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공포
이종산.정보라.허진희 지음 / 스프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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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가 높은 찌는 듯한 더위가 찾아오니 저절로 공포물을 찾게된다. 에어컨이 주는 시원함도 좋지만, 두려운 이야기들을 읽으며 드는 등골 서늘함이 더 그리웠달까.

그래서 단편소설집 ”태양 공포“를 짚어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의 예상과는 다른 공포감이었다. 

3명의 작가가 쓴 각자 다른 도심속 세가지 공포이야기.


”태양 공포“

표제작인 태양공포는 정말 나도 공포다. 여름이라 찾아오는 계절감으로서의 공포가 아닌, 말 그대로 생존과 목숨이 걸린 두려움이다. 

한국 소설에서 보기 힘든 소재가 나왔다. 태양을 두려워하는 존재들. 우리가 영화나 책 속에서 보던 절대자로써의 존재가 아닌 그들은 인간을 두려워하고, 태양을 두려워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주현은 방금 인간들 손에 부모를 잃었다. 

돈이 들어있던 가방에 있던 전화번호. 주현은 충동적으로 백화점에서 옷을 산다. 그리고 걸려오는 전화.

끔직하지 않은가. 내가 평생을 속해 살아온 사회가 나의 잘못이 아니라 나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그래서 나의 일상이 위협당한다는 사실은.  이 글을 읽으며 오래전에 읽었던 책 속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 고하던 부분이었다. 왜 나는 이 글에서 그 글이 떠올랐을까..


”탈출기“

그녀는 약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하는 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녀가 찾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휴대폰 앱의 주소를 찾아 들어간 건물에서 그녀는 탈출할 수 없었다. 어느 순간 정신을 놓아버렸고, 그녀가 찾으려했던 곳에서 발견된 시체. 경찰은 그녀에게 대체 그곳에 왜 있었는지를 묻는다. 그녀는 성폭행 피해자였고, 죽은 이는 가해자였다. 그리고 가해자는 그녀에게 약을 먹이고 성폭행을 했다. 그는 그 모든 것을 합의된사항이라 진술했고, 그래서 그녀는 마약사범이 되어버렸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마치 무한루프 속 건물을 탈출하는 스토리인가 하는 숨막힘이 주인공의 사건과 맞물려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의 굴레에 갖힌 것 같은 끔찍함이 느껴졌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내가 누군인지 조차 가늠할 수 없는.

이런 사건들을 접할때 우리가 무심코말하는 XX사건 이라며 피해자의 이름을 붙이던 때가 있었다.(요즘은 아니지만) 그 때 그 이름이 가명이였더라도, 피해자들은 어떤 마음이였을까라. 

다른 어떤 책에서 성폭행 사건을 두고, 낙인이라는 말을 하며 누군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10년이 지나면 거의 모든 사람은 그 사고를 잊지만, 성폭행은 30년이 지나도 누구집 딸 당했잖아라며 절대 잊지 않는다고. 

탈출 할 수 없는 건물은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이였다. 그녀 스스로를 포함하여. 휴.

주인공은 탈출했기를. 


”나는 반대로 생존자들이 악몽에서 탈출하여 안전한 삶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그 악몽 속에는 가해자들만 남아 영원히 고통받기를“ p.103


”피터와 모“

외면, 고독. 이것이 가장 가까운 이로부터 발생했을 때, 인간이 가질수 있는 가장 어두움의 끝은 어디일까. 가장 가까운 이. 고독.

할아버지에서 손녀로 이어지는 어둠.지우는 남호가 태어나면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방치되었다. 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래서 동생에게 화상을 입혔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너도 똑같이 해주겠다 말한다. 그말이 두려운 지우는 자신에게 화상을 입혔고, 골방에 갇혀 방치되었던 할아버지는 지우의 어둠을 발견한다. 자신에게 달려있는 것과 같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임종을 앞뒀던 어느날 돌아온 지우는 용서를 비는 엄마에게 자신이 돌아온 이유를 밝히고, 돌아가신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날 깨닫는다. 자신이 그곳을 떠날 수 없음을. 고독이라는 어둠이 나를 고립시켰고, 내가 그 안에 갇혀버렸음을 말이다.


이 이야기들은 일상의 평온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종산 작가님의 소설속 주인공은 사회 전체가 그의 적인 일상이였고, 정보라작가님의 그녀는 하루가 고통이였다. 허진희 작가님의 지우는 어둠만을 끌어안고 사는 인물이였다.

 왜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눈을 뜨는 아침의 지루함이 새삼 반갑게 느껴지는지.

서늘함을 기대하고 읽은 책에서 그저 더위가 짜증나는 하루의 일상이 다른 의미로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한 책.


추천.


모두의 안온한 일상을 바라며.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나의 원초적 애정의 대상이자 내 모든 외로움의 근원인 엄마가 내 곁을 떠나는 순간을,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허상의 탯줄을 끊고 마침내 내가 완벽하고 고독해지는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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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나쁜 무리
예소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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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이상문학상 최연수 수상자였던 예소연 작가님의 단편소설집 “너의 나쁜 무리”.  <그 개와 혁명>이라는 소설이 꽤나 인상깊게 남았던 터라 다시 궁금했다. 이분이 어떤 유머를 숨겨놓으셨으려나 싶어서.


이 단편 소설집은 굉장히 신기한 관계들을 담고 있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있는 일상적 그런 관계가 아니라 분명 남이지만 남같지 않은 그런 관계들. 가족이니까, 가족이라서 라는 말이 이제는 좀 오래된 말같이 느껴지는 요즘이여서 그랬을까, 꽤나 신선하면서도 익숙한듯 생경한 느낌이였다.


<작은 벌>의 서송이와 진정희는 묘하다. 병원간 이송을 위해 부른 사설구급차를 탈취하여 진정희의 마지막을 준비하러간다.그러면서도 그들은 ”살고 싶다“고 말한다. 사설 구급차의 운전자 이중일에게 당신은 죽고싶은 사람 같다고, “살고싶은 것과 죽고싶지 않은 것은 다른”것이라 말하는 두사람. 이중일 역시 과거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해진 사람이다. 두사람은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자신의 구급차를 탈취한 이를 중일은 어떻게 그들을 응원하고 싶어졌을까. 어쩌면 아무도 없는 중일 자신에게 생길지 모르는 송이나 정희 같은 인물에 대한 갈망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은 주어지는 것이지만, 가족같은 관계는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중일도 가족같은관계를 꿈꿀 수 있게 만드는 그런 관계를 송이와 정희가 보여주었기에 그들의 탈취를 응원하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다. 


표제작인 <너의 나쁜 무리>는 가족일까 아닐까.

여사와 나는 어떤 관계일까. 무튼 그것은 중요치않다. 나와 여사가 함께 살고있고, 여사는 아이인 내게 숨긴적이 없었다.  그리고 여사는 많은 남자를 사랑했고, 그 중 현구 아저씨는 오래된 연인이면서 여사의 돈을 들고 튄 인간이다. 현구아저씨의 연락을 다시 받았을 때는 돈을 회수하기 힘든상태였고, 현구아저씨는 그 돈을 나중에 굴착기를 팔아 나누기로 했지만, 그것은 아주 먼 훗날의 일이 되었다. 이미 내가 여사를 떠났고, 현구아저씨도 여사와 헤어졌고, 나도 당시 남자친구였던 이해신과 헤어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현재.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들은  굴착기의 돈을 회수하기 위해 모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그들을 모이게 한 것은 마치 돈이라는 가짜 피로 얽힌 가짜 가족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작가님은 "나쁜 무리"라는 제목을 붙였던 것일까.

  가족이란 늘 좋을 수도 늘 나쁠 수도 없지만 피로 얽혀있기에 끊어지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 가짜 가족의 끈은 돈인 걸까. 돈으로 얽힌 사이는 피보다 진할 수 있을까. 아니면 물보다 옅으려나. 분명한 건, 이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깊은 애증과 피로감은 영락없는 '가족의 그것'을 닮아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좋았던 <소란한 속삭임>.

지하철 사건으로 만난 모아와 시내. 둘은 <속삭임>모임을 만든다. 온갖 소음속에서 속삭임은 서로를 가깝게 만들고 마치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처럼 보이게도, 그리고 중요한 비밀스런 말을 하는 사이같게도 보이게 만드는.

그런 그들이 또다른 모임원을 찾아 간곳에서 만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수자를 조건부 회원으로 들인다. 그리고 수자는 또 제안한다. “시끄럽게 구는것“도 하자고. 자전거를 타고 음악을 크게 듣고, 공원에서 오카리니를 불고, 

그렇게 친해진 세사람이 수자의 초청으로 간 그녀의 집에서 윗집 사람과의 분쟁을 해결하며 또다른 모임원 두리를 만난다. 뭐지 이 진짜 묘한관계는.

생각해보면 속삭임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있고, 그래서 더 집중하게 만든다. 내가 아니라 상대의 목소리에. 그리고 그 서로에게 집중된 작은 소리는 나의 감춰진 무엇을 드러내게 만든다. 

”정말 사는 것 같았다. 모아는 그렇게 살아있음을 감각하며 속삭이는 일은 정말로 사람을 살리는 것일 수 있겟다고 생각했다.“ p.178


이밖에도 <아무 사이>에서 나타나는 할머니들과 간병인의 관계. <통신 광장> 속 여인2와 해피엔드. 만나지 않았지만, 상대의 글로써 누구보다 상대를 이해하는 사이. 책 속의 인물들간은 관계를 정의할 수가 없다. 그저 어떤 사이라고 말하기에는 가족보다 가깝고, 가족이라 말하기에는 가족은 아니니까. 하지만 끊어낼 수 없고, 나의 감정 깊은 곳을 건드리는 관계들이다. 단지 휴대폰 속 저장된 이름 하나로 나를 이해시키는 사이.

대가족에서 핵가족, 그 핵가족 속에서도 파편화 되어가는 가족이라는 관계를 대신하는 무엇이 지금 우리가 맺고있는”사이“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했다.

가볍지만 진득하고, 타인은 이해할수 없지만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절대적으로 정의되는 관계?


코로나를 겪으며 우리는 어떻게든 연결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했다. 여러 플랫폼이나 사회적 변화속에서 다변화 되면서도, 묘하게 좁아진 느낌이 들지만, 그만큼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는 이해의 폭도 깊어졌는지도 모른다.


추천.


”기문은 작별 인사를 아주 오랫동안 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상대가 먼 길을 갈 때는 배웅도 오래 걸리는 법이라고.“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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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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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물, 어두운 숲이라는 작품으로 알게된 작가님. 잘 가던 북카페에서 여름이면 꼭 언급되던 분의 작품을 이제서야 읽었다. “고시원” 나는 머물러본적은 없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집이 수도권이라. 다만 첫 직장을 다니던 무렵 친한 동료한명이 고시원에 살았는데, 잠시 다녀올 일이 있어 들어간 그곳은 꽤나 놀라웠다. 이토록 좁은 공간이라니. 그리고 친구는 거기서 한마디도 하지말라했다. 방음이 전혀 안되기에 타인에게 소음이 된다고.


그런 고시원에 대한 기담. 고문 고시원.

완전히 낡은 고시원.작가는 이 고시원을 “초식동물”이라 했다. 너무 낡아 들어올려고 하는 이 조차 없는.더군다나 흉가터위에 올려졌다는 소문과 귀신이며 뭐 이런 것들이 나온다는 소문에 이제는 사는 사람마저 몇 없는 상태다. 

이 이야기는 그런 고시원의 각 방에 대한 이야기다.1,2층은 폐기되고 3층에만 사람들이 살고있다.


 시작은 303호 홍의 이야기다. 홍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있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한움큼씩 빠지던 날, 무심코 들려오는 304호의 소리. 그는 304호의 권이다. 우연히 얇은 벽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작한 둘의 대화는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되고, 따뜻한 권에 홍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간다. 그래서 총무에게 304호에 대해 물었을 때, 고시원 총무는 그 방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말하는데.. 그렇다면 권은 누구지?


그리고 316호 오케이맨.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로 한국에서 갖은 차별을 당하던 그에게 생긴 초능력. 그도모르게 그 능력으로 지하철 선로에서 죽을 뻔한 여자를 구하고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모두가 그의 능력을 궁금해하던 중, 어느 유튜버의 꽤임에 빠져 참석한 곳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능력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국민영웅에서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돌아간 고시원. 그곳에서 여자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313호 무림 사내 편.

중국무술을 연마했고, 무인으로 살려했지만, 웬지 서울에서 취업을해 평범한 삶을 살아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머물게 된 그. 자주가던 책방에서 책방 주인에게 시비를 걸던 무뢰배를 혼쭐을 내주었다. 그렇게 인연을 맺게된 책방주인은 알고보니 대기업인사팀 출신이였고, 그의 도움을 받아 제출한 이력서로 최종 면접가지 간 편.

마침내 취업을 눈앞에 두었던 그날, 그 취업장에 나타난 덩치가 큰 사내. 그에게 당한 무뢰배였다. 사장과 친인척인. 그리고 돌아온 고시원에서 마주친 뱀같은 사내에게 느껴진 한기. 그리고 들리는 여자의 비명소리. 그는 지나칠 수 없었다.


311호 매일죽는 남자 최.

타인의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받아내야하는 직업을 가진 그. 돈때문에 하는일이지만 정말 소름끼치는 사내가 있다. 얼음장. 타인을 이렇게 다양하게 죽이고싶을 수 있을까 싶은. 그런 어느날 자신이 살던 광천동의 연쇄살인의 패턴이 자신에게 와 다양한 죽음을 요구했던 얼음장의 선행 살인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산것은 휘발유였고, 자신의 사업장에서 자기에게 요구한것도 다수의 살인과 방화. 그는 얼음장의 얼굴을 모른다. 그런데도 그가 막을 수 있을까.


317호 사투소녀 정.

직업이 킬러. 정이 자신의 타겟을 데리고 도망쳤다. 왜 이 아이가 죽어야하지. 분명 정을 고용한 곽사장은 그녀에게 죽을만한 인간만 죽인다고 했는데.

데리고 도망친 란은 용한 무당이여다. 그런 란이 정에게 말한다. 그 고시원은 가지말라고. 어마어마한 귀신들이 붙어있고, 그날은 큰 일이 날것이라고.


재밌는 점은 각각 다른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지만, 그들이 마주하는 것은 얼음장/괴물/뱀이라 불리는 누군가이다. 왜 고시원이였을까. 작가님이 그리고싶었던 곳은. 그것도 가장 낙오된 곳. 앞을 알 수 없는 이들이 모인 고문고시원. 그들에게 놓인 현실은 얼음장같았고, 모두가 그들을 누르고 싶어하는 괴물이였고, 이용해 먹으려 드는 뱀같은 현실이였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야했고, 

찾아야했고,

이겨내 삶을 지속해야했던 사람들이 모인 곳.

그 장소가 주는 느낌은 다시는 헤어나올 수 없는 늪 같은 느낌이였다. 살아나올 수 없는. 


그들은 그 괴물을 이겼을까.

공통적으로 들리던 여자의 외침은 무었이였을까.

그리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누구였을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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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대연쇄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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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묘한 과학책 같은 느낌의 제목을 가진 SF 소설집이다. 단요작가님의 책은 처음인데, 6편 모두 내겐 너무 낯설었다. 

SF 소설인듯 아닌듯 철학인듯 아닌듯한 이야기들. 디스토피아를 이야기한다고 했던 소설들은 이게 왜 디스토피아였을까하는 의문을 남겼다. 


인상깊었던  <사랑하는 신의 생일>

신의 생일 앞에 사랑하는이 붙었다.  뭐지?! 전화선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유선"전화기를 연결했을 때 들려야하는 "뚜뚜" 소리 대신 누군가의 자동응답이 들렸다.  그 소리를 저자는 "사무적인 듯하면서도 오만함이 묻어나는" p.13 이라 말했다.

자신이 칼리굴라 황제라 일컫는 어떤 이의 목소리.

주인공 유하는 그가 누구인지 찾아보고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에게 미래를 말해준다. 아주 침착하게.

그리고 이 이야기는 칼리굴라 시대와 유하의 시대를 번갈아가며 그린다.

죽어있는 전화선으로 던진 유하의 목소리는 진짜 칼리굴라 황제의 귀속으로 전달된다.

환청인듯 들렸던 유하의 목소리가 남긴 사실은 진짜로 일어났고, 칼리굴라는 그것을 신의 환청으로 인식하고 그 목소리에 집착한다.

그리고 유하는 실제로 칼리굴라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현대의 사료에서 말이다.

그리고 마치 감정이 없는 듯한 유하에게서 떨어져가는 연인들. 24일 연인과 헤어진 유하는 알았다. 칼리굴라의 죽음을 알리고, 그가 어떤 말을 할지에 따라 현대가 변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리고는 자신이 찾은 이야기를 꽤나 오래 전화기를 들고 말한다. 

세상은 바뀌었을까.


그리고 굉장히... 묘했던 <빛속에>

화물차가 들이받은 버스에 있던 은주와 경욱의 딸. 자율주행으로 인해 수입이 줄은 어느 운전사가 자율주행 버스를 들이 받았다. 그 버스에 타고있던 소혜는 으스러진 뼈에 티타늄 척추를 끼워넣었고, 전극으로 대체된 신경은 그녀에게 환상통을 남겼다. 그리고는 환상통으로 고통받는 딸에게 은주는 부작용을 없애기위해 임상참여를 권한다.

소혜는 이미 자신의 고통으로 인해 더한 실험은 싫다했으나, 은주는 계속해서 권한다.  결국은 은주의 권유에 소혜는 수술대에 올랐고, 딸의 수술보다 급했던 회사일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병원에 딸은 없었다.


"존재"라는 것은 무엇일까. 단요작가님의 "존재"는 마치 있었지만 없었던 것을 가리키고 있는듯 했다. 가상현실 속에서 존재하는 것들 같다는 느낌일까. 그것을 바라보는 나역시 과연 존재하는 이가 맞을까하는 의심을 하게했다. 마치 플러그를 빼버리면 사라질 매트릭스 속 세계 같은 느낌이랄까.

분명 존재했던 유하도 그러했고, 분명 수술을 하고 싶지 않다 말하는 소혜역시 그러했다. 그것이 환상인지 사실인지조차 모르겠는.

어쩌면 SNS의 환상안에 갖힌 우리들의 모습 같기도 한 그런 모습 말이다.


책의 표제작으니 <존재의 대연쇄>는 정말 아리송한 이야기였다. 신의 계시를 받았다 말하는 남자는 정말 존재하는 인물인가. 마치 수천년 후의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 같기도 하면서 장난같기도 한 존재. 격자무늬 공간은 정말 있는 것일까 싶은 미래의 세계를 말하면서도 지금부터 수십년전 영화를 찾는 아이러니는 무엇일까 싶었다.


정말 보는 독자마다 각기 각색의 해설이 나올 것 같은 소설집.

정말.  묘하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까지.

이 책속에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밖에 없는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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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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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제목 만으로도 내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한 소설. 여름에 딱이다.

책을 다 읽고서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점에 놀랐다. 개인적으로 2권정도였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예상할법한 내용이겠지 싶었던 스토리는 나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운암의 생가. 그 생가가 어떤 사람의 방황에 의해 불에 탔다. 그리고 그 생가를 지었던 도편수 지범근이 아들에게 “그 집 짓지마”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했다.

운암의 손자 건승은 할아버지의 생가를 되살리기위해 범근의 제자 벽종을 찾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유언이라며 지을 수 없다 말한다. 한옥의 특성상 웑 저자의 기문을 알고있는 이가 필요했고, 그것은 문서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밑에서 꾸준히 전수받은 제자만이 가능한 것이였다. 그런데 범근의 아들이 그것을 거절한것.

그렇게 건승은 범근의 기문을 알고 있으면서도 범근에게 버려진 친아들 재헌을 찾았다. 독일에서 아픈 아내를 돌보고 있는 그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한 건승.

재헌은 자신을 파문시킨 아버지에게 보란듯 성공하고 싶었다. 그렇게 수락한 생가복원.

하지만 생가에서 불탄 안채말고는 다른 곳을 들어가지 못하게했다. 왜지? 그리고 아버지를 통해 여러 건축물을 짓던 그는 이상함을 깨달았다. 그곳이 ‘살기’위해 지은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몰래들어간 곳에서 발견한 숯덩이가 되어버린 사람. 그런데 살아있었다. 그는 누구일까.


생가를 복원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것은 100년이 더 된 금강송 황장. 그 황장의 대다수를 쥐고있는 사람은 벽종이였다. 아버지 범근에게 인정받은 유일한 사람. 그는 대부분의 목재상들을 쥐고 있는 사람이였다.황장으로 지어진 집이였고, 한국의 사게절을 버티려면 황장외의 다른 나무는 쓸수조차 없었다. 그럴때 걸려온 전화. 황장을 가지고있다는 것.  “섬”씨 종친회장이였고, 그는 자기 문중 선산의 황장을 팔겠다는 것이였다.

황장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살아있는 나무를 벤다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가공된 목재가 아닌 살아있는 나무의 벌목은 꽤나 어려운 일.(이게 어려운 이유는 책에서 확인하시길. 100년의 세월을 버텨낸 나무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는것..)


이야기는 불타버린 생가의 복원을 두고, 그 생가 자체가주는 음산함과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인줄 알았으나,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기이함. 그것을 추종하는 세력,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하려는 세력등이 얽히고 섥히며 점차 나를 미궁으로 이끌었다. 이야기가 보여주는 스산함하단에 깔려있는 것은 인간의 처절한 탐욕이다. 진짜 인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는 말을 단번에 이해시키는 스토리랄까. 자신을 위해 전쟁을 이용했고, 그 전쟁에서 살아오기위해 가져오지 말아야할것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것의 힘을 쥐기위해 바치지 말하야할 것들을 바쳤고, 누군가는 그 힘을 또 원했다.


그것조차 시작은 인간의 탐욕이였을테니.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서늘함을 만들어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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