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미제 사건 전담반
조 캘러헌 지음, 정은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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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NCIS, 본즈.. 등등 한때 범죄 수사물 미드에 빠져 한참 보던 때가 있었어요.

비슷해 보이는 내용들이지만 왜 볼 때마다 빠져드는지, 나중엔 반장인 양 추리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했죠.

정말 오랜만에 범죄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어찌나 술술 넘어가는지 마치 미드를 볼 때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 눈앞에 영상처럼 장면이 펼쳐지더라고요.



남편의 죽음으로 휴직을 했던 '캣 프랭크' 총경은 워릭셔 주 경찰청 청장 '맥리시'에 의해 복직을 권유받아요.

한편 경찰 인력의 숫자와 낭비를 줄이겠다고 공약을 내건 신임 내무장관은 그 해결책으로 AIDEs(인공지능 수사관)를 투입할 것을 제시하는데요.

프랭크는 AI 수사관을 이용해 미제 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시범 프로젝트의 진행을 맡게 됩니다.

그녀는 AI를 믿지 않았기에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낱낱이 증명하겠다는 포부로 일을 시작해요.

프랭크 총경, 하산 경위와 브라운 경사, AI를 만든 오코네도 교수, AI 수사관 '록'.

이렇게 인간과 기계의 합동 수사팀이 꾸려지게 됩니다.

이들은 과거 10년간의 미제 사건 중 가장 최근에 일어난 두건의 실종 사건을 맡게 되는데요.

프랭크는 조사를 시작하며 두 사건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하죠.

하지만 개인적 경험에 의한 판단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그러던 중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아들까지 실종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편견, 선입견이 없는 알고리즘을 통해 증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하는 AI 수사관은 분석과 행정업무에서 인간과는 비교도 안되게 빠른 작업 속도를 보여주었는데요.

프랭크 총경은 알고리즘 자체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통계는 언제나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강조하며 AI 수사관 록을 신뢰하지 않아요.

소설 속에서 AI와 인간과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부분이 나와요.

경찰 지침서와 업무 기술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인간이라면 당연히 알고 느끼는 일...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시도를 멈추지 않는 것...

그렇기에 인간을 이해할 수도 없고, 삶엔 정답이 있을 수 없음을, 통계와 객관적 사실로는 인간을 판단할 수 없음을 보여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기술의 발달에 따라 범죄자들의 수법은 점점 더 교묘해진다는 데 있었어요.

수사를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는 게 문제였죠.

소설 속에서도 영장이나 개인 정보로 인해 허가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지만 AI는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제제 없이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는 걸 보여줘요.

무조건 배제할 게 아니라 도움이 되는 부분은 쿨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 서로에게 윈윈해야겠죠.

이 소설은 내용 전개가 빠른데 날짜와 시간을 표시해 줌으로써 그 느낌을 더해주는 거 같았어요.

특히나 중간중간 납치당한 인물이 처한 상황이 짧게 나오는데 엄청 긴장감 넘치더라고요.

읽으면서 계속 미드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생각했는데 아마도 시리즈로 나오려나 봅니다.

작가님이 두 번째 이야기를 집필 중이라고 하네요.

다음이야기 너무 기대됩니다. 빨리 출간되었으면 좋겠어요~

긴 추석 연휴 부담 없이 재밌게 읽을 소설로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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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반짝이는 정원
유태은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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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는 그림책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을 소개합니다.

저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막내딸과 저희 아버지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큰 정원을 가꾸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란 손녀는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며 식물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아가요.

할아버지는 난초를, 손녀는 모란꽃을 좋아했는데 생일날 할아버지로부터 모란꽃 화분을 선물받게 되죠.

언제나 그대로 일 것 같았지만 꽃이 자란 만큼 아이도 쑥쑥 자랐어요.

아이는 자신이 커가는 모습을 식물에 비유해 이야기하는데 그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내가 새싹만큼 작았을 때... 해바라기만큼 자랐을 때... 나무만큼 자랐을 때...'

할아버지는 마당이 없는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고, 손녀 또한 도시로 떠나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손녀는 결혼을 해 딸아이를 낳고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데요.

강아지도, 사람도 모두 변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모란꽃!

손녀와 할아버지는 꽃을 볼 때마다 서로의 추억을 회상하지 않을까요?

거리가 멀어 자주 찾아뵙지 못하지만 아버지가 매일 정원에 핀 꽃 사진을 잊지 않고 보내주시고 계세요.

저에겐 책 내용처럼 함께 하는 듯 위로가 되더라고요.

막내딸 5살 때쯤 아버지가 직접 찍어주신 사진인데 아이도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책에서 증손녀까지 볼 정도로 정정하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놀랍기도 했는데 저희 아버지도 이렇게 오래 사셨음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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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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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제목이 눈에 띄는 이경 작가님의 소설집이 출간되었어요.

작가님의 인터뷰와 하나의 작품이 수록된 샘플북을 받았는데요.

표제작이 실려있는 줄 알았는데 어므나 세상에... 더 긴 제목의 다른 작품이더라고요.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와~ 제목 한번 정말 기네요.

일단 눈에 띄어야 호기심이 생겨 읽고 싶어질 거라는 작가님의 말에 웃음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근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누군가요?

스웨덴 출신 배우라고 하는데 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네요.

아마도 멋진 남자 배우겠죠~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주)베이비케어에서 만든 젖병 소독기 보틀스에 탑재된 AI였는데요.

사용자의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가장 선호할 만한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해요.

그렇다면 사용자들마다 AI의 모습이 다르겠죠?

읽어보니 주인공 미주의 최애 배우가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딱히 아닌 거 같던데... 만약 제가 이 소독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어떤 인물이 나올까 궁금해지네요.

젖병 소독기에 AI라니 뭔가 엄청난 기능이 있을 것 같았는데 소독 기능과 진행 상황, 소독기 안에 남은 젖병의 개수를 알려주는 게 다였어요.

음성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해 보이는데 왜?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네요.

그러다 이 제품을 만들게 된 베이비케어 CEO의 글이 여섯 페이지 정도로 나오는데요.

너무나 공감이 되면서 가슴속부터 울컥하는 게 세 아이들 키우며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속마음을 쓸어 주듯 엄청난 위로를 받았어요.

'나만 느끼는 스트레스고 어려움인가?'라 생각하며 꾹꾹 눌러 속으로만 담기 바빴거든요.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지금, 손은 덜 갈지 몰라도 부모로서 받는 또 다른 스트레스는 여전한 거 같아요.

"인공지능과 몇 분 떠든다고 괴로움이 해소될 리는 없습니다.

가벼운 기분전환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하루 중 단 몇 분 만이라도 아기와 관련되지 않은 화제로 목적 없이 수다를 떨거나 속을 털어내기도 하고, 그러면서요."

당연하지만 또 당연하지 않은 세상 모든 부모님의 돌봄 노동에 대한 작가님의 신랄한 이야기에 응어리져 있던 마음이 뻥 뚫린 듯합니다.

다른 이야기들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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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수명 시네마
노유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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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조기에 발견해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학교에서도 자유학년제를 도입해 진로 탐색을 도와주죠.

어린 나이에 해야 하는 직업 선택의 어려움은 어른이 되어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런데 내가 가진 직업에 수명이 있다면 어떨까요?

수명이 짧다면 바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면 괜찮을까요?

'기대 수명 시네마'에서는 직업의 기대 수명을 측정하고, 기록을 보관하며, 직업 영화를 볼 수도 있는데요.

오직 사원증이나 경력서, 또는 명함으로 직업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한정되어 있어요.

물론, 몇몇 특별한 날에는 '직업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다고 해요.

상영관 뿐 아니라 직업 봉안실이라는 곳도 있는데 봉안실이라고 하니 왠지 죽음이라는 단어가 함께 연상되어 좀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알바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연기자의 꿈을 잃지 않았던 11년 차 배우 지망생, 송세린.

살갑게 다가왔던 후배가 자신보다 먼저 캐스팅되면서 극단을 나오게 되는데요.

우연히 도착한 곳엔 지금껏 본 적 없는 '기대 수명 시네마'라는 오래된 극장이 있었어요.

직업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이곳에 무직자 세린의 등장은 굉장히 특별한 경우였는데요.

점장이 찾은 배우 송세린의 직업 카드에는 역시나 기대 수명 0년이라는 믿기 힘든 숫자가 적혀 있었지요.

재능도 없으면서 꿈만 꿀 때 나온다는 기대 수명 0년!

세린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기대 수명 시네마의 재연배우가 되기로 합니다.

기대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사라진 실종자의 직업 DNA에 연결해 그들의 세계관으로 들어가 그 사람을 대신해 기대 수명이 사라진 이유를 밝혀내는 일인데요.

미제 사건을 하나씩 해결하던 어느 날 세린은 그렇게도 그리던 아빠의 비밀에 대해 듣게 됩니다.



영어 교사, 파티시에, 독립운동가, 디지털 전략 기획가, 변호사 등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들이 단편으로 나오는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직업의 수명은 외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부분이 많아요.

10년이라는 수명을 받았어도 내 건강이 안 좋거나 사고를 당한다면 그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죠.

책 속에서도 정말 다양한 직업들이 나오지만 하나같이 강조하는 건 자신의 선택을 믿고, 즐기며 다른 이들과 함께하며 나아가는 거라 이야기해요.

지금 중학생, 초등학생, 유치원생이 다 있는 저희 집은 아이들이 각자 하고 싶은 것도 다 달라요.

아이들 진로가 확실해서 좋겠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사실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드는 건 마찬가지 더라고요.

요즘은 워낙 정해진 직업이 없는 시대라 잘하고 좋아하고 즐긴다면 반은 성공이라는데 말이에요.

아이들이 많아 그런지 특성화 고등학교의 소민이와 아나운서 엄마를 둔 은율이의 사연이 유독 더 눈에 들어왔네요.

엄마에게 다시 용기를 주고 싶었던 은율이... (위 사진 마지막 대사)

아니 근데 정말 유치원생 맞냐고요~ 어쩜 저런 말을 쓸 수 있는 건지 눈물이 다 났네요.

직업 기대 수명 0년이었던 세린의 카드가 과연 어떻게 변했는지가 가장 궁금했었는데 여기에도 반전이 있을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어요.

어떤 직업보다도 중요한 건 나 자신의 마음가짐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되겠어요.

요즘 힐링소설에 많은 장소들이 등장하는데 사람들에게 즐거움, 기쁨 때론 무서움도 주는 극장이라는 공간이 소설의 내용과 너무 잘 맞았던거 같아요.

판타지와 감동적인 이야기가 결합된 멋진 힐링 소설! 꼭 읽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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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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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이야기가 가득해 창비의 Y시리즈를 참 좋아하는데요.

이번 <네가 있는 _요일>은 정말 취향 저격이었네요.

끝나는 게 아쉬워 어찌나 아껴 읽었는지 몰라요.

7명의 쌍둥이가 한 사람의 신분으로 각자의 요일을 살아가는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와 비슷한가 싶기도 했는데요.

이 소설은 7명의 전혀 다른 사람이 하나의 몸을 공유해 정해진 요일에만 생활하는 인간 7부제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자원 고갈과 식량난으로 인한 강제적인 인구수 조절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성인이 되는 17세 이상의 거의 모든 사람이 일곱 명씩 보디 메이트로 묶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담금을 지불할 수 있는 재력가들은 온전한 몸을 유지한 채 살아갈 수 있는 365가 될 수 있었어요.

공유되는 몸 하나만 남겨지고 나머지 6명의 신체는 뇌를 제외하고 모두 폐기되는데요.

데이터 센터에 보관된 뇌는 자신의 정해진 요일에만 공유 몸을 사용해 오프라인에서 생활하고, 그 외의 요일에는 '낙원'이라 불리는 가상의 세계에서 지낼 수 있었어요.

정신, 생각, 믿음, 상상력이 감각을 지배하는 낙원은 자신이 실제 오프라인에서 경험해 본 음식의 맛이나 고통 등을 완벽히 재현하기도 했어요.

뭐든 원하는 데로 할 수 있었기에 365에게도 낙원은 인기 있는 곳이었어요.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인간 7부제의 삶보다 모든 요일을 오롯이 살아가길 바랐는데요.

재력가가 아니어도 임신부나 36개월 미만 아이를 양육하는 자, 의료진 같은 사회 필수 인력 역시 예외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인구 감축을 하는 순간에도 출산으로 인한 혜택이 줄어들지 않는 걸 보면 다음 세대를 이어가려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핵심 이야기는 수요일을 사는 수인 현울림과 화인 강지나의 끝없는 악연에 관한 건데요.

학창 시절부터 좋지 않았던 이들의 관계는 불법으로 낙원 접속을 시도하려는 강지나의 사고로 영영 틀어지게 되었죠.

365의 삶을 살 수 있었던 강지나는 그때의 일로 시력을 잃게 돼 7부제의 삶을 선택하게 돼요.

필연 같은 우연으로 보디 메이트가 된 지나와 울림!

울림보다 하루 전, 보디를 사용하는 지나는 엉뚱한 곳에 있거나 술을 많이 마시는 등 울림을 조금씩 괴롭히기 시작하는데요.

그저 무시하며 넘겼던 일들이 드디어 자신의 생일날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큰 사고로 이어지고 맙니다.

현울림과 친구들, 불법 브로커가 펼치는 스펙터클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요.

사랑과 우정을 꽉꽉 담아 어디 하나 빈틈이 없었네요.

수인은 볼 수 없던 다른 요일들의 풍경들도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강지나의 결말이 정말 궁금했는데 상상도 못했던 모습이었지만 나름 통쾌하기도 했네요.

감옥에서 또 떵떵거리며 사는 모습을 보느니 그보다 훨씬 나은 결말이었어요.

뇌만 가지고 다른 사람의 몸으로 사는 건 어떤 느낌일지 감히 상상도 못하겠어요.

여기 나오는 울림과 친구들은 그들의 보디가 바뀌어 외모가 변해도 금방 적응하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거든요.

단지 나의 하루를 위해 보디 메이트의 괴롭힘을 참아낼 수 있을지, 평생을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너무 불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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