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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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주”가 택시에서 말을 걸어? 신기한 제목이다. 이 책은 과학자인 저자가 이동중 어느 택시기사의 질문(외계인 택시기사가 있을까요? p.31)에 영감을 얻어 쓴 책이라고 한다. 과학자가 쓴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이 철학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지식을 풀어내기 보단 우주라는 주제를 놓고 한번즘은 들어봤을 법한 또는 생각했을 법한 주제들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 18가지의 질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각의 주제에 대하여 택시기사들의 질문과 답변, 그리고 저자의 생각이 담겨있는데, 각 주제를 읽으며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듣고 보았던 우주에 대한 다양한 사고가 담겨있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였다.

시작은 “외계인 택시기사의 유무”다. 이 내용은 결국 우리가 존재하는 의미(13장, 17장, 18장등)와 연결되어 있다. 즉 우리가 생겨나게된 이유부터, 그래서 우리가 사회를 이루게 된 계기, 그리고 발전하게 된 이유 등등 이 모든 것을 고민하게한 질문이였다. 역시 첫질문이 예사롭지 않았군.

5장 ”나는 화성여행에 나설것인가“
라는 질문에 나는 ”네!“라고 답했지만, 저자의 우주에서의 생활을 설명하는 부분 즉, 중력과 관련된 내용에서 순식간에 ”가지 말아야겠군“이라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포기하게 된 챕터였다.ㅎ 얼마전 우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보면서 아, 저건 오버지 했는데 사실이였다. 중력은 우리를 살아있게끔 한 중요한 인자였다. 읔. 그리고 다음챕터인”화성은 우리의 행성B가될수 있을까“도 연결되는 내용인데, 저자의 말로는 아~무리 지구가 망가져도 아직은 지구가 훨~씬 더 인간이 살기좋은 행성임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결국 행성B의 의미는 망가진 지구에서 살기 힘들다면, 필요한 무엇을 지구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행성B에서 찾는 다는 의미.
아직은 돈많은 이들을 위한 여행정도만 우리에게 허용된 셈이다.

10장 ”우리는 외계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ㅋㅋㅋㅋㅋㅋ 이 제목 만으로도 내가 외계인에 대한 반짝빤짝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발음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던 택시기사와의 대화로 시작하는 이 주제는 생각해보면 정말 당연한 것이였다. 만나면 뭐부터 시작하겠는가. 에일리언에서도 시고니 위버가 에일리언한테 말걸던데..대화가 안되던데..
저자는 쉽지 않겠지만 과학자로써 서로를 이해할 것이라 했지만.. 나는 글쎄 싶었다. 책에서 말한것처럼 인간과 개미의 대화처럼 완전 불가능 하지 않을까... 


11장 ”우주에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른다. 다만 있어도 없어도 뭔가 불안하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크기의 우주에서 우리말고는 생명체가 없다는 것도 무섭고, 있어도 무섭달까. 다만 고등학교 영어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설사 외계인이 있어 우주간 이동이 가능하다고 한들 그들이 지구라는 행성에 굳이 올 필요가 있을까? 왔던들 우리한테 잡힐만큼 멍청할까? 또는 와서 그냥 이런데가 있구나 하고 갔을지, 여기까지 올만큼의 고도의 과학기술을 가진 이들이 뭐가 아쉬워서..라는 말씀을 하셨을때는 웃고만 넘어갔는데, 왜 이질문에 그 때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는지.ㅎㅎ
그런데 없다는 사실도 있다는 사실도 인간이 존재하는 동안에 밝혀질 수는 있을까? 인류가 멸망할때까지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이 답을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에앵?! 싶었던 부분들. 과학책에서 한나아렌트를 생각하게 하는 "우주에는 독재사회가 넘쳐날까, 자유 사회가 넘쳐날까?를 논했던 챕터. 우주에 미생물만 있다면 우리는 “미생물도 보호할 가치가 있을까”라는 질문의 챕터(안보이는데 보호가 가능할까요..?) 등등 우주와 연결하기 힘들었던 질문까지도 이야기하는 이 책은 그래서 과학책인듯 철학책인듯한 느낌이다. 
뭐 인류가 남긴 기록의 시작도 철학이였으니, 우주의 시작도 철학이여야 하나. 기술이 바탕이 되었으나 결국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의 접근은 다양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철학일지도. 그래서 이 책은 모호한듯한 느낌을 주지만 질문은 구체적이기에 그래서 좀더 깊은 답을 생각해보게 했다.

이 모든 질문이 우리의 현실적인 삶과는 관련이 없을 수 있지만, 그래도 나와 우리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은 굉장한 우연이 만나 이뤄진 결과다. 진짜 우주 먼지중 하나인 지구라는 행성에서 너와 나는 오롯히 하나뿐이니까. 으흣.

재밌다!

“따라서 인간은 지구에서조차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지만, 지구의 생명은 우주에서 에외적인 존재 일 수 있다. 왜냐하면, 생명의 창발과 많은 경로는 우주의 물리학 법칙을 변함없이 따르지만, 생명자체는 특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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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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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봉준호 감독님의 미키17을 보고서 영화의 원작이 이 책이라는 것을 알았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던져지는 주제. 그대로 프린트된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은 존재인가? 원작 미키7역시 테세우스의 배를 통해 게속해서 자신과 타인에게 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먼 미래. 행성을 개척하기 위해 떠나는 여전에 필요한 지원자 익스펜더블. 그는 죽기위해 탐사대에 포함되는 인물이다. 탐사 도중 인간에게 가해지는 위협이나 탐사중에 발생하는 모든 위험한 일을 처리하는 인물로, 그러다 죽으면 다시 프린트된다. 그런 익스펜더블은 죽는 순간까지 기억을 업로드해야하고, 게속해서 죽어야했기에 모든 이들이 터부시한다. 사실 인간으로 보지 않는 측면도 보인다. 
그런 임무에 미키가 지원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 익스펜더블이라도 해서 지구를 떠나야했기에.
지원업무를 받는 이가 익스펜더블의 지원을 다시 생각해보라했지만, 사채업자에게 쫒기는 미키는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했고, 그래서 선택했다.

하지만 익스펜더블 역시 녹록치 않았다. 그저 부품으로 취급될 뿐이다. 약물검사, 약물중독검사, 온갖 방사능에 노출되어 죽기도하고 온갖독성과 미생물에 노출되어 있다 죽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프린트된다. 그러던 중 미키7은 행성 탐사중 크리퍼의 동굴에 떨어졌고, 그들에게 잡힌다. 그와 함께 행성탐사에 나섰던 친구(?) 베르토는 그와의 통신이 끊기자 기지로 돌아가 그가 죽었다고 보고했고, 미키8이 프린트되었다. 하지만 미키7은 죽지 않았고, 살아서 돌아갔다. 단한번도 나는 나와 만난적이 없는데, 미키7, 8. 익스펜더블의 가장 원칙중 하나는 한번에 한명씩만 프린트되어야 한다. 행성이동에 소요되는 자원의 한정도 있고, 그 자체가 법이다. 익스펜더블을 만들었던 초창기의 이슈로 인해 더 그러했다.(그 이슈는 책에서..)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부분이 가장 신기했다. 미키7과 미키 8은 정말 다른 인격체이다. 그저 나와 똑같이 생긴 인물일뿐. 그렇다면 행성 탐사에 있어 익스펜더블을 많이 만들어서 보내면 그만 아닌가? 그리고 인구감소등을 고민할 필요도 없고,
이 부분에 대해 영리하게 작가가 초창기 익스펜더블을 만들었던 인물 매니코바의 사건을 말한다. 한 국가의 한마디로 왕이 되고 싶었던 인물. 인간을 프린트하는 기계를 만들어 어떻게 활용했는지.
사실 인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인간이라는 사실은 정말로 아이러니.


미키7과 미키8은 공존할 수 있을까?
테세우스의 배처럼 그 배는 처음의 그 배와 같은것일까 아닐까? 사실 이성과 의견, 감정을 가진 인물과 배의 비교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미키7과 미키8은 이름만 같을 뿐 엄연히 다른 존재다. 말투나 성격부터. 
이 책에서 가장 무서웠던 단어는 “프린트” 였다. 인간을 복제하는 표현보다 “프린트”되었다는 그 표현이.
정말로 이런 기계가 나온다면, 다른 방식의 혐오와 게급이 만들어질 것 같다. 그 자체가 디스토피아인것이지. 영화 아일랜드에서 나와 나의 미래를 위해 복제된 복제인간을 대하는 원본의 태도처럼.


이래서 인간 복제가 두려운 것일듯.
인간의 건강한 삶에 어쩌면 필요한 기술이면서도, 인격을 가진 사람을 복제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논란이 많은 생명과학 기술이면서, 여전히 거의 다수의 국가에서 “절대불가”라는 원칙을 만들었겠지. 어떠한 기준도 없으니.

복제인간이라는 관점을 바꿔,  영생이라는 관점에서 미키는 영생을 사는 사람일까? 아니면 가장 단시간에 죽고 단시간에 태어나는 인간일까?도 생각케 한다….. 으. 이 책 한권이 뭐가 이리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것인지. 
“죽일 수 없는 몸이 아니야. 나는 계속 죽어. 익스펜더블이 되는 건 그런거라고” p.271

이 역시 테세우스의 배를 어떻게 보는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배야? 아니야?
계속 죽고 게속 태어나는 사람. 같은 사람이면 다른 사람. 같은 기억을 가졌지만, 받아들임은 다른 사람. 
영화의 마지막은 미키17 대신에 미키반스를 보여주며 끝났는데,,, 

재밌다.

"자살요. 제가본 바로는 자살이 합리적인 선택인 경우에도 자살은 거의하지 않더군요. 아무래도 세시간짜리 강의 가지고는 수십억년동안 내재된 인간의 자기 보호본능을 극복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생각해보세요" p.36

다음 반물질을 읽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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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적 서울 이야기 - 우리가 몰랐던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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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울. 하면 떠오르는건 단연코 부동산이다. 아닌가. 최근에는 또 부동산이 들썩인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든지 말든지.
“서울 이야기“라는 제목 앞에 붙은 (우리가 몰랐던)이라는 설명이 눈을 끌었다. 서울은 대체 어떤 도시 일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정말 천지개벽이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일듯. 지금 서울이 과연 500년후에도 같은 가치 일까? 500년전만해도 서울은 이렇지 않았다는 것.

책은 장소를 중심으로 인물을 설명한다. ‘서울‘이 중심에 있으니 그러할듯.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은 서울의 가장 큰 시장 옆에서 사형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그것은 두려움을 위한 통치를 노린 것일 수도 있겠으나, 다른 의미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세 시대에 사형역시 두려움을 위한 통치이기도 했지만 어떤 전시같은 효과도 있었다는 점이 유사해 보였다. 그리고 이런 통치의 수단은 조선시대 말까지 유효했다. 책속 사진이..=_=;; (그 옆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꽤나 충격적)

책의 초반에 조선시대 2번의 반정을 등장한다. 반정이 일어났을 당시 반정세력이 어디를 어떻게 뚫고 들어갔는지, 그리고 반정으로 쫒겨난 이들이 어떤 삶을 어디서 살았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인조반정은 정~말 한끗차이로 성공했다는 점이다.(아.. 실패했어야했는데..) 창의문(도성밖 홍제원)에 집결했다가 도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갔는데 본진이 도착하는데 오래걸려 고작 100명 남짓이 부수고 들어갔다고 한다.. 광해군 뭐하셨나요.. 이때 막으셨어야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곳이 과거에 그토록 중요한 장소였다는 점은 그 장소가 다시 낯설게 느껴지게 하는 경험이였다.

그리고 등장하는 서울 각 곳이 조선시대에 어떤 곳이여였는지.. 마포, 이태원은 무덤이 즐비한 곳(당시의 사진을 보면 진짜 무섭다고 해야 하나 그로테스크하다고 해야하나..)이였고, 청계천은 도시의 하수도 였다. 온갖 오수가 흐르고, 아이의 시체도 (거둘수 없는 아이들) 버려지는 곳였다고 한다… 그러니 500년후의 서울이 지금의 서울과 같을까..라는 나의 생각은 당연하지 않나..?

과거와 지금 어느쪽이 더 나은가에 대한 가치판단은 할 수가 없다. 그 때와 지금의 도덕적 잣대가 다르니말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음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그 때가 사람을 사람답게 본 측면도 있다는 점을 알았다.(신분차별은 논외)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물론 책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양반이지만, 시각장애인이든 다리의 장애로인해 걷지 못하는 이들이든 장애인에 대해서 적어도 신체로 인한 차별은 없었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유능하면 장땡인것. 오롯이 그 일에 대한 실력만 갖췄다면 그밖의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장애인에 대한 국가적 우대또한 존재했다. 각종 국가 의무에서 면제 했고, 국가 주도로 장애인 단체도 존재했었다. 맹인 악사도 존재했고, 중종은 맹인 장애인들을 초청해 대접하기도 했다.
지금우리는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이나 처우 등은 OECD 평균에도 한참 못미치고 있으니…. 슬플 따름이다.

흥미로운 내용도 있고, 지금도 다른 면모에 새삼 놀라기도 했다. 500년-1000년의 세월이 이토록 다르구나라는 점은 지금 우리가 서울이라는 곳에 가지는 집착 아닌 집착 또한 허망하다는 다소 주제를 벗어난 생각을 하게도 하지만, 매번 보고 지나가는 장소의 새로움이 새삼 같은 장소에서 낯섬을 느끼게도 한다. (특히 무덤쪽.. 밤에 다니면 막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읔)

재밌네.
1000년후의 서울은 어떤 모습일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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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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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어머니가 크게 다치시고, 계속해서 그날을 곱씹었다. 내가 뭘 잘못했는가, 그 때 엄마손을 잡고 걸었어야 했나, 아니면 그날 밖으로 나가지 말았어야했나. 나는 한동안 그생각을 멈출수가 없었다.
1년이 지나고서야 어느정도 회복이 되신 지금 갑자기 이 책이 생각이 났다. 다시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 책은 서울에 상경한 아버지와 어머니, 엄마의 생일로 상경했던 때, 아버지는 어머니의 손을 놓쳤다. 서울역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p.10
책의 첫 문장이다.
엄마를 잃고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그저 사라진 엄마를 찾는 것인가 싶지만, 곁에 있을 때 절대 모르던 이의 존재감을 그 이를 잃고서야 내 인생이 흔들릴 만큼의 상실감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나의 어머니 말고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하는 책이다.
“있을 때 잘해“는 너무나 당연한 노랫말에 자식은 부모를 포함하지 않는다.

엄마를 잊은 것조차 모르던 이들이 엄마를 잃고서야 그녀의 존재를 아로 새기는 이 이야기는 아마도 전세계 모든 자식들이 가지는 상실감일 것.
예전에 어느 드라마에서
”늙은 이모가 늙은 엄마를 잃었다“였나. 이 대사를 듣고서 새삼 나이와 상관없이 엄마를 잃는 다는 것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것을 잃는 다는 것을 되새겼다.


아내를 잃은 남편에게,
어머니를 잃은 아들에게,
어머니를 잃은 딸에게,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음에도 우리는 결국 그 존재를 잃고서야 그 위대함을 깨닫는다.


엄마가 다치셨을 때는 큰 후회를 해놓고서도,
문득 문득 여전히 나는 엄마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한다.
누구에게 이렇게 무례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무례를 평생 참아주는 이가 엄마말고 또 있을까.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없는 일까지도 다 해내면 살았던 것 같아. 그러느라 엄마는 텅텅비어 갔던거야.” P.260

자식이기에 가지는 특권이면서도, 가장 큰 후회로 남는 말한마디는 결국 나의 상처가 될 것임을 왜 매일매일 잊는지.

“ 평생을 아내로부터 천천히 좀 가자는 말을 들으면서도 어째 그리 천천히 가주지 않았을까. 저 앞에 먼저 가서 기다려주는 일은 있었어도 아내가 원한 것, 서로 얘기를 나누며 나란히 걷는 것을 당신은 아내와 함께 해 본적이 없었다“ p.168

슬프네.
후회하지 않게.
”모든 일은, 특히 나쁜 일은 발생하고나면 되짚어지는게 있다. 그때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싶은 것”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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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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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님의 책인데 SF 단편선이라. 궁금했다. SF는 기본적인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하고, 그런 설명을 이해하면서 스토리를 따라가야 하기에 대체로 장편만 있는 줄 알았는데 SF 단편선이라. 어떤 이야기 들일려나.
결론 부터 말하자면 나와 너. 우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실의 나와 너 즉 타인은 타인이다. 타인을 우리로 인식하기보단 타인 내가 아닌 존재로 인식하는 지금 표제작인 <너의 유토피아>는 우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기계가 말하는 우리의 이미지. 그것은 마치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을 생각나게 했다. 아무도 살아있지 않는 지구에서 자동차인 나와 어떤 로봇이였는지 모를 너. 인간을 구하기 위해 들어간 건물에서 만난 괴물은 너를 완전히 망가뜨렸고, 나는 조금 남은 전원으로 너를 소생시켜 줄 전원을 찾아 헤매인다. 너의 '말'을 기다리며.
어른들의 말처럼 소위 미물도 우리를 아는데, 우리는 왜 우리라 말하지 못하는 지금을 맞이한 것일까.

이 책의 일부 배경은 디스토피아이다. 디스토피아라서 유토피아를 말하는 것일까. 유토피아의 세상에선 유토피아를 말할까. 문득 든 생각..

 인간이 멸망하거나 멸망 할 전염병에 걸린 세상. 작가님이 그 세상 속에서 말하고 싶은것은 너와 나의 이야기이다. 왜 우리여야만 했을까.

  <여행의 끝>에서 사람들은 전염병으로 인해 살아있는 사람을 먹는다. 왜, 어떻게 걸렸는지도 알수 없고, 치료약도 없다. 어떤 이가 사람을 먹기 전까지는 그가 병에 걸렸는지조차 알 수 없는 지구를 떠난 탐험대. 결국 선장이 보균자였고, 그로 인해 생존싸움이 일어난다.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주었던 이들만 살아남아 지구로 귀환했다.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까. 정말 그 둘은 감염자가 아닌걸까. 우리라 말하지 못하는 세상은 결국 최초의 세상처럼 퍼스트 인간 하나만 남길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혐오하며 결국 남은 오롯한 한 사람에게 그 세상은 행복할까...?
 
 <여행의 끝>의 마지막이 디스토피아로 향한 것이라면, 표제작인 <너의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 세상 속에서 보여지는 희망 같다. <아주 보통의 결혼>도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이야기 그이가 그가 아닐지언정 말이다.
<One More Kiss, Dear>에서 나는 그녀를 오래토록 생각한다. 그녀의 손가락이 닿았던 흔적을 기억하며, <그녀를 만나다>에서 내가 만나고 싶었던 이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나지만, 이 이야기가 그리는 세상은 현실에서는 요원해 보인다. 그녀가 꿈꿨던 세상은 적어도 이정도는 되는 모습이였던가. 새삼 잊고 있었던 안타까운 이가 생각나는 스토리,
<Maria, Gratia Plena>는 죽은 이의 기억을 소생시켜 그녀가 했던 약에 대한 정보를 캐내야 하는 내가 그녀의 마지막 기억 속에서 그녀가 했던 약보다 왜 그녀에게 그 약이 필요했는지를 결말에서야 비로소 이해함으로써 그녀의 마지막을 타인으로부터 지켜주는 인간으로써의 연민이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혐오가 일상이 된 지금은 어쩌면 정말 디스토피아를 향해 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너의 유토피아는?"이라고 묻는다면, 나는 무어라 답할까.
우리가 과거를 통해 배울 것이 있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그 과거를 잊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마음처럼.
어쩌면 가장 첫 작품인 '영생불사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약을 먹고 우리가 영생을 산다면, 우리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참혹한 사건들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작가님은 이 이야기를 가장 첫작품으로 선택하여, 그 다음 이야기들 속 세상을 생각해보라는 의도였을까?!

적어도 영생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시대에서, 나의 다음 세대에서는 같은 실수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씨앗> 속 세상에서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된 세상 속에서도 누군가에게 속박되고, 타인의 시선 속에 갖힌 삶을 살게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 세상에서 속박되지 않기 위해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끊임없이 <씨앗>을 뿌리고 지켜낸다. 그래야  책 속의 아무도 살지 않는, 아무도 남지 않은, 누구도 믿지 못하는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영생, 디스토피아, 기계에서 보이는 희망, 타인에 대한 연민, 그리고 공감 그 끝에서 말하는 우리, 그래서 다시 시작!

"그런 날이 정말로 온다면, 바로 그날 세상은, 인간은,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땅과 바다는 더 이상 상처 입지 않고, 사람과 자연은 햇살 속에 하늘을 향해 함께 자라나게 될 것 이다. 
우리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p.35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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