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당신 - 뜨겁게 우리를 흔든,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 가만한 당신
최윤필 지음 / 마음산책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뜨겁게 우리를 흔든, 가만한 서름다섯 명의 부고"라는 부제가 달린 책.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이였는데, 이제서야 읽었다. 부고,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글. 누구의 죽음일까.


서른 네명의 부고에 관한 이 책은 그 분들의 삶을 간략하게 말하고 있다. 이런 일을 했던 사람이라는 글. 그리고 그들이 남긴 발자취. 어떤 평가를 기록했다기보단, 돌아가신 분들의 삶을 간략하게 써내려간 담백한 글이다. 누군가는 그분들의 삶이 그닥 공감이 되지 않을 것이고, 어떤 주제는 불편할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이 분들이 삶을 통해 말하고자했던 것에 대한 의지가 꽤나 곧고 분명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분들의 말이 지금 우리 사회를 좀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것이 설령 나를 불편하게 하는 주제일 지라도 말이다. 


요즘 기사에서 많이 보이는 스위스 조력사관련 부분에 대해서 꽤 오래 전부터 말해온 분들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찬반 논쟁이 여전히 뜨겁지만, 나는 감히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부분에 적어도 타인의 평가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보다 완고하게 포함하는 범위에서 존엄사까지. 존엄사 관련 부분에서 놀라웠던 분은 제럴드 라루, 이단자 라루라고도 불렸던 목사이자 종교인이라는 분의 부고 였다. 종교에서는 특히나 죽음에 대한 부분이 꽤나 엄격함에도, 이단자라 불리고 많은 수모와 분노에도 이분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토록 열렬히 천국에 가려는 희망을 피력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신중하고 사려 깊게 이 세상에 머물고 싶어 애쓰는 모습은 사실 좀 우습다. 가정을 떠나 천국에 가려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권리가 도대체 누구에게 있단 말이냐 p.160"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두고, 의학의 발달로 언제까지 마지막 생을 고통에 놓여져야 하는지, 각자는 삶 뿐만아니라 죽음까지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에 다시금 존엄사, 또는 조력사에 대해 생각케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엘리자베스 리비 윌슨 이라는 분 역시 여성의 피임과 조력사에 대해 개인의 권리를 위해 싸운 여성이였다. 누군가 자신의 의견을 짓밟으려는 사람에 대항하여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만약 영국에서 조력자살을 허용했더라면, 가족과 함께 조금 더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병세가 더 악화될 때까지 살수 있었던 이들이 그 시간을 더 보내지 못하고 외국으로 나가야만 했던 현실에 분노했던 인물. 이분들 역시 마지막에 자신의 생을 결정하길 원했고, 가족들은 존중했다. 죽는 순간까지당신의 신념이 분명했기에.


흑인 인권 투쟁을 위해 투쟁했던 몇 안되는 백인 중 하나였던 존 도어. 자연의 보호가 아닌 복원을 꿈꿨던 노스페이스 창업자 더글러스 톰킨스. 어머니의 모성은 희생과 사랑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랑과 증오가 함께 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불가피 하다는 것을 말한 바버라 아몬드. 이 부분은 여전히 아이를 낳은 엄마는 당연히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이 팽배한 요즘, 출산율 저하라는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는 가족 모두와 사회가 함께 해야 하는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우리 모두의 의견이 모아져야 하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 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 '논평의 시선'에 대해 말했던 스텔라영. 이 분의 부고를 읽을때는 스스로를 많이 돌아봤다. 나는 과연 내가 공부하는 교실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는 선생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지.. 어떤 편견이 없더라도, 그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지를 생각케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의 보편적 생각 즉 상식은 과거와 다르다. 지금의 보편이 과거엔 아니였고, 지금의 차별적 시선이 미래에는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차별과 편견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차별과 편견을 다름으로 인정하는 사회.

차별과 편견에 뜨겁게 싸워 그래서 지금의 우리 상식을 만들어낸 이들.

"가만하다 - 움직임 따위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은은하다 - 네이버 사전" 

조용하고 은은했지만 어느덧 우리의 생각 속에 조용하게 자리잡게 한, 지금의 상식이라 부르는 것들을 정착시킨 이들의 부고.

슬프지는 않지만, 이분들의 부고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건 여전히 이분들이 말했던 것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겠지.


10년후 쯤 읽었을때는 이런 모든 주제가 안타깝지 않는 현실이길.


좋은 책!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