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다큐 더하기 로맨스 소설이다.

소설이라기엔 너무나도 현실같은 상황묘사. 그리고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우리 집에 카메라라도 달아놓은 걸까 싶었다 ㅎㅎ 요즘 스카이캐슬이란 드라마도 이런 내용을 다루는 것 같던데... 입시코디라는 소재로. 잠깐 봤는데 내용이 아주 자극적이었다. 그에 비하면 라이딩인생은 아주아주 솜털처럼 부드럽게 느껴진다.



바로 앞 전에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었는데 이 책은 이상한 정상가족의 소설버전 같았다!

내겐 두 아들이 있다. 하나는 올해 한국나이 7살. 하나는 3살. 이제 일곱살이 되는 첫째는 직장어린이집을 다닐때 매일 라이딩을 했고, 유치원 버스를 타긴 하지만 엄마 차 타고 가는 걸 참 좋아한다. 그리고 놀이터에서 같이 놀 또래 친구가 사라진 지난 여름부터 축구클럽 라이딩도 시작했다. 둘째는 본의 아니게 엄마의 라이딩에 늘 동행한다.

그래서일까.....

찬찬히 읽고 싶었는데 감정이입이 너무 되어서인지 570페이지에 가까운 글을 밤새 읽었다. 하루만에 통독했다. 하하핫;;

그만큼 글이 참 재미지다. 아빠들은 빨리 읽기 힘들지도 모른다. 아이들 학원과 유치원 라이딩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들도 아마 그럴거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에게 마음이 갔다. 주인공인 클레어할머니, 지아에게는 당연히 한웅큼 마음이 쏟아졌다.

우선 엄마들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 책의 다큐 부분을 담당한 대치동 엄마들의 교육열이야기. 비단 대치동만 그럴까? 피하고 피해서 한적한 동네로 이사했지만 어디든 사람 사는 곳엔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주희, 정은, 그리고 주변인물로 등장한 엄마들 모두가 마치 나 또는 내가 아는 지인들 같았다.

죽자고 아이 교육에 매달리면서 아닌척 초연해 하는 사람, 진심도 아니면서 정보만 쏙쏙 빼가는 사람, 자신의 가치관을 옆 사람에게 의지해 만들어 가는 사람, 자신의 뜻과는 다른데도 그저 끌려가는 사람, 다른 이에게 자신의 것이 진리인양 퍼부어 대지만 사실은 자신도 불안해 하고 있는 사람.

어느 누구 하나 빠짐없이 우리 안에 있는 모습이 아닐까... 작가가 참 인물구성을 잘한 것 같다.



이 엄마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속상했던 점이 있다면, 아이를 가르치거나 기르는 모습이 전부 엄마(엄마든 엄마의 엄마든)들의 책임처럼 그려진다는 것이었다. 모든 의사결정은 엄마들이 내린다. 그들끼리 조언을 구하고 경쟁하고 시기하며 말이다. 아빠들은 방관자로 있거나, 헛소리만 늘어놓거나, 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부와모의 책임일텐데. 맞벌이인 정은의 집에서조차 늘 술 먹고 늦는 남편의 모습만 보여준다.

아이의 앞날을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모습은 후반부에 가서야 나온다.



주인공인 지아를 보면서 '엄마'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내 수많은 지인들의 '엄마들'이 생각났다. 손주를 돌보다 병을 얻고, 딸 또는 며느리와 부딪히며 사는 삶. 그 대가를 바라지도 못하는 삶. 그 삶에 대해 나는 할말이 많지는 않다. 나는 나의 엄마에게 아이를 맡길 배짱이 없는 엄마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게 내가 엄마를 그리고 아빠를 지금까지 진심으로 웃으며 볼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지아의 삶이 행복해보이지 않는다고 누구나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홀로 아이를 키워냈기에 벅차게 힘겨웠을 삶이 이제 쉬어야 할때에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니 안타까웠다. 하지만 홀로 키웠기에 미안한 그 마음에 그녀는 아마도 냉정히 자신의 삶을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부모라는 사람들이 그렇다. 내가 준 것보단 못 준 것이 눈에 밟힌다. 그러려면, 개인의 희생이 아닌 사회가 아이를 케어할 수 있게 더 많이 바뀌어야 한다. 나를 비롯해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경단녀와 워킹맘들이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도 마음이 넉넉할 수 있게 말이다.



여기 나오는 인물 중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주희다. 책에서 묘사된 것처럼 그녀의 삶은 아이 그 자체였다.

이제 삶의 유일한 초점은 민호였다.

아이가 똑똑하고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라서 그녀가 원하는 대로 잘 따라주었겠지만 그 아이가 진짜 원한 7살의 하루하루가 정말 그 모습일까? 민호가 클레어와 놀고 싶어서 놀이터에 남겠다고 떼를 쓰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상가족에서도 언급되었던 중산층 가족의 아동학대. 놀 권리의 박탈. 엄마가 정신과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강박감을 가지고 매달리는 아이의 인생이 행복한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고 해서 그녀는 행복할까?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았다. 그리고 나는 이미 답을 안다고 생각한다. 아마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로맨스로 만들어준 인물. 영욱.

이 양반의 멋짐에 박수.

자신의 뜻을 젠틀하고도 분명하게 표현해준 그에게 나또한 반했다.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지아와 영욱이 이 소설의 뒤에서 행복하길 빌었다.

마지막 반전에서 눈물이 왈칵 났던건 아마 내가 이 영욱이란 인물에게 뿅~하고 반했었기 때문이리라.



새해 선물 같이 찾아온 '라이딩인생', 아주 흥미진진한 다큐같은 소설을 읽어서 올해 시작이 아주 좋다.

읽는 내내 씁쓸한 웃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사실 우리에겐 여기 등장하는 인물 그 누구도 욕할 자격이 없다. 선택의 뒷면엔 각자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

다만,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책 속의 인물들이 알았으면 한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서로 진심으로 대화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 또 다시 하나 배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