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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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읽고 싶어졌던 책. 왜인지는 모르겠다. 베스트셀러 였고, 내용조차 전혀 모르는데, 그냥 제목에 이끌려 오랫동안 장바구니 속에 있던 책이다. 

“외로움”에 대한 책이라고 저자는 말했다는 소개 글을 보면서, 저자는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소비할까.


1952년 마을로부터 떨어진 습지의 작은 오두막에 사는 가족이 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하는 일이 잦고, 술에 취하면 엄마를 때렸다. 엄마는 어느날 아침 구두를 신고, 이마를 스카프로 가린채 떠났다. 막내딸 카야는 엄마가 뒤돌아보고 손을 흔들어주길 바랬지만, 엄마는 그냥 떠났다. 엄마가 떠나고 첫째, 둘째도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났고, 카야의 바로 위 오빠 조디조차도 떠났다. 7살 카야는 혼자 아버지와 집에 남았다.

카야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지만, 엄마의 기억을 떠올리며 집을 청소하고 그리츠를 만든다. 아버지와 거의 마주치지 않지만 아버지는 그래도 가끔은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날은 카야를 데리고 낚시를 가기도 했다. 엄마에게 편지가 온날, 아버지는 다시 술을 먹었고, 어느날부터인가는 집에 오지 않았다.

이제 카야에게는 가족이 없다. 그녀가 평생 살아온 습지, 자연, 그리고 그녀가 그곳에서 채집한 표본만이 그녀의 가족이였다.


 먹을 것이 떨어져 더이상 먹을 것이 없던 날, 카야는 바다에서 홍합을 캐, 점핑에게 가져갔다. 점핑은 카야가 습지에서 살고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 홍합을 사주었고, 그의 아내 메이블은 입지 않는 옷이나 세간살이 등을 카야에게 내주었다. 카야는 그렇게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마을 공무원에 의해 학교에 갔으나, 적응하지 못해 다시는 학교에 가지 않았고, 외부인이라고는 점핑과 메이블 외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카야가 보트를 몰고나가 길을 잃었던 날, 다시 카야에게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 테이트를 제외하고는.


테이트는 카야가 궁금했다. 그래서 카야와 새의 깃털로 소통하기 시작했고, 점차 가까워지면서는 그녀에게 글자를 알려준다. 책을 읽고, 타인과 이야기하는 법을.. 그리고 둘의 관심사인 습지, 야생과 같은 자연을 매개로 가까워진다.

그리고 대학에 가게된 테이트. 카야와 미래를 약속했지만, 대학에 간 그는 더이상 카야를 찾아오지 않는다. 테이트를 기다리던 카야는 자연의 모든 수컷이 그렇듯 테이트가 자신을 떠났다는 사실에 다시 외로워진다.


그리고 1969년 습지에서 체이스 앤드류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빼놓을 수 없는 습지라는 배경은 야생동물을 오랫동안 관찰 했던 작가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완벽하게 표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습지라는 이미지에서 상상되는 축축하고 무언가 가기 꺼려지는 곳을 이토록 경이롭게 살아숨쉬는 생생함을 전달하는 곳으로 바꿔버린 작가의 글을 읽으며, 어쩌면 7살 소녀가 혼자 살아가기에는 척박하고 고된 곳이 아니라, 그곳이였기에 카야가 스스로를 지켜내며 성장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했으니까. 

 사회 속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인간.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인간의 차이가 무엇일까. 카야는 습지에서 혼자자랐기에 타인에 대한 두려움은 가질 지언정 자신이 만나는 이들에게는 진심이다. 그녀의 태도에는 거짓이 없다. 반대로 사회 속에서 자란 우리는 주위의 모든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그 관계에는 거리가 있다. 어느정도는. 모두와 관계를 맺지만, 어쩌면 모두와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누가 더 외로운 사람일까. 


 카야는 늘 엄마를 기다렸다. 돌아올 것이라고, 하지만 끝내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카야는 엄마가 돌아오지 못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자연 속에서 습지안에서 카야는 행복했지만, 타인과의 관계속에서는 외로웠다. 정말로 사람들 속에 늘 있는 우리는 외로움이 없을까.

또한 책 속에는 습지소녀 카야와 마을 사람들이라는 것 외에 1950-6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 남성과 여성이라는 각종 편견과 차별이 깔려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어쩌면 인간의 외로움이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비슷한, 그러면서 타인보다 우월한 무언가를 가지고 싶은 그래서 우리라는 소속감을 만들어내며 나와 다른 무언가에 대한 배척이, 그래서 만들어낸 경계 중 하나가 차별이 아니였을까.

자연속의 카야는 어떤 경계도 만들어내지 않는데, 자신을 위협하는 인간 외에는.

진짜로 누가 더 외로울까를 생각케한다.


추천. 진짜 추천!


"카야는 책장을 어루만지며 조개껍데기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를 떠올렸다. 발견한 곳, 바닷가에 어떤 모양으로 놓여 있었는지, 계절과 해돋이. 그건 카야의 가족 앨범이었다."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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