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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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이야기가 가득해 창비의 Y시리즈를 참 좋아하는데요.

이번 <네가 있는 _요일>은 정말 취향 저격이었네요.

끝나는 게 아쉬워 어찌나 아껴 읽었는지 몰라요.

7명의 쌍둥이가 한 사람의 신분으로 각자의 요일을 살아가는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와 비슷한가 싶기도 했는데요.

이 소설은 7명의 전혀 다른 사람이 하나의 몸을 공유해 정해진 요일에만 생활하는 인간 7부제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자원 고갈과 식량난으로 인한 강제적인 인구수 조절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성인이 되는 17세 이상의 거의 모든 사람이 일곱 명씩 보디 메이트로 묶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담금을 지불할 수 있는 재력가들은 온전한 몸을 유지한 채 살아갈 수 있는 365가 될 수 있었어요.

공유되는 몸 하나만 남겨지고 나머지 6명의 신체는 뇌를 제외하고 모두 폐기되는데요.

데이터 센터에 보관된 뇌는 자신의 정해진 요일에만 공유 몸을 사용해 오프라인에서 생활하고, 그 외의 요일에는 '낙원'이라 불리는 가상의 세계에서 지낼 수 있었어요.

정신, 생각, 믿음, 상상력이 감각을 지배하는 낙원은 자신이 실제 오프라인에서 경험해 본 음식의 맛이나 고통 등을 완벽히 재현하기도 했어요.

뭐든 원하는 데로 할 수 있었기에 365에게도 낙원은 인기 있는 곳이었어요.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인간 7부제의 삶보다 모든 요일을 오롯이 살아가길 바랐는데요.

재력가가 아니어도 임신부나 36개월 미만 아이를 양육하는 자, 의료진 같은 사회 필수 인력 역시 예외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인구 감축을 하는 순간에도 출산으로 인한 혜택이 줄어들지 않는 걸 보면 다음 세대를 이어가려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핵심 이야기는 수요일을 사는 수인 현울림과 화인 강지나의 끝없는 악연에 관한 건데요.

학창 시절부터 좋지 않았던 이들의 관계는 불법으로 낙원 접속을 시도하려는 강지나의 사고로 영영 틀어지게 되었죠.

365의 삶을 살 수 있었던 강지나는 그때의 일로 시력을 잃게 돼 7부제의 삶을 선택하게 돼요.

필연 같은 우연으로 보디 메이트가 된 지나와 울림!

울림보다 하루 전, 보디를 사용하는 지나는 엉뚱한 곳에 있거나 술을 많이 마시는 등 울림을 조금씩 괴롭히기 시작하는데요.

그저 무시하며 넘겼던 일들이 드디어 자신의 생일날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큰 사고로 이어지고 맙니다.

현울림과 친구들, 불법 브로커가 펼치는 스펙터클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요.

사랑과 우정을 꽉꽉 담아 어디 하나 빈틈이 없었네요.

수인은 볼 수 없던 다른 요일들의 풍경들도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강지나의 결말이 정말 궁금했는데 상상도 못했던 모습이었지만 나름 통쾌하기도 했네요.

감옥에서 또 떵떵거리며 사는 모습을 보느니 그보다 훨씬 나은 결말이었어요.

뇌만 가지고 다른 사람의 몸으로 사는 건 어떤 느낌일지 감히 상상도 못하겠어요.

여기 나오는 울림과 친구들은 그들의 보디가 바뀌어 외모가 변해도 금방 적응하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거든요.

단지 나의 하루를 위해 보디 메이트의 괴롭힘을 참아낼 수 있을지, 평생을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너무 불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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