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당신 - 뜨겁게 우리를 흔든,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 가만한 당신
최윤필 지음 / 마음산책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뜨겁게 우리를 흔든, 가만한 서름다섯 명의 부고"라는 부제가 달린 책.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이였는데, 이제서야 읽었다. 부고,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글. 누구의 죽음일까.


서른 네명의 부고에 관한 이 책은 그 분들의 삶을 간략하게 말하고 있다. 이런 일을 했던 사람이라는 글. 그리고 그들이 남긴 발자취. 어떤 평가를 기록했다기보단, 돌아가신 분들의 삶을 간략하게 써내려간 담백한 글이다. 누군가는 그분들의 삶이 그닥 공감이 되지 않을 것이고, 어떤 주제는 불편할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이 분들이 삶을 통해 말하고자했던 것에 대한 의지가 꽤나 곧고 분명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분들의 말이 지금 우리 사회를 좀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것이 설령 나를 불편하게 하는 주제일 지라도 말이다. 


요즘 기사에서 많이 보이는 스위스 조력사관련 부분에 대해서 꽤 오래 전부터 말해온 분들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찬반 논쟁이 여전히 뜨겁지만, 나는 감히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부분에 적어도 타인의 평가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보다 완고하게 포함하는 범위에서 존엄사까지. 존엄사 관련 부분에서 놀라웠던 분은 제럴드 라루, 이단자 라루라고도 불렸던 목사이자 종교인이라는 분의 부고 였다. 종교에서는 특히나 죽음에 대한 부분이 꽤나 엄격함에도, 이단자라 불리고 많은 수모와 분노에도 이분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토록 열렬히 천국에 가려는 희망을 피력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신중하고 사려 깊게 이 세상에 머물고 싶어 애쓰는 모습은 사실 좀 우습다. 가정을 떠나 천국에 가려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권리가 도대체 누구에게 있단 말이냐 p.160"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두고, 의학의 발달로 언제까지 마지막 생을 고통에 놓여져야 하는지, 각자는 삶 뿐만아니라 죽음까지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에 다시금 존엄사, 또는 조력사에 대해 생각케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엘리자베스 리비 윌슨 이라는 분 역시 여성의 피임과 조력사에 대해 개인의 권리를 위해 싸운 여성이였다. 누군가 자신의 의견을 짓밟으려는 사람에 대항하여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만약 영국에서 조력자살을 허용했더라면, 가족과 함께 조금 더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병세가 더 악화될 때까지 살수 있었던 이들이 그 시간을 더 보내지 못하고 외국으로 나가야만 했던 현실에 분노했던 인물. 이분들 역시 마지막에 자신의 생을 결정하길 원했고, 가족들은 존중했다. 죽는 순간까지당신의 신념이 분명했기에.


흑인 인권 투쟁을 위해 투쟁했던 몇 안되는 백인 중 하나였던 존 도어. 자연의 보호가 아닌 복원을 꿈꿨던 노스페이스 창업자 더글러스 톰킨스. 어머니의 모성은 희생과 사랑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랑과 증오가 함께 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불가피 하다는 것을 말한 바버라 아몬드. 이 부분은 여전히 아이를 낳은 엄마는 당연히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이 팽배한 요즘, 출산율 저하라는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는 가족 모두와 사회가 함께 해야 하는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우리 모두의 의견이 모아져야 하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 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 '논평의 시선'에 대해 말했던 스텔라영. 이 분의 부고를 읽을때는 스스로를 많이 돌아봤다. 나는 과연 내가 공부하는 교실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는 선생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지.. 어떤 편견이 없더라도, 그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지를 생각케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의 보편적 생각 즉 상식은 과거와 다르다. 지금의 보편이 과거엔 아니였고, 지금의 차별적 시선이 미래에는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차별과 편견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차별과 편견을 다름으로 인정하는 사회.

차별과 편견에 뜨겁게 싸워 그래서 지금의 우리 상식을 만들어낸 이들.

"가만하다 - 움직임 따위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은은하다 - 네이버 사전" 

조용하고 은은했지만 어느덧 우리의 생각 속에 조용하게 자리잡게 한, 지금의 상식이라 부르는 것들을 정착시킨 이들의 부고.

슬프지는 않지만, 이분들의 부고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건 여전히 이분들이 말했던 것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겠지.


10년후 쯤 읽었을때는 이런 모든 주제가 안타깝지 않는 현실이길.


좋은 책!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빙굴빙굴" 이라는 의성어를 들어본 일이 백만년쯤 전이라는 생각이 드는 제목이다.
어렸을때는 저런 단어도 많이 썼던것 같은데, 어떤 모습이나 소리를 듣고 따라해본 적이 언제적이였을까. 제목만으로 예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이였다. 온라인에서 꽤나 유명했던 책이라는 사실은 책을 다 읽고서야 알았다. 


책은 연남동에 사는 빙굴빙굴 빨래방을 이용하는 이들이 빨래방에 놓여진 다이어리를 매개로 각자의 스토리에서 동네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시작은 연남동 파란대문집 할아버지와 진돌이부터. 할아버지 강아지 진돌이가 문이 열리지 않자 밖을 나가지 못해 집의 할아버지 이불에 실수를 했고, 겨울이라 마르지 않는 이불을 들고 동네 빨래방에 방문한다. 그리고 발견한 연두색 다이어리 

"살기 싫다. 사는게 왜 이렇게 힘드냐.p. 26" 
누군가의 힘겨운 고민에 아무도 글을 적어주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적는다.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그렇게 이어지는 또하나의 인연.
미라와 나희. 매일밤 이불이 실수를 하는 나희에게 미라는 화를 내지 않지만, 집의 고장난 세탁기, 전세금 인상으로 인해 갈 곳 없는 현재, 복직조차 불투명한 지금에 미라는 자꾸 지쳐간다. 나희가 실수한 이불을 들고 방문한 빨래방에 자신의 고민 밑에 누군가 정성스럽게 적어준 글을 보고 잠시나마 힘을 얻는데.

이렇게 또 하나의 인연이 시작된다.


그리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버스킹을 하는 하준, 보조작가로 드라마 작가를 꿈꾸지만, 매번 떨어지는 공모에 지쳐가는 여름.
나의 힘듦만큼이나 상대의 힘듦을 이해해주는 각자.

남자친구의 단톡방에 충격을 받은 연우. 그런 연우를 찾아온 고양이 메아리.
동생이 죽기 전 동생의 생명을 앗아간 보이스피싱 범죄단을 쫒는 재열. 드디어 그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들을 쫒기전 동생이 유품으로 남겼던 다이어리를 찾기위해 빨래방으로 향한다. 

그렇게 이어지는 모두의 연결 끈.


 배경은 지금의 서울이지만, 읽어나가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에 우리가 이웃과 말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나가던 오래전의 골목을 떠올리게 한다. 비슷한 집에서 예전보다 더 가까이 살면서도 서로 굳게 닫힌 대문만을 보며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지금이 아니라, 대문모양도 집모양도 다 제각각 이였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안부를 묻던 언젠가가 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어느 순간 만큼은 너무나 철저하게 선을 긋는다. 서로에게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귀찮은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기위해, 관계 속에서도 철저히 혼자가 되어가는 요즘, 왜 이렇게 서로를 찾아내고, 누군가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하고, 나의 온기를 나눠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싶은 책이 인기인지,,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제목만큼이나 빙굴빙굴. 많은 것들이 섞이면서도, 서로를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빨래방의 빨래처럼, 우리도 혼자인것이 외로워 누군가와 빙굴빙굴 섞이며 함께 웃고 싶은 마음이 더 강렬해지는 요즘이여서 그런지도.


가볍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읽히는 책.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주당 DNA 갈아엎기
오창석 지음 / 77page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그냥 읽고 싶었다. 왜 졌는지 알고 싶었다. 

민주당은 작년 대선에서 24만표 차이로 졌다. 고작 24만표. 정말 끝까지 투표결과를 보게했던 대선이였다. 근데 졌다. 부동산의 영향이 이토록 대단했는가.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야할정도로? 그래서 읽은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중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했던 공항에 대한 부분이 제일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고 했을때,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실현되었을 때 왜 그리 비판이 높았는지. 책을 보며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쓰렸다. 정규직화 되었던 직군 자체가 말만 정규직이지, 필수노동 직군이 대다수였고, 어짜피 취준생으로 있었던 사람들이 정규직이라해도 과연 지원했을 직군이였을까.싶었던 부분이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당시 취준생이 가졌을 박탈감은 이해가 되는 바이다. 우리 사회에 배고픔보다 배아픔을 더 견디기 힘든 사회가 되어버린 작금이 더 쓰린 현실이다.


저자의 이야기엔 동의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갸우뚱 했던 부분이 있었다. 세금에 대한 부분. 물론 대선승리라는 실리를 위함이긴했지만, 세금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 다만 이부분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정책이 명확하지 못했고, 그래서 무엇이 더 나은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다는 부분에서는 동의한다.

 그리고 기본소득 문제. 기본소득 이슈가 젊은 층에 반감을 샀다는 부분에서는 젊은 층만을 위한 정치가 아닌다음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서는 나는 이재명 후보가 잘못했다 생각치 않는다. 젊은 층에서 반발이 있을 지언정 사회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언급이 되었어야 했다. 유럽에서는 아직 시행하고 있진 않지만 여전히 뜨거운 논쟁에 있고, 그 논쟁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모르지만 우리도 그 시작점에 서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싶은 이슈라..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주제는 우리나라의 전반을 건드리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저자가 내세운 정책에 대해서는 OK!  사실 무주택, 저출산, 취업문제, 플랫폼 노동자 등등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는 해결이 힘든 이슈들이다. 결국 사회 전체가 갖고 있는 구조의 문제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할지 생각하면 할수록 막막해진다. 그러니 그 수많은 전문가들이 붙어도 해결이 안되는 것이겠지. 하지만 무엇이라도 시작해야 하는 지금에서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절대 동의하는 부분 중 하나 “말 좀 쉽게하자” ㅎㅎㅎ 이말은 정말 백퍼 동감한다. 뭔가 거창해보이기 위해 온갖 영문식 표현을 다 끌어다쓰며 홍보하는데, 실상 들여다보면 뭐야? 싶은 말들이 있다.ㅋㅋ 쉽게 말하자. 쉽고 간략하지만 명확하고 강력하게. 제발. 이건 정치인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아 진짜. 그리고 서민코스프레. 이건 뭐.. 말 안해도 알것 같은데 왜그렇게 선거판만대면 민소매 바람들이신지..


민주당이 우리 사회가 가진 많은 이슈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분석하고 시민들을 그 담론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으면 한다. 뭔가에 흔들리지 말고. 그게 정당이 가진 힘 아닌가. 정권은 5년이지만 정당은 수십, 수백년을 흐른다. 국회 제1당이 가진 힘을 더이상 허비하지 않길 바란다.


이제 1년하고 2개월이 지났다. 이제 겨우.

아. 정말 다시는 이런 무능함을 보고싶지 않다.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우리사회가 가진 담론에 대해 잘 정리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Good!


“우리는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 p.1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티 워크" 제목을 듣는 순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책이다.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책은 내가 생각했던 막연한 사회의 가장 밑바닥이라 불리는 곳의 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였다. "비윤리적"이라는 말이 포함된 일에 관한 내용이였다.

이 책은 우리가 생각치도 못했으나, 우리 사회의 바닥을 받치고 있으면서도, 모두에게 비 윤리적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일을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르포타주이다. 그들에게 가해자는 누구일까.


파트1. 교도소 담장 안에서.

미국은 징벌적 형벌제도가 강화된 나라로 교도소에 갇힌 수감자의 수가 세계 1,2위를 다투는 나라다. 그런 미국 내 교도소 안에서 정신병력을 가진 환자가 제소자로 들어왔을 때, 그들의 치료를 위해 파견되는 치료사와 교도관의 권력관계, 그리고 교도관이 그럴 수 밖에 없는 가혹한 행위의 가해자로 변질 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의 한계를 말한다. 사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 싶긴하지만, 정신 병력을 가진 제소자가 정신병원이 아닌 감옥으로 보내지는 미국 내 이슈, 그리고 그런 제소자를 돌보는데서 오는 물리적 한계 상황이 그 안에서 권력관계를 만들고 피해자를 만들냈음을 말한다. 온수 마사지로 죽어간 수감자, 그 사실을 듣고도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상태에 대한 두려움으로어떤 말도 하지 못한 치료사, 교도소라는 시스템에 의해 가학적으로 변해버린 교도관, 누구도 그 사실에 대해 입을 열지 못한다. 고발해봐야 다치는 것은 고발자 본인과 권력관계의 가장 밑에 있는 사람들 뿐이기에 그러했다. 


파트 2. 드론 화면 넘어

드론 전쟁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파트였다. 드론으로 누군가를 감시하다가, 상부 명령이 떨어지면 그곳에 폭탄을 투하한다. 미국 내에서 화면만으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시스템. 하지만 그 화면속 인물이 정말 테러리스트인지, 아니면 그냥 시민일 뿐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곳에 떨어지는 폭탄으로 인해 누군가는 죽었다는 사실뿐이지 무엇도 정확하지 않다. 누군가는 명령을 내리고, 누군가는 따를 뿐이다. 하지만 그 명령을 이행했고, 그 이후를 본 사람은 결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실제 그 화면을 보고 있는 이는 아니까. 자신이 누른 버튼이 무슨 결과를 초래했는지, 보았으니까. 저자는 이 상흔을 "도덕적 외상"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심리학계에서 널리 인정되는 용어는 아니지만, 이미 그들 사이에서는 갈등과 공포, 분노, 후회등의 감정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하지만 군대는 그런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그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전쟁에 파병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병에 시달림에도 그들의 정신적 피해에대해 미군은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가 나를 죽이려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을수 있다는 사실은 사실 생각해보면 학살과 다를것이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런 학살이 자행되는 상황은 버튼을 누른사람만이 져야하는 걸까.


파트 3.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이 파트는 읽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고, 내장을 제거하고 살점을 바르는 일. 한두마리의 도륙이 아니라 수천 수만마리의 동물이 죽어나가는 환경 속에서 코로나 당시에도 필수노동자라는 명목하에 코로나에 죽어나가는 환경속에서도 일해야했던 이들.  많은 정육공장의 연간 이직률이 100%를 넘어간다는 글 한줄에 그곳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그리고 그것을 매일 봐야하는 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끔찍할지는 감히 상상이 되지도 않았다. 동물을 도륙하는 상황만이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스스로도 위험한 환경에 놓였고, 살이 붓고 찢기고, 병들면서도 화장실 조차 마음편히 갈 수 없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그들은 일해야했다. 그런 곳 외에는 받아주는 곳도 없었기에 그러했다.


더티 워크라고 명명된 일들은 이 사람이 아니여도 할사람이 많으면서도, 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면서, 권력의 관계에서 가장 밑바닥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절대적 약자들이 하는 일을 말함이였다. 마지막 파트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와, 그럴 수 없는 이의 관계란 결국 권력이였다. 나를 대신할 이가 있는가, 아니면 없는가에서 오는 권력. 그 권력이 없는 이들의 이야기.


반전을 부르짖으며 병사들을 모욕하는 이들이 가지는 도덕적 우월감과 같은 모습은 병사들에게 도덕적 외상을 겪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들은 반전시위를 군부대가 아닌 국회와 정부 앞에서 해야하지 않은가. 드론 부대와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침체된 시골, 일할 곳 없는 도시에서 고등학교만 겨우나와 말그대로 먹고살기위해 취업한 사람들이였다. 무슨일인지 그들도 몰랐다. 

비건을 외치며, 동물의 도살에 대한 비난을 내뱉는 시위역시 그 곳의 노동자들이 아니라 그 회사의 본사에서 외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 하나하나가 만들어 낸것이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

미국내 교도소를 읽고 있다보면 1980년대 국가 정화를 외쳤던 군부정권하의 형제복지원이 생각났다. 거리가 깨끗하다는 이유로 잡혀간 부랑자들. 모두가 눈감았기에 일어났던 일 뒤에는 끔찍한 인권유린의 결과만 남았다. 도살장 편을 읽으면서는 미국내 K푸드 1위가 치맥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수많은 이들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닭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드론 전쟁은 조금 더 기술이 발전한다면 인간이 아니라 기계에 의해서 암살이 이뤄지는 더 끔찍한 시대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적인 가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몰랐다는 이유로 우린 죄가 없는 것일까.


이 모든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나는 나치 독일이 행했던 유대인 학살이 생각났다.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할 수 있었던 그 시스템. 그 시스템을 만들고 가담했고, 그것을 묵인했던 모두가 만들어낸 결과 제노사이드. 그 시대를 겪고도 우리는 여전히 비슷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직업은 필수 노동이면서 우리가 만든 이 세상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부조리의 가장 하단에 위치하고, 우리가 모두 외면한 현실 속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였다.

 범죄자 없는 안전한 환경을 위해, 적들로 부터 안전한 나라를 위해, 오늘 내가 먹는 고기 한점을 위해(다수의 공산품에 들어있는 육향에도 고기는 들어간다),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 폰, 컴퓨터를 위해. 우리가 외면했고, 싼 가격을 위해 누군가의 고통을 묵인했던 노동이 있었다. 그 모든 사실뒤에 사람이 있었음을 말이다.


저자는 몰랐다는 변명속에 숨지말라고, 그것역시 가해의 일부임을 말하고 있다. 다만 그런 사실을 비난하기보다 알았으니, 알아달라고, 그리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따뜻하게 말하지만, 그 현실은 정말 아프다.

<어느 독일인 이야기>라는 책에서 괴벨의 비서가 했던 말중 가장 많은 말이 "몰랐어요"였다. 

그 말 뒤에서 계속해서 숨는다면 점점 더 파편화 되어가는 사회가 만들어낼 부조리에 눈감는 순간 더티 워크는 어느날 나의 일이 될지도.


진짜 추천!


"에버렛 휴스가 프랑크푸르트 일기에 묘사한 '수동적 민주주의자'의 무관심도 그런 무력감에서 비롯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념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사회질서를 이루는 대부분의 요소가 그렇듯 더티 워크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티 워크는 법과 정책의 산물이요, 예산 편성의 산물이며, 그 밖에 우리의 가치와 우선순위에 따라 우리가 집단적으로 내리는 여러 결정의 산물이다. 그런 결정 중 하나는, 더티 워크가 무고한 사람들과 환경 만이 아니라 그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끼치는 막대한 위해를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다." p.4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갑자기 읽고 싶어졌던 책. 왜인지는 모르겠다. 베스트셀러 였고, 내용조차 전혀 모르는데, 그냥 제목에 이끌려 오랫동안 장바구니 속에 있던 책이다. 

“외로움”에 대한 책이라고 저자는 말했다는 소개 글을 보면서, 저자는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소비할까.


1952년 마을로부터 떨어진 습지의 작은 오두막에 사는 가족이 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하는 일이 잦고, 술에 취하면 엄마를 때렸다. 엄마는 어느날 아침 구두를 신고, 이마를 스카프로 가린채 떠났다. 막내딸 카야는 엄마가 뒤돌아보고 손을 흔들어주길 바랬지만, 엄마는 그냥 떠났다. 엄마가 떠나고 첫째, 둘째도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났고, 카야의 바로 위 오빠 조디조차도 떠났다. 7살 카야는 혼자 아버지와 집에 남았다.

카야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지만, 엄마의 기억을 떠올리며 집을 청소하고 그리츠를 만든다. 아버지와 거의 마주치지 않지만 아버지는 그래도 가끔은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날은 카야를 데리고 낚시를 가기도 했다. 엄마에게 편지가 온날, 아버지는 다시 술을 먹었고, 어느날부터인가는 집에 오지 않았다.

이제 카야에게는 가족이 없다. 그녀가 평생 살아온 습지, 자연, 그리고 그녀가 그곳에서 채집한 표본만이 그녀의 가족이였다.


 먹을 것이 떨어져 더이상 먹을 것이 없던 날, 카야는 바다에서 홍합을 캐, 점핑에게 가져갔다. 점핑은 카야가 습지에서 살고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 홍합을 사주었고, 그의 아내 메이블은 입지 않는 옷이나 세간살이 등을 카야에게 내주었다. 카야는 그렇게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마을 공무원에 의해 학교에 갔으나, 적응하지 못해 다시는 학교에 가지 않았고, 외부인이라고는 점핑과 메이블 외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카야가 보트를 몰고나가 길을 잃었던 날, 다시 카야에게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 테이트를 제외하고는.


테이트는 카야가 궁금했다. 그래서 카야와 새의 깃털로 소통하기 시작했고, 점차 가까워지면서는 그녀에게 글자를 알려준다. 책을 읽고, 타인과 이야기하는 법을.. 그리고 둘의 관심사인 습지, 야생과 같은 자연을 매개로 가까워진다.

그리고 대학에 가게된 테이트. 카야와 미래를 약속했지만, 대학에 간 그는 더이상 카야를 찾아오지 않는다. 테이트를 기다리던 카야는 자연의 모든 수컷이 그렇듯 테이트가 자신을 떠났다는 사실에 다시 외로워진다.


그리고 1969년 습지에서 체이스 앤드류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빼놓을 수 없는 습지라는 배경은 야생동물을 오랫동안 관찰 했던 작가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완벽하게 표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습지라는 이미지에서 상상되는 축축하고 무언가 가기 꺼려지는 곳을 이토록 경이롭게 살아숨쉬는 생생함을 전달하는 곳으로 바꿔버린 작가의 글을 읽으며, 어쩌면 7살 소녀가 혼자 살아가기에는 척박하고 고된 곳이 아니라, 그곳이였기에 카야가 스스로를 지켜내며 성장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했으니까. 

 사회 속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인간.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인간의 차이가 무엇일까. 카야는 습지에서 혼자자랐기에 타인에 대한 두려움은 가질 지언정 자신이 만나는 이들에게는 진심이다. 그녀의 태도에는 거짓이 없다. 반대로 사회 속에서 자란 우리는 주위의 모든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그 관계에는 거리가 있다. 어느정도는. 모두와 관계를 맺지만, 어쩌면 모두와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누가 더 외로운 사람일까. 


 카야는 늘 엄마를 기다렸다. 돌아올 것이라고, 하지만 끝내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카야는 엄마가 돌아오지 못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자연 속에서 습지안에서 카야는 행복했지만, 타인과의 관계속에서는 외로웠다. 정말로 사람들 속에 늘 있는 우리는 외로움이 없을까.

또한 책 속에는 습지소녀 카야와 마을 사람들이라는 것 외에 1950-6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 남성과 여성이라는 각종 편견과 차별이 깔려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어쩌면 인간의 외로움이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비슷한, 그러면서 타인보다 우월한 무언가를 가지고 싶은 그래서 우리라는 소속감을 만들어내며 나와 다른 무언가에 대한 배척이, 그래서 만들어낸 경계 중 하나가 차별이 아니였을까.

자연속의 카야는 어떤 경계도 만들어내지 않는데, 자신을 위협하는 인간 외에는.

진짜로 누가 더 외로울까를 생각케한다.


추천. 진짜 추천!


"카야는 책장을 어루만지며 조개껍데기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를 떠올렸다. 발견한 곳, 바닷가에 어떤 모양으로 놓여 있었는지, 계절과 해돋이. 그건 카야의 가족 앨범이었다." p.2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