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코인 세탁소 서사원 일본 소설 3
이즈미 유타카 지음, 이은미 옮김 / 서사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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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도서서평 입니다.

이즈미 유타카는 제11회 소설현대장편 신인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작가로,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를 통해 첫 번째 힐링 소설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일상적이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요코하마의 풍경과 인간관계의 따뜻함을 생생히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줍니다.

일본 요코하마는 항구도시로 소금기가 많은 바람 탓에 세탁업이 발달한 지역입니다. 소설의 주요 무대인 세탁소는 사람들의 사연과 감정을 빨래처럼 씻어내고 정리하는 곳으로 묘사됩니다. 작가는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를 통해 “작은 변화와 일상이 주는 힘”을 보여줍니다. 무리한 응원이나 과도한 위로 없이, 세탁소라는 평범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느리고 담백한 회복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삶의 온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요코하마는 언제나 꿀꿀한 기분을 싹 날려주는 기운 넘치는 바람이 불지요."

작품은 요코하마라는 도시의 특성과 매력을 생생히 묘사하며 독자를 그곳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차이나타운의 번잡함,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 오래된 건축물들까지, 요코하마의 풍경은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합니다.

코인 세탁소라는 공간도 특별합니다. 빨래를 돌리는 동안 잠시 쉬어가는 공간인 이곳은,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무대로 기능합니다. 이는 인물들의 내면을 정리하고 치유하는 상징적 장소로 작용합니다. 빨래라는 행위는 누구나 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위안과 정리는 소설 속 인물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는 독자에게도 세탁소가 곧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구깃구깃해진 인생을 조금씩 펴고 싶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품이 많이 들어도 괜찮으니, 손바닥을 펼쳐서 쓰다듬듯이 살살 천천히."

주인공 아카네는 번아웃 상태로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다가 세탁기 고장이라는 소소한 사건을 계기로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를 찾게 됩니다. 그곳에서 점장 마나를 만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아카네는 천천히 삶의 리듬을 되찾아 갑니다. 빨래라는 일상적 행위를 통해 인생의 구김을 조금씩 펴는 과정은 독자에게 묵직한 감동을 줍니다.

특히 점장 마나가 아카네를 비롯해 세탁소를 찾는 손님들에게 전하는 조언들은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빨래는 제때, 제대로 말려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조언은 삶의 작은 습관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합니다.

이 작품은 마음이 괴로울 때조차 해야 하는 단순한 일들—빨래하기, 밥 먹기, 나가기—의 중요성을 조명합니다. 세탁소에서 빨래를 하며 깨끗한 옷을 건조기에 돌리는 것만으로도 삶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위로의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삶의 복잡한 문제를 과장되게 다루지 않아 오히려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를 찾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갓 자취를 시작한 대학생, 가정폭력으로 상처 입은 청소년, 반려자를 잃은 노인 등 각자의 사연을 지닌 이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따스하며, 독자의 마음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워킹맘에게 "합성섬유가 섞인 옷이 관리도 수월하고 더 튼튼하다"고 조언하거나, 가출 청소년에게 새 티셔츠를 내어주는 장면은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들은 아카네와 마나를 통해 위로를 받으며 조금씩 삶을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지켜보며 독자 자신 역시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둔 감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이 소설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억지로 결말짓거나 과도한 희망으로 치장하지 않는 점은 신선합니다. 이는 삶이 항상 완벽하지 않으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어쩌면 지금과 같은 순간들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장 큰 미덕은 조급하거나 과도하게 감정을 끌어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나는 상처 입은 이들에게 “괜찮아질 거야”라고 위로하지 않습니다. 대신, “학교 구내식당을 가서라도 꼭 밥은 챙기라”고 말하거나, “빨래는 제대로 말려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조언합니다. 이런 소박한 말들은 직설적인 위로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소설은 인생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일상의 단순한 행위를 통해 마음의 평온을 되찾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이 책은 서둘러 웃지 않아도 괜찮으며, 천천히 삶을 정리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으면 된다고 조용히 응원합니다.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책입니다. 빨래처럼 우리의 삶도 완벽하지 않지만, 서서히 펴가며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줍니다.

지친 하루 끝에 책을 읽으면 마치 코인 세탁소의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따뜻한 옷을 기다리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요코하마의 바람처럼 가볍게, 그리고 따스하게.

이 책을 읽으며 당신도 구겨진 마음을 살짝 펴보고 싶다면,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는 당신의 곁에서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완벽히 해결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삶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속삭이는 이 소설은 독자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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