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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공포
이종산.정보라.허진희 지음 / 스프링 / 2026년 6월
평점 :
습기가 높은 찌는 듯한 더위가 찾아오니 저절로 공포물을 찾게된다. 에어컨이 주는 시원함도 좋지만, 두려운 이야기들을 읽으며 드는 등골 서늘함이 더 그리웠달까.
그래서 단편소설집 ”태양 공포“를 짚어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의 예상과는 다른 공포감이었다.
3명의 작가가 쓴 각자 다른 도심속 세가지 공포이야기.
”태양 공포“
표제작인 태양공포는 정말 나도 공포다. 여름이라 찾아오는 계절감으로서의 공포가 아닌, 말 그대로 생존과 목숨이 걸린 두려움이다.
한국 소설에서 보기 힘든 소재가 나왔다. 태양을 두려워하는 존재들. 우리가 영화나 책 속에서 보던 절대자로써의 존재가 아닌 그들은 인간을 두려워하고, 태양을 두려워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주현은 방금 인간들 손에 부모를 잃었다.
돈이 들어있던 가방에 있던 전화번호. 주현은 충동적으로 백화점에서 옷을 산다. 그리고 걸려오는 전화.
끔직하지 않은가. 내가 평생을 속해 살아온 사회가 나의 잘못이 아니라 나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그래서 나의 일상이 위협당한다는 사실은. 이 글을 읽으며 오래전에 읽었던 책 속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 고하던 부분이었다. 왜 나는 이 글에서 그 글이 떠올랐을까..
”탈출기“
그녀는 약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하는 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녀가 찾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휴대폰 앱의 주소를 찾아 들어간 건물에서 그녀는 탈출할 수 없었다. 어느 순간 정신을 놓아버렸고, 그녀가 찾으려했던 곳에서 발견된 시체. 경찰은 그녀에게 대체 그곳에 왜 있었는지를 묻는다. 그녀는 성폭행 피해자였고, 죽은 이는 가해자였다. 그리고 가해자는 그녀에게 약을 먹이고 성폭행을 했다. 그는 그 모든 것을 합의된사항이라 진술했고, 그래서 그녀는 마약사범이 되어버렸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마치 무한루프 속 건물을 탈출하는 스토리인가 하는 숨막힘이 주인공의 사건과 맞물려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의 굴레에 갖힌 것 같은 끔찍함이 느껴졌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내가 누군인지 조차 가늠할 수 없는.
이런 사건들을 접할때 우리가 무심코말하는 XX사건 이라며 피해자의 이름을 붙이던 때가 있었다.(요즘은 아니지만) 그 때 그 이름이 가명이였더라도, 피해자들은 어떤 마음이였을까라.
다른 어떤 책에서 성폭행 사건을 두고, 낙인이라는 말을 하며 누군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10년이 지나면 거의 모든 사람은 그 사고를 잊지만, 성폭행은 30년이 지나도 누구집 딸 당했잖아라며 절대 잊지 않는다고.
탈출 할 수 없는 건물은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이였다. 그녀 스스로를 포함하여. 휴.
주인공은 탈출했기를.
”나는 반대로 생존자들이 악몽에서 탈출하여 안전한 삶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그 악몽 속에는 가해자들만 남아 영원히 고통받기를“ p.103
”피터와 모“
외면, 고독. 이것이 가장 가까운 이로부터 발생했을 때, 인간이 가질수 있는 가장 어두움의 끝은 어디일까. 가장 가까운 이. 고독.
할아버지에서 손녀로 이어지는 어둠.지우는 남호가 태어나면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방치되었다. 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래서 동생에게 화상을 입혔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너도 똑같이 해주겠다 말한다. 그말이 두려운 지우는 자신에게 화상을 입혔고, 골방에 갇혀 방치되었던 할아버지는 지우의 어둠을 발견한다. 자신에게 달려있는 것과 같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임종을 앞뒀던 어느날 돌아온 지우는 용서를 비는 엄마에게 자신이 돌아온 이유를 밝히고, 돌아가신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날 깨닫는다. 자신이 그곳을 떠날 수 없음을. 고독이라는 어둠이 나를 고립시켰고, 내가 그 안에 갇혀버렸음을 말이다.
이 이야기들은 일상의 평온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종산 작가님의 소설속 주인공은 사회 전체가 그의 적인 일상이였고, 정보라작가님의 그녀는 하루가 고통이였다. 허진희 작가님의 지우는 어둠만을 끌어안고 사는 인물이였다.
왜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눈을 뜨는 아침의 지루함이 새삼 반갑게 느껴지는지.
서늘함을 기대하고 읽은 책에서 그저 더위가 짜증나는 하루의 일상이 다른 의미로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한 책.
추천.
모두의 안온한 일상을 바라며.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나의 원초적 애정의 대상이자 내 모든 외로움의 근원인 엄마가 내 곁을 떠나는 순간을,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허상의 탯줄을 끊고 마침내 내가 완벽하고 고독해지는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p.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