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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최진영 작가님의 책은 늘 이래. 중간이 없다. 사랑도 삶도.
이야기안에 대충이 없다. 사랑도 삶도 이토록 치열해야 하는가 싶게. 그래서 더 빠져들게 된다.
수천년동안 살았던 두 그루의 나무가 삶을 멈췄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던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냈다. 수천년을 살아 상상할 수 없는 뿌리를 내렸던 두 나무는 더이상 자라는 것을 멈췄지만, 그들은 죽지 않았다.
목화는 언니 금화를 목수에게 맡기고 떠나던 그 때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시작된 중개. 엄마에게서, 할머니에게서 시작된 그것을 할머니는 기적, 엄마는 고난, 나는 중개라 불렀다. 그것은 목화에게는 나무의 냄새를 싣고 왔다. 그리고 시작된 수많은 죽음들의 환영 속에서 목화는 오직 한사람만 구해낼 수 있었다. 엄마는 떠난 금화가 가져가길 바랬다. 하지만 그것은 남은 목화에게서 시작되었다. 목화는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없어 힘들었고, 목수는 그런 목화 곁에서 기록한다. 목화의 꿈을 아니 환영을. 아니 목화의 중개를.
구해내지 못한 수많은 죽음을 봐야하는 사실에 괴로워도,
내가 구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해가 된 사람이라 괴로워도,
그 중개를 거절해, 죽을 것같이 아픈 순간에도,
목화는 궁금했다. 대체 왜 한 사람인 걸까. 그리고 왜 나인걸까.
그렇게 목화는 중개를 시작하게 한 나무를 찾기위해 목수가 된다. 잘린 그루터기 곁의 작은 나무를 찾으려고,
그리고 왜 수많은 죽음 중에서 단 한 사람이여야 하는지,
엄마에게는 그런 삶이 너무나 고난한 삶이였지만,
목화는 그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처음 중개를 거부한 어느 날 꿈속에서 언니 금화를 만난다. 그날 이후 한 번도 볼수 없었던 언니를.
언니는 목화에게 일어나는 일은 멈출 수 없지만, 언제나 나를 지켜주겠다는 말을 한다.
"꿈속에서 금화는 목수에게 말했다. 영원한 건 오늘 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 p.148
최진영 작가님은 왜 "단 한사람"을 구할 수 있는 나무의 이야기를 쓴걸까. 그리고 할머니도, 엄마도, 목화도 왜 구해낸 단 한 사람이 아니라, 구해내지 못한 수많은 이의 괴로움에 몸부림 칠까.
어쩌면 그 한 사람은 나일까?!
작가님은 내가 내 삶속에서 놓쳤던, 어쩌면 가질 수 없었던 수많은 것들의 회한 속에서 살것인지,
아니면 내가 선택한 그것의 이후를 생각하며 살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걸까?
내가 쥘 수 있는 것은 오직 지금뿐.
가지 않았고, 선택하지 않았던 수많은 순간들은 그 하나가 아닌데..
그래서 내 삶은 결국 지금으로 귀결될 뿐인데,
그것이 지옥이든 천국이든 말이다. 그렇기에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것도 나이고, 내 삶의 주체도 결국은 나인셈.
그래서 '단 한사람'일까.
아니면 단 한사람은 사랑일까.
내 인생의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큰 존재의 단 한 사람.
할머니에겐 엄마였고,
엄마에겐 금화였고,
목화에겐 루나일까?!
최진영 작가님의 이야기는 늘 고민하게하고, 생각하게한다.무하나 쉬울 수가 없네. 사랑도 삶도.
"하지만 난 다 본단 말이야. 죽어가는 사람을.
한 사람을 구하고 네가 아프지 않을 수 있다면,
천자는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낫지 않겠니." 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