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수명 시네마
노유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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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조기에 발견해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학교에서도 자유학년제를 도입해 진로 탐색을 도와주죠.

어린 나이에 해야 하는 직업 선택의 어려움은 어른이 되어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런데 내가 가진 직업에 수명이 있다면 어떨까요?

수명이 짧다면 바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면 괜찮을까요?

'기대 수명 시네마'에서는 직업의 기대 수명을 측정하고, 기록을 보관하며, 직업 영화를 볼 수도 있는데요.

오직 사원증이나 경력서, 또는 명함으로 직업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한정되어 있어요.

물론, 몇몇 특별한 날에는 '직업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다고 해요.

상영관 뿐 아니라 직업 봉안실이라는 곳도 있는데 봉안실이라고 하니 왠지 죽음이라는 단어가 함께 연상되어 좀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알바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연기자의 꿈을 잃지 않았던 11년 차 배우 지망생, 송세린.

살갑게 다가왔던 후배가 자신보다 먼저 캐스팅되면서 극단을 나오게 되는데요.

우연히 도착한 곳엔 지금껏 본 적 없는 '기대 수명 시네마'라는 오래된 극장이 있었어요.

직업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이곳에 무직자 세린의 등장은 굉장히 특별한 경우였는데요.

점장이 찾은 배우 송세린의 직업 카드에는 역시나 기대 수명 0년이라는 믿기 힘든 숫자가 적혀 있었지요.

재능도 없으면서 꿈만 꿀 때 나온다는 기대 수명 0년!

세린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기대 수명 시네마의 재연배우가 되기로 합니다.

기대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사라진 실종자의 직업 DNA에 연결해 그들의 세계관으로 들어가 그 사람을 대신해 기대 수명이 사라진 이유를 밝혀내는 일인데요.

미제 사건을 하나씩 해결하던 어느 날 세린은 그렇게도 그리던 아빠의 비밀에 대해 듣게 됩니다.



영어 교사, 파티시에, 독립운동가, 디지털 전략 기획가, 변호사 등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들이 단편으로 나오는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직업의 수명은 외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부분이 많아요.

10년이라는 수명을 받았어도 내 건강이 안 좋거나 사고를 당한다면 그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죠.

책 속에서도 정말 다양한 직업들이 나오지만 하나같이 강조하는 건 자신의 선택을 믿고, 즐기며 다른 이들과 함께하며 나아가는 거라 이야기해요.

지금 중학생, 초등학생, 유치원생이 다 있는 저희 집은 아이들이 각자 하고 싶은 것도 다 달라요.

아이들 진로가 확실해서 좋겠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사실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드는 건 마찬가지 더라고요.

요즘은 워낙 정해진 직업이 없는 시대라 잘하고 좋아하고 즐긴다면 반은 성공이라는데 말이에요.

아이들이 많아 그런지 특성화 고등학교의 소민이와 아나운서 엄마를 둔 은율이의 사연이 유독 더 눈에 들어왔네요.

엄마에게 다시 용기를 주고 싶었던 은율이... (위 사진 마지막 대사)

아니 근데 정말 유치원생 맞냐고요~ 어쩜 저런 말을 쓸 수 있는 건지 눈물이 다 났네요.

직업 기대 수명 0년이었던 세린의 카드가 과연 어떻게 변했는지가 가장 궁금했었는데 여기에도 반전이 있을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어요.

어떤 직업보다도 중요한 건 나 자신의 마음가짐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되겠어요.

요즘 힐링소설에 많은 장소들이 등장하는데 사람들에게 즐거움, 기쁨 때론 무서움도 주는 극장이라는 공간이 소설의 내용과 너무 잘 맞았던거 같아요.

판타지와 감동적인 이야기가 결합된 멋진 힐링 소설! 꼭 읽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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