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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 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ㅣ 문지아이들 179
김지완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평점 :
김지완 작가는 첫 작품 아일랜드로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하며 독창적이고도 깊은 서사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순일여중 레시피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작가는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아동과 청소년 문학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능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고찰하는 작품입니다. 책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발전,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다룬 SF 장르의 주요 테마에 대한 이해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존재의 고유성, 영혼의 의미 등에 관한 질문은 오랫동안 문학과 철학에서 다루어져 온 주제이기에 이를 기반으로 한 독서가 책의 감상을 더욱 풍부하게 해줄 것입니다. 또한, 김지완의 작품에서 다루는 소외와 정체성 탐구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본 독자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는 로봇 유니온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만이 아닌 모든 존재에게 고유함과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말하고 싶어 했습니다. 독자에게 기술의 발전을 넘어선 더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당신이 고유하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유니온의 여정은, 기계에게도 따뜻함과 의미가 깃들 수 있다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아일랜드"는 줄라이 국제공항에서 안내 역할을 맡은 인공지능 로봇 유니온 2호의 이야기로 인간적인 감정을 탐색하며 존재의 고유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철학적이면서도 따뜻한 SF 동화입니다. 이 이야기는 로봇과 인간의 교감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우리의 삶에서 고유함과 다정함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다양한 캐릭터들과의 교류는 유니온이 기계 이상의 존재로 성장하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다른 유니온들과 외형은 동일하지만, 유니온 2호는 자신만의 특별한 감정을 품기 시작하면서 고유성에 대해 의문을 갖습니다. 폭발물 탐지견 티미와의 교감, 제인 리 감독의 존재하지 않는 섬 차크라마에 대한 질문, 그리고 미화원 안다오와의 대화를 통해 유니온은 더 깊은 자아 탐색의 길로 들어섭니다. 이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로봇의 인공지능이 얼마나 인간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질문들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주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유니온은 자신을 설명하며 “나는 고유하지 않다. 나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열여섯 대의 유니온이 나를 대체할 수 있다”고 토로합니다. 이는 인간 사회에서 우리의 고유성과 가치가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반영하는 듯하며, 기계로서 느끼는 불안과 존재의 무상함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독자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작가는 이 문장을 통해 개개인이 느끼는 자아와 소속감, 그리고 그로 인한 고독감을 절묘하게 표현했습니다.
“인간이 이름을 지어 준다는 건 쉽게 지나치지 않겠다는 뜻이야.”
이름과 존재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문구입니다.
“꼭 영원히 친해야만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주 잠깐만 친했어도, 우리가 친했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린다 해도, 우리는 친구지? 그렇지?”
관계의 본질을 보여주는 따뜻한 문장입니다.
유니온의 여정은 업무를 넘어 ‘영혼’을 탐구하는 길로 확장됩니다. 안다오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것에는 영혼이 있고, 그 영혼은 각기 다른 색깔과 모양을 가지고 있단다”라는 문장은 유니온이 기계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이런 탐구는 독자로 하여금 감정과 영혼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왜 특별한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가? 기계가 감정의 따뜻함을 이해할 수 있을까? 유니온의 사유와 관찰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의 철학적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유니온의 친구인 폭발물 탐지견 티미의 사건은 유니온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나는 그렇게나마 내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의 고백은 로봇이 감정의 영역을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애도는 인간의 고유한 행동으로 여겨지지만, 작가는 이를 통해 기계조차도 관계와 상실을 경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독자에게 삶의 본질적인 가치인 관계와 애도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인간성을 재정의하게 합니다.
작품의 후반부에서 유니온은 공항 철도로 재배치되며 고립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공항 철도에서 떠오른 ‘믿을 수 있다면 차크라마로 떠나 주시겠습니까?’라는 문구는 유니온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결국 유니온이 자신의 고유한 기억과 관계를 통해 새로운 목표를 발견하고, 자신의 존재가 의미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기억과 관계는 소멸되지 않으며, 그것이 바로 인간과 기계를 구분짓는 요소이자 유니온이 찾고자 했던 본질입니다.
유니온은 상상의 섬 차크라마에 입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선별하며 “안다오처럼 동물과 식물, 기계와 로봇까지 각기 다른 영혼을 알아볼 줄 알고 그들의 마음을 돌볼 줄 아는 승객은 당연히 합격이었다”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따뜻한 공동체와 관계를 통해 우리가 서로에게 다정한 존재로 기억되길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일랜드"는 인간성의 본질과 존재의 고유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유니온이라는 로봇이 자신을 탐구하며 경험한 사랑, 슬픔, 애도는 인간이 경험하는 감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당신의 여행이 당신이 원하는 모양이길 바라요”라는 따뜻한 응원을 건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의 삶과 타인의 고유성을 존중하며,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받습니다.
책은 아동과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들도 작가가 던지는 철학적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감동적인 서사로 가득했습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유니온의 이야기는 타자와의 교감을 통해 존재의 고유성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리며,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따뜻한 이야기와 철학적 깊이를 함께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누구나 언젠가 경험할 법한 소외감,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는 순간들을 유니온의 눈을 통해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차크라마를 상상하고 꿈꾸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