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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와 0수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25년 9월
평점 :
제목부터 묘했던 소설. 뒷 표지에 적힌 “ SF 디스토피아 소설”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디스토피아는 늘 흥미를 자극하니까. 하지만 내게 이 소설의 첫 느낌은 다른 디스토피아와 달랐다. 그닥 디스토피아 같지 않았달까.ㅋㅋ 사회 자체는 그저 무난했다. 다만 인간이 디스토피아의 사회라 믿고, 그렇게 만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전염병으로 모든 사람들이 거리 두기를 하던 중 AI는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일터에 인간은 필요치 않아졌다. 드디어! 기술의 풍요 속에 노동 없는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삶의 목적을 잃은 인간은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하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국가는 이런 상황을 억제하고자 다시 인간에게 단순한 업무를 통한 노동을 부여하였다. 하지만 자살자는 줄지 않았고, 특단의 대책으로 연좌제를 시행하기 시작한다. 즉 식구들 중 한 명이 자살을 하면, 그가 져야할 노동의 의무를 가족이 나눠지는 형태로 말이다. 4일제로 일하던 이들은 가족 중 한 명이 자살을 하면 5일, 6일, 7일 이렇게.. 나의 죽음이 가족의 고통이 되기에, 더 이상 자살하는 인구가 늘지는 않았으나,,, 결국은 강제로 멈춰놓은 셈이다. 책 속의 나 영수는 끊임없는 이 무료한 삶을 끝내고자 한다. 하지만 둘 밖에 되지 않는 가족에게 댓가를 넘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복제인간 프로젝트..(?)
나의 복제인 0수로 하여금 나를 대신하게 하고, 나는 죽음으로 사라지는 것.
가족들에게 나의 삶의 무게를 더하지 않고, 나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내가 나를 사라지게 하려는 순간! 나를 복제한 0수는 나의 우울증도 복제하였는지, 내가 늘 바라보던 장소에서 자살을 하려했다. 미수에 그쳤지만..
결국 그를 살려야만 내가 원하는 삶의 끝을 맞이할 수 있는 아이러니.
인간에게 기억이란 어떤 의미일까?
잊고 싶은 기억, 팔고 싶은 기억. 사고 싶은 기억. 어쩌면 추억이라 불리는 과거의 잔상 들.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대체 무엇일까. 때로는 그것이 현재를 좀먹기도, 때로는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게도 하는 끈이 되어 준다.
하지만 0수의 삶을 지속 시키기 위해 팔아버린 기억을 쫒는 그들의 여정은 생각해보면 나의 삶 속에 이토록 가까운 이들이 또 생겨날 수 있을까 싶은 유대를 만들어 내게 한다. 결국 어쩌면 알 수 없는 이들의 우울은 나의 과거를, 나의 현재를 나눌 수 없었기에 그런 것은 아니였을까.
삶을 지속하기 위해 지워버린 과거의 기억을 찾고자하지만, 결국 현재의 나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의 나와 나를 지탱해주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하지만 그 역시 과거가 바탕이 되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우리를 지탱하게 하는 것에 어느 하나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구나.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결이 조금 다르지만 과거의 상처를 벗어나고 보니, 자신의 주변에도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드라마
"더 글로리"의 문동은처럼.
개인적으로 나는 이 소설이 마냥 디스토피아 같지만은 않았다. 웃긴 얘기지만 직장인으로 늘 하는 소리 나1, 나2가 대신 일하고, 나는 집에서 놀고 싶다는 말을 동료들끼리 늘 하니까.ㅋ 복제인간 상용화.. 진짜 부럽다!!!! 싶은 소재였어서요. ㅎㅎ 물론 이 책의 0수를 보고 있자면, 복제 인간은 "복제"라는 것이 방점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점이 중요했으니까. 주체적 의견과 삶을 가지는...
여러 의미로 생각해 볼 만한 스토리가 가득하다. 그리고 재밌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눈 떼지 마시길! 작가님 특유의 마지막 반전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