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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평점 :
최은영 작가님의 단편소설집.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중하나.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으셨으려나.
이 책을 읽는 내내 오래전에 읽었던 “마이너 필링스”라는 에세이가 생각났다. 어떤 사소한 감정들. 하지만 내게는 사소하지 않는. 그런 감정들에 대해 쓴 책이였는데,,
어떤 이야기들은 나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든다. 나도 모르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순간 무심코 누군가에게 ‘에이뭐 그런걸로 그래‘라고 말한 적이 있을까봐. 어떤 말은 위로가 아니라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나는 책을 읽으며 배운다. 그리고 책 속의 누군가는 나를 투영한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나도 모르게 깊이 숨겨놓은 어떤 감정을 툭하고 건드린달까..
표제작인 애쓰지 않아도.
낯선 환경 속에 놓였을때, 그곳에서 가장 인정받는 사람의 관심은 학창시절이라면 내게 동아줄같을지도. 그런 내게 다가온 유나. 인기가 많았던 그녀가 보여준 나에 대한 관심은 한줄기 빛같은 무엇이였는지도 모른다. 수학여행이라는 분위기에 휩싸여 유나에게 털어놓은 나의 가정사에대해 유나는 별 말이 없었다. 그리고 아주 나중에 친구 선아에게 들은 진실.
그 진실을 듣고서야, 유나에 대한 나의 감정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에서 발로한 선망이였음을 인정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유나도 어쩌면 조금은 어른스러워보이는 너를 선망하면서도, 그런 당신이 나를 선망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다른 이들에게 더 좋은 사람으로 남고자 애쓴 사람은 아니였을까. 제목처럼 애쓰지 않아도 선아처럼 곁에 있는 사람이 있고, 애써도 남지 않는 사람이 있지만, 우리는 왜 모든 관계 속에서 애써야 한다고 느끼는 걸까.
우리가 배울수 없는 것들.
난 이 제목이 너무 와닿았다. 이야기를 읽기도 전부터. 왜 툭하는 느낌이 들었을까.
유리와 송문은 함께 살면서 냉장고 위해 ‘우리가 배울 수 없는 것들’이라는 리스트를 만드나.
‘나쁜 기억을 지워버리는 방법.
다가오지 않을 시간을 상상하지 않는 방법.
.. 중략..
늙는것.
사람들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p.93
그리고.. 타인을 오롯이 이해한다는 것.
나의 삶을 오롯이 살아온 나 조차도 순간 나의 말, 나의 선택을 100%이해한다고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 감히 내가 그 또는 그녀가 살아온 마음을 이해한다 말할 수 있을까? 말한디의 위로가 아니라 말없이 시간을 보내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되는 걸까.
문동, 호시절
이 이야기는 맞닿아있다. 가해자인듯 가해자가 아니면서, 피해자는 있는. 이 두 이야기가 나는 참. 힘들었다. 연희는 문동의 글이 개성이있고, 표현의 능력이있었기에 더 잘 표현해주고자 조사를 늘 고쳤고, 문동은 연희가 자신이 중국인이라 싫어했었다고 느꼈다 말한다. 연희가 그런것이 아니라 말하지만, 한켠 마음이 무겁다. 이렇게 스토리만 듣는다면 문동이 오해했네.. 라고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아니. 이것은 그 관계속에 놓여보지 않고서는 섣불리 그리 말 할 수 없다. 그것은 사소한 감정으로 치부해버릴 그런것이 아니다.
호시절 속의 한별이 민성이 엄마에게 했던 행위, 그리고 그녀가 영국의 이사간 아파트에서 자신이 당한 행위에 대해 직장동료들에게 말했을 때, 그들의 말들. ‘피해의식’ 그들에게 느꼈던 불쾌한 감정을 개인화 시키는 말들.니가 너무 예민해.라는 식의 판단. 정말 당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들에 대해 나는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나라면.. 이 책속의 어떤 인물들처럼 입을 닫겠지, 그리고 회피하겠지. 그게 유일하게 나를 지킬 수 있는 길일테니까. 그리고 참. 외롭겠지.
어쩌면 어떤 사람은 뭐 그런가보지 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감정들. 하지만 누군가에겐 정말로 크게 상처로 남는 감정. 나이가 들어가며, ‘말‘을 건네는 행위의 무거움을 조금씩 배운다. (근데 늘 말이 먼저나가서 문제..) 이런 깔깔한 이야기를 이토록 부드럽게 말하는 작가님의 이야기는 늘 많은 생각을 남긴다. 나에게.
좋은 책.
“맞고 자란 애들이 나중에 자기 자식 때린다더라.
그 말은 내가 오래도록 느낀 두려움이었죠.
나는 사는게 무서웠어요.“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