에 의해 종교를 선택하지 않아서 내 종교에 대한 어떤 의심이 있었다. 많은 신자들이 유아세례를 받으면 성인이 되어서 단교를 하곤 한다. 나는 출산과 결혼이라는 사정상 더 이상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는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미사에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신자로, 말하자면 휴교중이다. 내 주변에는 나와는 다르지만 종교를 가진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별 다른 거리낌없이 종교의 감사함과 혜택을 이야기 나누곤 해왔다. 아마도 이 점이 이 책의 한장 한장과 싸우듯 읽어야 했던 요인일거라고 생각한다.

종교인이 왜 '종교없는 삶'을 선택해 읽었느냐고 묻는다면 몇 년 전에 알랭 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를 읽으면서 껄끄러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고 대답하고 싶다.

책은 8개의 장으로 나뉘어 무종교적 삶에 대해 질문하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무종교인들의 삶에 대해 낱낱이 설명하고 때론 설득해 준다.

1. 신을 믿지 않으면 도덕적인 사람이 될 수 없는 걸까?
2. 종교에서 멀어지면 좋은 사회에서도 멀어질까?
3. 종교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4. 종교없는 부모들은 아이를 어떨게 키울까?
5. 무신론자를 위한 공동체가 가능할까?
6. 종교없이 삶의 고난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7. 죽음 앞에서 종교는 어떤 의미일까?
8.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8개의 질문을 보면.
'종교없음'이 결코 '종교있음'보다 어느 부분에선가 부족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한 책이겠구나라고 짐작하게 한다. 그건 아마도 저자를 비롯한 많은 종교'없는'사람들이 받아온 비판적인 시선들 때문이 아닐까 생각됐다. 이 책은 지극히 미국적인 시선에서 쓰여졌지만 그게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전 세계에서는 날이 갈수록 종교의 영향력이 적어지고 있다. 내가 어린 시절 다니던 성당의 분위기와 가끔 나가서 느껴지는 성당의 묘한 공기의 차이는 단지 내가 어른이 되었기 때문만은 아님을 알고 있다. 성경의 말씀이 이제는 흥미를 잃었고 재미있고 종교만큼이나 유익하다고 여겨지는 일들이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선 곳에서 쉴새없이 벌어진다.
책의 도입부에서 설명하는 것 처럼 종교의 기능을 선진화된 많은 국가의 각종 기관과 제도들이 대신해 수행하게 되었고, 어느 하나의 시각으로 이루어진 종교로 묶기에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너무나 커졌고 커진 여러 나라와 집단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사회적 기능들이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서는 더욱 무 종교인들이 늘어났다.
이것은 종교 유무의 충분 조건은 아니어도 필요조건은 되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재밌는 사실은 비합리적이고 폭력이 만연한 나라가 더 종교적이고 합리적이고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나라가 덜종교적이라는 점이었다.
이 부분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류의 발달과정 가운데 종교라는 과업을 거쳐 성숙한 가치관이 사회를 안정화 시키고 나면 종교는 그 필요를 다하는 것이 아닐까?'

이 질문이 나의 종교에 대한 관점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책 속에 소개 되는 몇몇 부분이 그런 충격을 더욱 더해줬다.
교회에 회에 나가지 않고 믿음도 없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감내해야 했던 많은 갈등들에 대해 토냐와 대화를 나눈 후, 무 종교적인 육아 덕분에 경험한 좋은 점들도 물어보았다. ... "그들에게는 제한이 없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면에서 많은 종교인들이 아주 제한되어 있거든요. ... 종교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방식이기도 해요. 저는 제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길 원해요."


바로 종교가 사람들을 통제하는 방식이라는 이 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스스로 결정하기 전부터 가져온 종교의 힘이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내 선택에 오히려 선택권이 더 많다고 생각해왔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종교가 사람들을 통제하는 방식으로서 사용되었다는 건 바로 납득이 되었는데 내 삶에 있어서 선택을 제한해왔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할 것 같았다. 이런 시선을 스스로 가질 수 있다는 게 신선했다.

... 개인의 자유와 성향, 지속적인 선택이라는 유산이 바로 그것이다. 종교가 없는 부모가 자녀에세 가장 확실하게 물려주는 것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그들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낸 의식들, 좀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무전통의 전통 말이다. 이 것을 이단자들의 유산이라 불러도 좋다. '이단(heresy)'이라는 말은 그리스어 '하이레시스(hairesis)'에서 파생되었고, 그 근본적 의미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데 나는 내 아이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카톨릭 신자가 되길. 신자가 되지는 않더라도 카톨릭 교리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랬다. 그 건 구복신앙때문이 아니라, 아이들이 다른 이를 스스로처럼 여기고 세상을 따듯하게 바라보며 가졌을때 남과 나눌 수 있는 가슴을 갖길 바래서였다. 그런데 그런 마음은 종교가 아니더라도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아이에게 쥐여 주는 종교가 옳은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거기 앉아 있을때 가장 먼저 든 느낌은 당황스러움이었다. '아기의 심장병을 고쳐달라고 신에게 기도를 해? 이게 말이 되나? 신이 정말로 모든 것을 다 아는 존재라면... 그러니 아기의 심장병도 신의 계획이 아닐까? ... 이게 도대체 무슨 신이지?' ... 모두들 죽어가는 아기를 둔 젊은 부부에게 사랑과 연민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나된 행위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도움을 낳고 있었다.
바로 이게 종교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불편했던 건 나는 종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많은 위안과 즐거움 그리고 지지를 얻어왔다는 걸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어서였는데, 저자도 이 부분을 간과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같은 독자가 많을 거라는 걸 알았나? ㅎㅎ
내게는 큰 의미 없이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종교는 내게 의미가 있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모두에게 종교가 필요하다는 건 아니다. 내게는 그렇다는 거다. 저자에겐 '신비로움'과 '경외주의'라고 표현되는 것이 내게는 '신이라는 어떤 힘'으로 존재하는 것 뿐이다. 인간다움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서로 기댈 수 있는 공동체에서 발현하는 것 같다. 그것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간에 말이다.

아직은 책 속의 내용들이 일련의 이어짐으로 정리가 되진 않는다. 너무 많은 사례가 머릿속을 휘저어 놓았다.

저자가 말하는 삶을 사는 방식이 많은 종교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부적인 가르침이야 어떻든 간에, 그것이 카톨릭이건 기독교건 불교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라는 법칙은 존재하지 않나?

어쩌면 사람들이 사는 어디에서나 관통하는 '서로를 향한 사랑'의 모습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내용은 바로 '지금. 여기'의 자신의 삶을 만끽하며 충실히 살라고 이야기 한다는 점이었다.
그의 말대로 종교적 관점에서의 현생은 내세 또는 죽음 이후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성서엔 서로 사랑하라는 아름다운 이야기 말고도 사후의 벌에 대한 잔혹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신이라고 표현되는 존재가 죄를 지은 이들을 어떻게 벌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아마도 '공공의 선'이 덜 정립된 사회에는 그런 일종의 '협박'이 악한 행위들을 막는데 효과를 발휘해왔는지도 모른다. 서로가 지켜주는 암묵적 규칙들이 존재하더라도 인간은 자신과 타인을 향해 얼마든 잔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정한 목적과는 별개로 도구가 목적이 되어온 경우들이 많다.
신은 어쩌면 인간이 창조해 낸 가장 기발한 규율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금 여기 함께 사는 서로를 위함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으로 무종교인이든 종교인이든 지금. 여기의 삶을 충실히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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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편한 집밥 - 박미란 고수에게 배우는 가정간편식 응용요리
박미란 지음 / 대경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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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줄평은 이렇다.
"그렇다. 이제 집 밥도 편하게 해 먹는 시대가 왔다!"

집 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밝고 따스한 집. 아이들을 맞아주는 엄마 또는 아빠. 그리고 허기진 배를 채워줄 따듯하고 맛있는 한 상 가득한 밥과 반찬.

그 모든 것이 실은 엄마 또는 아빠의 고된 노고의 결과였음을 6년차 주부이자 아들 둘의 엄마가 되어서야 손가락 마디마디로 알았다.

육수를 내고 철마다 나는 귀한 재료를 손질해서 한상 차려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고된 일인지. 겨우 몇번 밥 상 차려보는 일로는 절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집밥 그 비스무리한 녀석들이 마트를 잠식하고 있다. (편의점에도 있다) 엄마 손맛이라며 광고하는 그 녀석들을 몇번 시도해보았는데 가성비로 따지자면 훌륭한 제품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엄마의 양심이 손을 들었다. 정말 자꾸 이거 먹어도 되겠냐고....
사실 우리집에서 애용하는 건 주로 사골국이나 갈비탕같이..... 울집 남자들이 아주 좋아하지만, 집에서 해먹으려면 몇리터들이 솥은 구비해야 가능한 음식들. (hull...oh. my goddness!!!)

그리고 아주 반가운 이 책을 만나고 양심과 타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당장 실천해봤다 ㅎㅎ

resipe 1 우거지 갈비탕



재료준비
집에 늘 있는 사골팩 & 물 4컵
마침 있는 알배기 배추
대파
다진마늘
+ 당면

책에 나온 레시피 고대로 따라해봤더니
(+ 당면)
삼삼하고 맛있는 우거지갈비탕 완성! 이렇게 쉽게 집에 만든음식마냥 만들어지다니. 그야말로 집밥의 신세계였다. +_+
옴마나 맛있어라!
혼밥하는 점심은 대충 때우는 주부인데..
이날은 아주 배부르게 한그릇.. 아니 한대접 자알 먹었다 ㅎㅎㅎ


resipe 2 주먹밥

어쩜 딱 우리집에 있는 재료를 스캔하고 가셨나? 싶게... 아이 있는 집엔 다 있는 그 재료들로 주먹밥에 도전했다

재료
우엉볶음
솔솔뿌려먹는 후리가케

멸치볶음
참기름

후루룩 넣고 조물딱조물딱 주물러서 아이 입에 쏘옥 들어갈 크기로 알알이 만들었다

아아. 쉽다 쉬워.
쉽지만 있어보이고 영양가도 쏠쏠하다.
매사가 이렇게 수월하면 참 좋겠다. 아침마다 할일 많은 부모들에겐 정말 필수 레시피다.

두가지 외에도 마파두부 같은 입맛 확 도는 레시피도 따라해봤다. 중국료리~까진 아니어도 맛있는 한 상 차리는데 꽤 도움이 되었다.
당분간은 책에 나온 레시피따라 대충. 하지만 든든한 끼니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나같은 사람에게 딱 적절한 책인듯! 매끼니 차리는 그 한끼의 부담에서 한쪽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감사해요. 박미란 선생님~!

#세상편한집밥 #혼밥레시피 #집에서한것처럼#따라하기레시피 #쉬운집밥 #집밥레시피 #오늘은뭐해먹나
본 포스팅은 대경북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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