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 달달북다 4
이희주 지음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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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주의 "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는 독특한 감각과 정서로 그려낸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작품은 퀴어 서사와 초현실적 세계를 결합하며, 사랑의 복잡한 본질과 욕망, 두려움, 정체성을 파고듭니다. 짧지만 강렬한 이 단편은 독자에게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선사하며 불안정하기에 더 순수하고 무자비하기에 더 빛나는 사랑을 그려냅니다. 사랑과 욕망의 불안정한 경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순수하고 솔직한 첫사랑을 통해 우리가 감히 정의하지 못했던 사랑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소설은 ‘나루세 소우’와 유령 소년(천사)의 기이한 사랑 이야기를 다룹니다. 교토 출신의 주인공 나루세는 어린 시절 대지진 이후 ‘괴이’(초자연적 존재)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지만, 이 사실을 숨기고 도쿄에서 새 삶을 시작합니다. 어느 날 횡단보도에서 만난 아름답고 신비로운 유령 소년과 나루세는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에는 낯설고 두렵지만, 점차 서로를 탐닉하고 욕망으로 엮이는 감각적이고 감정적인 동거로 발전합니다.

“천사”로 불리는 유령 소년과 나루세는 삶과 죽음, 인간과 괴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관계를 맺습니다. 이들의 사랑은 일방적이거나 소유적인 것이 아닌, 서로의 외로움과 욕망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두려움 속에서도 피어나는 이 사랑은 위태롭지만 찬란한 순간을 그려냅니다. 이는 인간의 감정과 초자연적 존재의 욕망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불가해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작품의 형식은 소우가 누나 ‘아오이’에게 보내는 편지로 구성됩니다. 편지 형식을 통해 독자는 소우의 내면과 그가 경험한 사랑의 모든 순간을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서술보다 훨씬 더 정서적이고 진솔한 인상을 남깁니다. 나루세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숨기며 살아왔지만, 유령 소년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멀쩡한 척하며 사는 데 익숙해졌다”는 소우의 고백은 평범함을 강요받는 사회 속에서 ‘다름’을 숨기며 살아가는 이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반영합니다. 나루세가 누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과정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에 빠진 감정 사이에서의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편지가 단순한 형식을 넘어 나루세의 성장과 자기 발견의 과정임을 상징합니다.


핵심 주제는 사랑과 욕망의 경계입니다. 소우는 유령 소년과의 관계를 통해 단순히 로맨스적 감정 이상의 강렬한 욕망과 소유의 욕망을 경험합니다. 유령 소년은 “죽은 이들의 욕망을 먹으며 살아가는 존재”로 설정되어, 사랑과 욕망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음을 암시합니다. 나루세가 그를 사랑하는 감정은 순수하지만, 그 속에는 자신의 외로움과 결핍을 채우려는 무의식적 욕망이 숨어 있습니다.

또한, 소우가 유령 소년에게 이름을 붙이지 않고 그저 ‘천사’로 남기고 싶어 한다는 설정은 인상적입니다. 이는 상대방을 소유하거나 규정하지 않은 채, 그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자 하는 열망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로맨스가 단순한 소유가 아닌 자유로운 관계 맺기임을 보여주며, 기존의 사랑 서사와 차별화된 지점을 형성합니다.


작품의 전반부에서는 유령 소년과의 만남이 가져오는 두려움이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나루세는 유령 소년을 만지는 감각과 그의 존재를 감지하면서 두려움과 호기심, 사랑과 욕망이 얽힌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감정을 정직하게 마주하며 성장하게 됩니다.

후반부에 이르러 두 사람은 첫 기차 여행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지만, 영원할 수 없는 사랑의 슬픔과 이별의 감정은 이 작품이 사랑의 불완전함과 유한성을 직시하는 깊이 있는 서사임을 보여줍니다.
이희주의 서사는 몽환적이고 감각적입니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도쿄와 교토를 배경으로 한 소우의 내면 세계를 따라가며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경험을 합니다.

특히 “천사의 웃는 얼굴에 기쁨이 묻어 있는 것만으로 어미 새처럼 배가 불렀다”와 같은 문장들은 작품의 감각적 분위기를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들어 줍니다. 비현실적인 설정 속에서 감정의 리얼리티를 찾아내며, 독자에게 사랑의 또 다른 형태를 보여줍니다.


"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는 로맨스 장르와 퀴어 서사를 확장하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초자연적 요소와 퀴어 로맨스를 결합하여, 기존의 사랑 이야기에 새로운 의미와 층위를 더합니다. 연애 감정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소우의 내면 성장과 자기 발견, 두려움과 용기의 여정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또한, 이희주는 이 작품을 통해 로맨스 소설에 대한 도전과 열정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작가가 “사람의 심장을 마구 주무르고 싶다”는 표현에서 엿보이듯, 이 작품은 독자들의 감정을 거침없이 흔들며 깊이 파고듭니다. 이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 이상의 감정적 울림을 선사합니다.

로맨스의 경계를 확장하고 사랑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아낸 이 작품은 두려움과 호기심, 외로움과 욕망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순간들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사랑의 복잡성과 불완전함을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이희주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사랑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감정적 여운을 남기며, 로맨스 서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짧은 분량 속에서도 인간의 감정과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이를 담아낸 이 작품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사랑의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독자들은 작품을 통해 사랑의 새로운 가능성과 형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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