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머더 클럽
로버트 소로굿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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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소로굿은 영국의 미스터리 드라마 '낙원에서의 죽음'의 시나리오 작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 드라마는 2011년 첫 방영 이후 꾸준히 시즌을 갱신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소로굿의 첫 소설인 "말로 머더 클럽"은 그의 독창적인 상상력과 추리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출간 이후 많은 추리 소설 팬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TV 드라마와 소설 양쪽에서 보여주는 그의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인물 구성력은 독자들에게 친근하고도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합니다.

작품을 이해하는 데 특별한 배경 지식은 필요하지 않지만, 고전적인 추리 소설이나 아마추어 탐정에 대한 기본적인 친숙함이 있다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의 배경이 된 말로는 영국의 버킹엄셔에 있는 실제 마을로, 소로굿은 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장소를 살인 사건의 무대로 설정해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작품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 시리즈나 리처드 오스먼의 '목요일 살인 클럽'처럼 일상 속의 평범한 인물들이 범죄에 도전하는 전통적인 영국식 미스터리의 계보를 잇고 있습니다. 소로굿은 독자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와 그들의 진솔한 관계를 통해 현대 추리소설에서 보기 드문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 냅니다.


"말로 머더 클럽"은 평범해 보이는 77세의 할머니 주디스와 친구들이 연쇄 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엉뚱하고도 독창적인 방식으로 추리를 펼쳐가는 이야기입니다. 77세의 주디스 포츠를 중심으로 벡스와 수지가 힘을 모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세 여성의 특별하면서도 현실적인 모습이 돋보이는 추리 소설입니다.

주디스, 벡스, 수지는 50대 후반부터 70대에 이르는 나이로, 사회적으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이 점을 역으로 활용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평범한 ‘노년 여성’인 이들은 사람들의 무관심 덕분에 오히려 눈에 띄지 않게 사건의 실마리를 쫓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안 보여요. 마흔 넘은 여자들은 아무도 신경 안 써요”라는 말은 그들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음을 역으로 활용하는 심리적 강점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평범해 보이는 중년 여성들이 과감히 범인을 추적하며, 세상이 그들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논쟁까지 던지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주디스는 총명하고 통찰력 넘치는 할머니로, 오지랖 넓은 성격에 십자말풀이 출제자라는 직업적 특성을 살려 작은 단서들을 짚어냅니다. 개성 강한 개 산책꾼 수지와, 가정을 돌보며 살던 벡스는 탐정이 아닌 듯 탐정처럼 활약하게 됩니다. 세 인물은 처음엔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사건을 통해 각자만의 능력을 발휘하며 팀으로 결집합니다.

특히 주디스는 📌"아주 작고 풍만한 몸집에 마구 헝클어진 흰머리를 한 70대 후반의 여성이 맨몸에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망토를 두르고 거실 창 앞에 선 모습"이란 묘사처럼 거실 창 앞에 서는 모습에서 그의 엉뚱하면서도 용감한 성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독특한 활약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인물들을 더욱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게 만듭니다.

소설은 흔히 볼 수 있는 경찰 추리물과는 다른 매력을 지닙니다. 경찰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직접 나선 주디스는 동료들과 함께 사건을 철저히 파헤치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진실에 다가갑니다. 범죄자들이 간과한 작은 단서와 사람 간의 관계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경험과 감각이 유감없이 드러나죠. 경찰의 대응과 이들의 해결 방식은 한층 독특한 대조를 이루며 사건에 대한 몰입감을 높입니다.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조사하면서, 주디스와 벡스, 수지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개인적인 치유와 우정을 쌓아가며 이웃들과의 관계 또한 새롭게 정립합니다. 이들은 사건 해결의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찾아가며, 이웃과의 끈끈한 관계 속에서 인간적인 정을 되찾게 됩니다. 이 같은 이야기는 이웃 간의 불신이 짙은 현대 사회에서 마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로버트 소로굿은 평범한 중년 여성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평범함의 특별함’을 이야기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환기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종종 보이지 않는 존재로 여겨지는 나이 든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특성을 오히려 강점으로 삼아 사건의 중심에서 활약하게 됩니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세상이 무심코 지나치는 인물들이 오히려 진정한 용기와 정의감을 지녔음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 삶 속에서 일어나는 작지만 중요한 변화와 성장이야말로 가장 큰 모험일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말로 머더 클럽"은 추리 소설이 주는 서스펜스와 동시에 웃음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런던 외곽의 아름다운 마을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사건에 대담하게 맞서는 이들이 보여주는 연대와 용기, 그리고 유쾌한 기지는 따스한 여운마저 남깁니다. 특히 사회의 편견을 깨고, 한계에 도전하며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이들의 삶의 방식은 특히 중년 이상의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줄 것입니다.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용기와 유머,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 책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특별함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드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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