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식 - 우리가 지나온 미래
해원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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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 작가의 세 번째 장편 소설, "아카식: 우리가 지나온 미래"는 스릴러, SF, 판타지, 초능력, 그리고 타임슬립이라는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결합된 작품입니다. 이전 작품들인 '슬픈 열대'와 '굿잡'에서 강렬한 여성 주인공과 현실적인 구원을 그려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보다 판타지적이고 거대한 서사를 통해 비정한 현실을 바꿔야 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특히, 이 작품은 인간의 운명과 시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현실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들이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아카식"은 시작부터 독자를 강렬하게 끌어들입니다. KTX 열차 실종 사고라는 현실적인 설정이 초능력과 시간여행이라는 SF적 요소와 결합되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주인공 선영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고 언니 은희와 함께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아가지만, 언니가 열차 사고와 함께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급격하게 미스터리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이러한 설정은 독자에게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긴장감을 주며, 현실과 초현실이 뒤섞인 독특한 세계관을 창조합니다.



작품 속 선영은 기억을 잃은 상태로 살아가며, 그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탐색합니다. 언니를 찾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와 언니가 전혀 다른 실체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혼란을 겪습니다. 선영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언니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작품의 중요한 축입니다. 이는 단순한 액션 서사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기억과 존재, 그리고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해원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보다 따뜻한 톤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작들에서는 비극적이고 슬픈 구원이 강조되었지만, 이번에는 주인공이 현실을 직접 변화시키며 미래를 바꾸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언니를 찾기 위해 세상을 헤쳐 나가는 선영의 여정은 단순한 구원이 아니라, 세상과 자신을 구원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선영은 단순히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과 사라진 언니를 찾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존재와 운명을 바꿔야 하는 거대한 임무에 맞서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의 비밀을 점점 더 알아가며, 그 안에서 진정한 구원을 찾으려 합니다.

특히, 선영이 가진 튜너라는 능력과 안테나로서의 정체성은 단순한 초능력이 아니라, 아카식 레코드와 연결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는 철학적이고 심오한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시간과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바꿀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바꾸려는 시도가 진정한 구원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작품 내내 지속되며,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인상 깊었던 문장

“튜너로 태어날 확률도 희박한데, 당신은 안테나예요. 30억분의 1이라는 가능성을 뚫고 태어난 겁니다.”


주인공 선영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처음으로 의문을 가지게 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녀가 단순한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라, 사건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운명과 정체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 소설에서 선영은 언니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자신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사람들과의 연대를 배웁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소설의 마지막에서 선영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하며, 독자들에게 따뜻한 여운을 남깁니다.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노스탤지어는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자, 잃어버린 시간과의 재회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정서는 이야기 전반에 걸쳐 흐르며, 독자들에게 감정적인 깊이를 더해줍니다.

작가는 일상적인 배경에서 시작해 점점 더 비현실적인 세계로 독자를 이끌어 가며, 이를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현실의 경계를 서서히 허물어버립니다. "아카식"은 SF, 스릴러, 미스터리, 액션,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자에게 강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특히, 중간중간 벌어지는 총격전이나 첩보 액션 장면은 마치 영화 속 장면을 보는 듯한 스릴을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빠른 전개는 독자들로 하여금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이야기를 더욱 스피디하게 이끌어 갑니다.

또한 데미안이라는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과의 로맨스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적절히 완화해주며, 두 인물 간의 케미는 독자에게 작은 재미를 선사합니다. 하지만 이 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을 차지하지 않고, 전체적인 스토리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더욱 탄탄하게 느껴집니다. 타임슬립과 구원, 초능력과 현실적인 미스터리가 복잡하게 얽힌 이 소설은, 그 자체로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며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특히 주인공 선영의 성장은 이 작품의 중심을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SF와 스릴러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을 놓치지 않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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