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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하는 삶 - 무위에 대하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4년 10월
평점 :
한병철은 독일에서 활동 중인 철학자로,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철학과 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피로사회', '시간의 향기' 등을 통해 자본주의의 피로, 성과주의 사회의 폐해를 비판적으로 분석해왔으며, 현대인의 불안과 피로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해 왔습니다. 이번 책에서도 그는 '무위'라는 개념을 통해 성과와 자극에 의해 피폐해진 현대 사회에 대해 새로운 철학적 대안을 제안합니다.
책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철학에서 시작된 '관조적 삶'의 개념, '성과 사회'와 '비타 악티바'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성과 사회란 개인이 끊임없이 경쟁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 아래 놓인 현대 사회의 현실을 뜻합니다. 이러한 압력은 자아 소진과 고립을 초래하며, 진정한 자기 실현이 아닌 외적인 성과에 의한 자아 상실을 야기합니다. 또한, 한나 아렌트의 '비타 악티바' 개념을 아는 것이 유용합니다.
한나 아렌트는 ‘행위’를 인류의 본질로 보았으나, 한병철은 이를 넘어 성과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관조’와 ‘무위’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인간이 사회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갖는 존재 방식을 의미하며, 본서에서 한병철은 이에 대한 비판을 통해 관조적 삶, 즉 '비타 콘템플라티바'를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또한, 세잔의 예술이나 장자의 무위사상을 이해하는 것도 책의 주제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병철 저자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현대인들에게 "더 이상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현대 사회는 일상마저 효율성과 성과를 기준으로 재단하며, 관조와 무위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이를 비판하며, 진정한 삶의 행복과 평화는 '행위를 하지 않는' 순간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합니다. 관조적 삶을 통해 우리는 인간 존재의 진정한 찬란함을 되찾을 수 있으며, 이는 인간 실존의 본질을 다시금 바라보게 한다는 그의 철학적 입장이 돋보입니다.
한병철의 "관조하는 삶"은 현대 사회가 과잉 자극과 생산성에 대한 집착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인간이 진정한 행복과 내면적 성장을 되찾기 위해 무엇을 바라보고 멈춰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철학적 논의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가 놓치고 있는 본연의 삶의 의미를 성찰하도록 안내하며, 고대 그리스 철학자부터 낭만주의 사상가, 그리고 현대 철학자들까지 다양한 철학적 전통을 통해 '무위(無爲)'의 가치를 설명합니다.
또한 끊임없는 성취와 소비에 몰두한 현대인들에게 무위의 가치를 상기시키며, 생산과 행위에 집착하지 않는 '관조적 삶'이야말로 인간 실존의 본질적인 행복과 진정한 삶의 형태라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무위'가 결핍을 메우기 위한 강박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관조와 깊은 내면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책은 일상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관조'를 통해 진정한 삶의 풍요로움을 깨닫게 합니다.
📌“모든 것이 단기적이고, 호흡이 짧고, 근시안적으로 되어버린 이 서두름의 시대에 무위는 희귀하다. 우리는 기다릴 끈기가 없다.”
현대의 삶이 지나치게 빠르게 움직이며 ‘기다림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음을 지적한 부분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무위’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무위”는 우리 삶을 본래의 방식으로 되돌리기 위한 적극적인 선택으로,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감각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무위를 하나의 행위로 바라보며, 그것이 인간 실존의 근본적인 모습임을 강조합니다. 현대 사회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성취해야 한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러한 욕망은 우리 삶의 여유와 고요를 빼앗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성과 강박’이야말로 우리가 지금껏 쌓아온 문명 그 자체를 뒤흔드는 원인이라고 진단합니다.
📌“관조하는 삶 없는 행위하는 삶은 눈먼 삶이다.”
저자는 한나 아렌트의 ‘비타 악티바(행위하는 삶, Vita Activa)’ 개념을 반박하며 무위와 관조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아렌트가 ‘행위하는 삶’을 통해 인간은 정치적 존재로서 자기 존재를 증명한다고 본 반면, 한병철은 오히려 현대 사회가 “행위의 과잉” 상태에 빠져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많은 인간의 행위는 효율성과 생산성만을 목표로 하기에 무의미하며, 이는 인간성을 위협할 뿐입니다. 오히려 무위와 같은 사유와 관조의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한병철은 아렌트의 비타 악티바에 대해 대립적 입장을 취하며, 현대의 불안정한 사회가 무위를 통해 진정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세잔의 무위의 풍경은 인간화된 자연과 결별하고 인간화되지 않은 사물들의 질서를 재건한다.”
또한 작가는 자연을 인간이 활용하는 자원이나 수단으로 삼는 태도가 오히려 자연에 대한 폭력이라고 설명하며, 이는 인간이 자연을 착취하고 소모하는 근대적 사고의 한계를 드러낸다고 지적합니다. 자연에 대한 “무위적 접근”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자연과 조화롭게 존재하는 것입니다. 자연을 인간의 목적을 위해 변형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위적 태도는 자연을 바라보는 새로운 철학적 관점으로 기능합니다. 이런 태도는 자본주의적 사고를 넘어선 무위의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기능으로 이어지며, 무위가 단순히 수동적 상태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화해할 수 있는 ‘문턱’이 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노동과 성과 강제에 무위의 정치를 맞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 정치는 진짜로 자유로운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무위를 단순히 게으름이나 비생산적인 상태로 이해하는 것을 경계하며, 무위가 우리 삶의 회복을 위한 중요한 상태임을 강조합니다. 특히 자본주의는 여가마저도 노동의 연장선으로 여기며, 무위의 가치를 폄하합니다. 저자는 여가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가 아닌, 인간이 진정한 자아를 돌아보고 삶을 음미할 수 있는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사람들이 여가를 “죽은 시간”으로 여기고, 의미 없이 소비할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무위는 존재의 본질적 핵심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삶에 대한 성찰을 이끄는 중요한 통로라고 주장합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은 무위”
무위가 휴식이나 쉼의 상태가 아닌, 오히려 우리가 삶을 되돌아보고 존재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임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사유의 시간을 되찾고, 효율성의 족쇄에서 벗어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무위는 우리를 일상에서 멀어지게 하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인류는 진정한 삶과 만날 수 있습니다. 무위가 삶을 위한 “해독제”이자 인간 본성 회복의 열쇠임을 다시금 강조하며, 무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깊이 있는 통찰의 힘을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관조하는 삶: 무위에 대하여"는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고요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성취와 경쟁에만 매몰된 현대인의 삶에 대해 한병철은 일종의 “철학적 처방”을 제시하며, 무위 속에서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고 말합니다.
행위와 생산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점차 잊혀진 삶의 방식으로, 저자는 이러한 무위가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무위란 진정한 창조의 순간을 열어주는 열쇠이며, 우리 존재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길입니다.
우리는 항상 더 많은 성취와 더 많은 소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간 본연의 평온한 모습, 즉 고요와 여유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성취가 아닌 관조임을 깨닫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의미와 행복을 찾고자 한다면, 일련의 목표와 성취를 쫓는 행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위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우리 삶에 어떤 것이 가장 가치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병철의 이 책은 모든 것이 순간적이고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시대에, 저자가 제시하는 무위는 기다림과 느림, 고요 속에서 피어나는 깨달음을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성과와 경쟁에 지친 독자라면, 책을 통해 자신이 놓쳐온 중요한 가치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한병철의 철학적 사유는 무위라는 존재 방식이 얼마나 깊이 있고 강렬한 삶을 선사할 수 있는지를 묵직하게 전달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 "무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가?"는 자신만의 답을 찾고 삶의 방향을 다시금 고민하게 만드는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