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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팅 데이
이현진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9월
평점 :
이현진 작가는 한국 문학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데뷔한 신예 작가입니다. 그가 그려낸 다크 히어로의 세계는 국내 문학에서는 드물게 반사회적 성향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심리적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능력이 특히 돋보였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의 정의와 윤리적 기준을 재검토하고자 합니다. 작품 속 주인공 희태의 ‘치팅 데이’라는 설정은 인간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과 복수심을 인정하되, 그것이 어떻게 제어되고 사회적 제도 속에서 나타나는지를 보여줍니다. 작가는 선과 악의 경계를 고민하며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유도했습니다.
소설은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 선과 악의 경계와 사회 정의의 실체를 탐구합니다. 이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회색 지대와 초법적 정의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도덕적 상대주의와 사회의 정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야기는 평범한 초등 교사 정희태가 자신의 선을 침범하는 악인들을 처단하며 내면의 반사회적 본성을 해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가 규칙적으로 실행하는 '치팅 데이'와, 예상치 못한 맞대결을 펼치게 되는 또 다른 사이코패스와의 대립은 극도로 긴장감 있는 전개를 이끕니다. ‘치팅 데이’라는 개념은 범죄자의 살인 충동을 정당화하는 독특한 장치로, 작가가 정의하는 ‘악’을 처리하는 그의 방식을 통해 사회적 정의의 개념과 그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작가는 희태의 과거와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그가 왜 ‘치팅 데이’를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폭력은 그가 왜 자기만의 법을 따르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 소설은 스릴러가 아닌,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결과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는 희태의 사고방식이 사회적 규범보다는 개인적인 윤리 기준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희태가 겪는 감정의 결핍과 고립은 그가 평범함을 갈구하면서도 본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는 📌“속여도 되는 날. 내가 다시 착한 아이가 되었다고 믿는 엄마를 속이고”라는 구절처럼 표면적으로는 정상적인 삶을 사는 척하지만, 내면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치명적인 방식으로 발현됩니다. 이와 같이 작가는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며 공감과 비난을 동시에 자아내는 묘미를 선사합니다.
작품은 희태의 치밀한 계획이 예상치 못한 인물, 경찰 한동규에 의해 방해받는 순간 큰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두 사이코패스의 대결은 단순히 선악의 싸움이 아니라, 누구의 정의가 더 강력한지를 놓고 벌이는 심리전으로 발전합니다. 이는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본능과 사회적 가치의 충돌을 궁구하는 무대가 됩니다. 한동규의 등장으로 희태는 자신이 확신하던 정의와 행동의 정당성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되며, 이야기는 보다 복합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이 소설은 희태의 경험을 통해 법과 제도가 모든 부조리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비판합니다. 그는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처벌을 피하는 범죄자들을 응징하며, 그의 행동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특히 📌“법은 그렇게 가해자들을 교화시키지도, 피해자들을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나게 하지도 못한다”는 문장은 법과 정의의 본질적 한계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며, 개인적 정의 실현의 위험성을 동시에 상기시킵니다.
작가는 작품의 후반부에서 희태가 자신의 행동의 의미와 결과에 대한 회의에 빠지는 모습을 통해 다크 히어로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결국 네가 하는 짓 역시 계속해서 또 다른 피해자와 괴물을 만들어 낼 뿐이야”라는 한동규의 말은 희태의 신념을 흔들며, 그가 진정으로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악인과의 대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의롭다고 믿는 행동이 오히려 새로운 폭력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로 작용합니다.
이현진 작가의 "치팅 데이"는 평범함과 기이함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를 도덕과 정의의 혼란 속으로 인도합니다. 작품은 흔히 볼 수 있는 초법적 정의의 다크 히어로 스토리이지만, 한국적 맥락과 작가의 세심한 내면 묘사로 특별함을 더합니다. 희태의 치팅 데이는 스스로에게 허용한 예외일 뿐이지만, 이는 독자로 하여금 정의와 복수의 차이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희태의 행동을 '악'으로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릴 적 겪은 부당함과 트라우마는 그의 심리적 성향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어린 시절 학대받은 경험과 어머니의 교육은 그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인간이 가진 폭력성과 복수심의 뿌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특히 다른 사이코패스 살인마인 한동규는 인간 본성의 다면성을 보여 주며, 폭력과 복수의 악순환을 통해 그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동기와 배경을 강조합니다. 법과 질서가 보호하지 못하는 빈틈을 메우려는 희태의 행동은 법과 도덕의 한계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치팅 데이"는 "악을 처단한다"는 서사에서 벗어나, 이러한 행동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그리고 결국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작가는 각 인물들의 선택과 결과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한동규와의 대립은 희태의 신념에 의문을 던지고, 희태가 자신의 행동을 멈추려는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피해자였다는 거"라는 동규의 말은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인간의 심리를 드러냅니다.
희태의 치팅 데이는 심리적 방출구이며, 그가 사회적 억압과 개인적 욕망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방법입니다. 살인을 정당화하는 그의 사고방식은 법과 정의의 허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특히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내가 세상을 매일매일 조금씩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이라는 구절은 독자로 하여금 정의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요구합니다.
"치팅 데이"는 한국 문학에서 다크 히어로물을 성공적으로 풀어낸 드문 사례로, 미국 드라마 '덱스터'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사이코패스라는 소재를 자극제로 쓰지 않았고, 이를 통해 독자는 희태의 시선을 통해 불편한 진실과 맞닥뜨리고, 끝없는 질문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했습니다.
비록 희태의 행동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에게 동정과 연민이 섞인 복잡한 감정을 품게 만듭니다. 정의와 악,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그 누구의 행동도 절대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음을 깨닫게됩니다.
🌟악을 제거하는 것이 더 큰 선을 위해 필요한 행위인가? 희태의 방식이 불완전한 법체계를 보완할 수 있는가? 결국, 이러한 질문들은 독자로 하여금 현실의 부조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정의와 복수의 경계를 새롭게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희태와 동규가 보여주는 경계 없는 게임은 현실에서도 진정한 정의와 악의 존재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져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