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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있던 책 중 하나. 요즘 죽음에 관한 책들을 읽던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질병. 그리고 죽음. 이 책을 읽으며 벌써 5년쯤 지난 코로나 때가 떠올랐다. 비슷한 느낌. 그 시기에 우리도 이랬었나 하는 생각들.
도시 오랑. 어느날 부터인가 쥐의 사체들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뉴스에 간간히 등장하였으나 글쎄. 싶던 중 사람들이 하나둘씩 알 수 없는 증상으로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림프가 붓고 하혈을 하고, 열이 발생하다 2-3일만에 죽어나가는 증상들. 쥐들이 죽어나갈때와 유사하다.
이것이 흑사병임을 알아 챘으나, 시당국의 대처는 늦기만 하다. 우왕좌왕 하던 중 계속되는 전염병으로 사람들의 눈을 더이상 덮을 수 없었던 때가 되고서야 정부당국은 도시를 봉쇄하고 이동을 금지한다.
도시의 사람이 아니기에 내보내 달라는 랑베르. 이것은 재앙이라며 신의 뜻이라 말하는 신부. 모두가 불행해 지기에 아이러니하게 행복해진 코타르. 그리고 이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나가려는 의사 리유.
페스트에 대한 두려움. 어느새 그것과 함께 하는 일상에 젖어든 시민들, 그러면서도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 속에서 오는 패닉. 그리고 자신만의 이유로 이곳을 나가려고 드는 사람들. 그리고 어떻게든 이것을 이겨내보려는 인물.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한 종교의 무의미.
코로나를 겪으며 들었던 다양하고도 어쩔수 없었던 무력함의 시간을 작가 카뮈는 어떻게 알았을까?!
나중에 알았지만 세계대전 속에서 이도저도 할 수 없었던 당시의 상황을 페스트라는 소재를 통해 풀었다는 점이 새삼 놀아웠다. 전혀 다른 두 매개는 결국 한 개인이 통제할수도 이겨낼 수도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도 없는 그 상황은 어쩜 이리같은 것인지.
그리고 소설 속에 가장 먼저 혈청을 주입함으로써 죽어가던 판사의 아들에 대한 묘사는 전염병이든 전쟁이든 그 속에서 가장 먼저 죽어나가는 것은 가장 여리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왜냐하면 죄 없는 어린애가 그렇게도 오랜 임종의 고통을 느끼는 모습을 똑바로 바라본 일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p. 279
하지만 끝난 줄 알았던 그 병은 의사 리유와 이 시간을 함께 이겨나갔던 타루의 목숨을 앗아갔고,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던 아내는 끝내 부고를 알려왔다.
왜 신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왜 신은 가장 어리고 약한 아이의 목숨까지 앗아가야 하는 것일까.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다른 세계로의 환희라는 신부의 말에 과연 부모를 잃고, 아이를 잃고도 내 손으로 시체조차 수습 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 위로를 안겨줄 수 있을까?!
의사 리유에게 신은 그저 잡히지 않는 허상이였을 뿐이였고, 페스트는 그가 끝내 싸워야할 대상이였다. 그 싸움을 함께 했던 것은 인간들의 연대였을 뿐. 그렇기에 외부인 랑베르가 연인을 보기 위해 오랑을 탈출할 계획을 할 때에도 리유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그 암흑같았던 시간 속에서 그들의 삶을 지켜준것은 그들이 누렸던 일상의 소소함과 가족, 사랑, 친구 들이였으니까.
아마도 내가 코로나 팬데믹을 겪지 않았다면 이 소설 속 군상들의 면면을 이토록 깊게 이해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결국은 지나갈 시간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 시간 속에서 누구는 가족을 연인을 동료를 친구를 잃었다. 또한 가장 소중한 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되찾았다. 그렇다면 그 시간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책 한권을 읽으며 지났던 시간을 돌이켰고,
그 시대가 다시 돌이켜진다.
인간이 군집을 이루고 사는 동안은 어쩌면 또 다시 반복 될지 모르는 페스트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치뤄야했던 시간에 대한 기록은 결국 우리가 생존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우엇이었기에, 의사 리유는 그 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페스트가 왔고, 알 수 없는 이유로 그것이 갔지만, 결국 언젠가는 다시 올지도 모르는 또다른 재앙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도.
그것은
전염병일 수도
전쟁일 수도.
우리에게 또 다른 팬데믹 일 수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