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종, 계급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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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표지에 써있는 세 단어. <여성, 인종, 계급> 오래전부터 존재해왔고, 아직까지 여러 투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저 단어가 한 표지에 써있는 책.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하나의 단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분량이 되고, 하나의 단어만으로도 많은 논란이 되는 단어가 다 써있는 책이라니. 저자도 처음들어보는 사람이고,,,(저자의 이력을 보고 굉장히 유명했던 인물이였는데, 왜 이제야 알았을까..싶긴했다..)


책은 미국의 근대부터 현대까지 여성, 그것도 유색인종,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흑인 여성에 대한 투쟁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어느 책에서 성에 대한 논란은 인류가 멸망하기 직전까지 계속 될 것이라는 글을 읽은적이 있는데, 그것도 미국 내 유색인종 여성에 대한 역사라. 첫 챕터의 제목부터 이 책은 읽기 힘든 사실을 알게하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의 근대가 식민주의와 함께 '실현'되었다면, 흑인에게 근대는 사람도 시민도 남ㅅ멍도 여성도 아닌 노예로부터 시작되었다." p.20

 미국내 인종차별의 역사는 사실 그리 길지 않다. 유럽의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고서 부터 흑인 노예가 생겨났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신 대륙인 미국은 그런 흑인들의 노동력에 의해 다져진 땅이라해도 무리는 아니지 않은가. 미국의 노예에는 여성, 남성의 구분이 없었다. 그저 노예라는 상품이였을 뿐.  성에 따라 다른 일을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하는 상품이였을 뿐이다. 그런 미국에서 국제 노예무역이 폐지된 이후부터 여성 노예는 더 비싸게 여겨졌다. 이것은 더 나은 지위를 누렸다는 것이 아니다. '번식용 동물'로서의 가치가 더 매겨졌다는 것이다. 저 단어가 인간을 일컫는 말이라는 사실이 너무 소름끼치게 무서워지는 순간이였다. 자국내에서 노예 수를 확보해야했기에 노예 여성은 아이를 낳고도 뺏겨야했고, 말 그대로 주인은 그런 아이를 팔거나 자신의 노예 수를 늘려 수입을 확보했다. 마치 개농장에서 강아지가 팔려가는 것 처럼. 이런 노예 여성에게는 지배계층의 강간은 경제적 지배력과 통제력을 나타내며, 남성의 사기를 꺽고 노예여성의 저항의지를 꺽는 것이 그 목표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예 폐지론자들에 의해 시작된 사회의 움직임은 역시 사회내에서 백인 남성의 하나의 소유물로 간주된 백인 여성이라는 계급에서 자신들도 '여성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하기 시작한다. 이때 주장되는 것이 참정권인데, 백인 남성이라는 지배계층은 흑인 노예의 참정권의 주장을 막기 위해 백인 여성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백인 여성과 흑인, 유색인종을 구분짓는 운동을 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경우에 참정권의 범위에서는 흑인 여성은 등장하지 못한다. 참정권은 흑인 남성에 한해서라는 것이다. 평등권 협회라는 곳에서도 흑인 여성의 참정권은 인정하지 못한다고 했으니 말 다한셈이다.


책을 읽다보면 '우생학'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2차세계대전 나치가 유대인 말살의 근거로 사용했던 저 단어는 근대의 시작부터 사실 함께 한 단어였다. 나치에 한해서 쓰여진 것은 아니라는 것. 결국 흑인들에게 주어져야한다는 참정권에도 우생학의 논리로 반대했고, 흑인 여성은 그 범위에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흑인 남성은 무지하고 어리석으며 거친 인종이라는 인식( 이때 사용된 것이 사실도 아닌 허상을 통해 흑인 남성에 의한 백인 여성의 강간 사실 등) 이였고, 흑인 여성은 성적으로 방종하기에 그들에게 향하는 강간은 강간이 아니라는 식의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계급은 인종주의를 만들었고, 인종주의는 성차별 주의를 조장했다. 그 역사속에서 흑인여성, 백인이 아닌 모든 유색 인종의 여성은 참정권이 보장 되기 전까지 인간이 아니였던 것이다. 심지어 참정권을 가지고도 투표를 제대로 할 수 있기 까지는 더 긴 시간이 필요했고, 지금의 현실도 완전하지 않다.


이밖에도 책은 더한 역사적 사실을 설명 한다. 차마 내 손으로 그 내용을 적기 끔찍할 만큼. 백인 아이의 입에서 흑인을 불태우는 놀이를 했다는 자랑스러운 말들. 그 말을 내뱉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게 만들어버린 그 사회의 분위기가 불과 30-40년전의 이야기가 맞는가 싶은 사실들.

책을 읽으며 우리의 가장 아픈 역사중 하나인 일제치하 이뤄졌던 위안부강제동원의 사실에 대해서도 생각치 않을 수 없었다. 해방 이후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에서 피해국가에 대한 조사를 하던 중 "위안부"라는 징집 제도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우리나라는 약소국이였고, 그런 약소국에서도 소수자였던 여성에 대한 피해였다는 점, 그 사실을 조사하던 이들이 다수가 남자였다는 점 등 다양한 이유로 당시에 드러나지 못하고 뭍혔다는 그 기막힌 역사적 사실이 미국의 역사속에서 가장 약자였던 이들의 사실을 통해 다시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 사회속에서 계급을 구분짓고, 나와 너를 구분하는 이유는 왜일까. 나와 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배타성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습성인 것일까. 


이런 책을 읽다보면 정말 인간만큼 무서운 존재가 없다는 누군가의 말이 몸서리치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겠지. 누군가 뼈아프게 때리는 사실을 알아야 하니.

그래도 참 아프다. 

100년 후쯤에는 그저 역사적 사실로만 읽을 수 있길.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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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현대지성 클래식 43
벤자민 프랭클린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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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프랭클린"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인물 중 하나라는 사실 하나만 알고 읽었다. 자서전 자체를 참 오랜만에 본것 같다. 개인적으로 자서전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자서전이나 위인전 같은 류는 그냥 성공한 사람의 스토리이면서 약간의 우상화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잘 읽지 않았는데, "건국의 아버지"라는 사람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살았는가가 궁금했다. 

자서전 이므로 일인칭 시점으로 쓰여졌기에, 타인의 관점보다는 벤저민 프랭클린 본인이 가지는 생각의 관점이 잘 드러나 있었다. 문득 현재에 앉아서 과거의 자신을 돌이켜 글을 쓰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미국 건국 당시의 역사를 조금 상세히 알고 읽는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미국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으로 좀 낯선 사건들이 등장하기에.ㅎ)


책은 그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 그는 형이 하는 일의 도제로 들어가 인쇄기술을 배우며 일을 시작했다. 사실 그는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나, 형이 하는 인쇄소를 통해 여러 글과 신문을 접하고, 자신의 글을 쓰기도 한다. 이후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 필라델피아로 떠나 그만의 근면성실함으로 다른 인쇄소에서 일하며 많은 인맥을 쌓는다. 이 후 그밖의 여러 사건을 거치고 투자를 받아 그만의 인쇄소를 차린다. 그만의 기술력과 성실함으로 인쇄소는 크게 흥했고, 준토라는 독서 클럽을 만들어 많은 이들과 지식을 논하는 모임을 결성한다. 이 모임은 나중에 그가 정치를 할 때, 든든한 기반이 되어준다.

 그는 그의 나은 삶을 위해 그만의 13가지 덕목을 정한다. 각 항목은 순서로 가장 기본이 되는 것부터 정리되고, 그런 덕목을 습관화하기 위해 주마다 하나의 덕목을 지키기로 결심하고 그 결심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스스로를 체크한다. 덕목으로 정한 항목은 절체,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성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이다. 참 많이 들어본 단어이면서도, 매번 행하면서 살기에는 참 어려운 덕목들이 아닌가. 그 스스로도 그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일 되새기며 노력하고, 그 하루를 판단하여, 스스로를 다시 다독인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운 부분이였다. 현실적인 목표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도덕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항목을 늘 새기고 있다는 점이 말이다... 


또한 그는 새로움에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였다. 작가이면서 인쇄업자였고, 우편국장, 정치인, 발명가 이기도 했다. 정치를 하면서는 필라델피아 대학을 세우고, 회원제 도서관, 소방서를 만들었다. 자신의 현실에 메이지 않는 사람이였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한 도전에 거침 없는 사람이였다. 그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말이다.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확고한 무언가가 부러웠달까. 


인간으로써 가져야할 덕목을 되새기고, 스스로의 한계에 갖히지 않는 그의 모습에 대한 나의 부러움은 내가 갖지 못했고, 내가 선망하던 모습이였기에 가지는 감정이라는 것을 안다. 자서전을 읽는 다는 것은 결국 타인의 생각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자서전을 쓴다면 과거 어느 시점에 대한 후회들만 쓰고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이 아니라 미래의 내가 후회보다는 과거를 담백하게 쓸 수 있으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되게 하는 신기한 책이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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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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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어령 작가님의 책을 읽었었다. 그 책을 통해 아, 이런 글을 쓰시는 분이였구나를  조금 알았는데, 이 책은 웬지 모를 찡함으로 다가오는 제목을 보고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원숭이-사과-바나나-기차-비행기-백두산으로 끝나는 노래(?)로 이야기하는 고 이어령 작가님의 유작.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읊조리던 이 노래가 이런 뜻을 담고 있었는가... 싶었다. 원숭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로 이어지는 이 노래는 우리 나라의 100년 개화기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원숭이가 우리나라에 이토록 최근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묘하게 사람을 닮았지만, 동물인 원숭이. 그런 원숭이를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일컬을때 비하의 목적으로 쓰기도 한다. 특히 개화기 시절 외국인을 말할 때. 하지만 그들은 우리보다 더 나은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것에 대한 질투이면서 업신여기는 감정이 포함된 단어라 저자는 말한다.


 그 다음 단어 사과, 사과역시 1900년대 초반 개화기 시절에 들여온 과일이다. 하지만 사과는 유럽 문명에서는 꽤 긴 역사를 자랑한다. 이브의 선악과부터, 빌헬름 텔의 사과, 뉴턴의 사과, 애플의 한입 베어문 사과까지. 그런 사과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의 상징은 복숭아인데..(산신이 준 복숭아를 먹었더니 천년이 지나있었다는..ㅎ) 


 그런 사과에서 이어지는 바나나. 바나나는 정말.. 외국의 맛, 초기에는 굉장히 비싼 과일로 일반인은 입에도 못대는 과일중 하나였다. 그런 바나나를 일본사람에 비유했다고하니.. 명예백인이라나..(겉은 노란데 속은 하얗..-_-) 이부분은 정말 놀랠 노자였다.


 그리고 기차. 기차는 일본의 야욕으로 우리나라에 강제적으로 놓였고, 많은 우리나라사람들이 전쟁 및 온갖 물품(식량, 공산품 등등)의 약탈의 수단으로 사용되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기차에 얽힌 노래는 그토록 구슬펐는지도 모른다는 말에 문득 서글퍼지는 순간이였다. 우리나라의 개화기는 어쩜 이리 힘듦으로만 가득찼는가.


  비행기. 외국에서도 비행기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운송수단이다. 그런 비행기를 우리 역시 만들지 못했지만, 우리는 비행기라는 노래를 가지고 있다. 떴다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떴다와 날다의 차이가 무엇일까. 그 차이를 전해주는 저자의 글에서 아. 이 노래가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구나...했다. 그 차이를 안다는 것이 이토록 중요했는가.


그리고 백두산. 이 이어지는 노래의 마지막이면서 유일하게 우리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노래의 역사와 함께 타인의 뒤만 쫒아 달려온 100년의 시간의 마지막에 우리의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할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말하는 것이라는 읽으며, 최근의 대한민국을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위 국뽕에 차서 드는 생각이 아니라, K- 뭐라 시작되는 우리만의 것들이 타국에 알려지는 시대를 보면서,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리더로 가는 길목에 서있다는 생각이랄까. 이러다 주저앉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계속해서 앉아있진 않을 것 같은 민족 중 하나랄까. 우리는 지정학적 특징 상 수많은 전쟁을 겪었음에도, 우리 고유의 특성을 지켜왔다. 일본의 야욕 속에서 놓여진 기차속에서도 삶은 달걀을 모르는 이와 나눠먹을 수 있는 배포를 가진 민족이였고, 양자택일 보다 삼세번이라는 기회를 주고, 모두 지는 방향이 아니라 모두 이기는 방향을 바라보는 민족이였다. 헤어질때도 그저 Good-Bye라는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잘가라", "잘있어라"라고 남겨진이와 떠나는 이가 서로를 어진 마음으로 대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라는 저자의 말을 읽으며, 가슴이 따뜻해 졌다. 100년의 시간동안 우리가 떴다면, 이제 우리의 원동력으로 날 수 있을 것이다. 누리호가 멋지게 쏘아올려졌듯이.


그런 우리에게 저자는 생명 자본의 이야기를 한다. 우리의 미래에 무엇이 중요해질 것인가에 대해 말이다.

지금의 기술을 기반으로 묘하게 과거의 사회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은 글을 읽으며, 어쩌면 우리가 아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던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인간은 존재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니까. 


좋은 글이다.

작가님. 잘가세요.

저희도 잘 있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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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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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전작은 보지 않았지만, 지인이 이 작가의 전작이 너무 좋았다며, 신간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읽었다. "어느 도망자의 고백" 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스릴러인가.. 여름이면 스릴러지.하는 생각으로 읽은 책인데,, 스릴러는 아니였다. 스토리는 잘 읽혔지만, 묵직한 주제를 말하는 소설이였다. 


뺑소니를 두둔하는 건 아님을 먼저 밝힌다. 만약 당신이 아주 어둡고 비가 많이 오는 늦은 밤, 운전을 하고 가다가 뭔가를 쳤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먼저할까?!

 주인공 쇼타는 늦은 밤 여자친구 아야카의 문자를 받고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차로 쳤다. 하지만 그는 사람이 아니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려웠던 그는 다음날 81세의 기미코씨가 뺑소니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찾았고, 그는 곧 체포, 재판으로 4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그가 석방되어 나오던 날, 자신의 부모님이 이혼을 했고, 누나는 원하는 사람과 결혼예정이였으나 자신의 사건으로 파혼을 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성을 어머니의 성으로 바꾸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말을했지만, 그는 그의 이름 그대로를 유지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에 나오지도 못했고, 전과도 있기에 일용직을 전전한다.

한편 쇼타로 인해 사고당한 기미코씨의 남편 노리씨는 쇼타의 석방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쇼타의 석방 이후, 쇼타가 사는 맨숀으로 이사를 온다. 하지만 치매를 앓고 있기에 왜 이사를 했고, 쇼타가 누구인지를 자꾸 잊는다.


스토리는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어머니의 성으로 변경함으로써, 타인에게 자신의 전과기록을 숨길 수 있지만 그는 이름을 유지한다. 하지만 일용직을 전전할 수 밖에 없기에 친구였던 이들의 삶과 비교되는 자신의 삶을 괴로워하며,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길(범죄)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실수였다는 자기변명을 하면서도, 자신들로 인한 가족들의 불행에 고통스럽고, 자신이 지은 죄로 인해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피해자의 가족들은 찾아가지 못한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였지만, 일어난 일에 대해, 철저하게 가해자와 피해자 및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복잡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한쪽에게 섣불리 끼어들어 뭐라 할 수 없는. 스스로가 평생에 걸려 풀어야할 아주 어려운 숙제를 푸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쇼타는 알고 있다. 지은 죄의 무게를. 본인이 자신 가족이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지만, 진짜 고통속에 있는 이가 누구인지를 말이다. 아마도 진짜 자신의 죄에 대해 용서를 빌어야 하는 이를 찾아가기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할 것이다. 내가 벌인 죄와 직면하는 일일테니. 

그것은 아마도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 사고 이후로 오롯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그들 또한 그 일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한걸음이 얼마나 무거울지. 그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지 조차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을 읽는 내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입장에도 서고 싶지 않다. 

소설을 읽다보면 문득 나라면,, 이라는 상상을 해볼 때가 있는데, 그 상상을 하기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스릴러도 아닌데 말이다. 소설이면서 사실 같았고, 그래서 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작가는 우리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를 말하고 있다.


쇼타는 용기를 냈을까. 노리씨는 왜 쇼타의 집으로 이사를 갔을까. 


"앞으로 만날 일이 없을 테니 지금 말할게. 우리 가족은 너 때문에 불행해졌어. 그런데 가장 불행한 건 우리도, 더욱이 너도 아니야"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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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 해외지역연구 입문
이윤.도경수 지음 / 창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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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정학을 기본으로 한 문화, 경제등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지리가 대체 왜?! 지정학적 위치가 주는 각 나라의 문화, 경제, 정치적 측면이 어떻게 다르고 유사한지가 궁금해서 읽은 책이다.


책을 읽고난 나의 결론은 꼭 지리가 각 나라가 가지는 문화적 특징에 보편적인 공통점을 보여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지정학이라는 위치가 가지는 물리적 제한을 넘어서 전 세계는 이미 세계화의 추세로 들어선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정학이라는 위치로 인해 지형, 기후에 따라 식생이 다르고, 식생의 보급이 얼마나 안정적인가에 따라 경제, 사회의 발전속도도 달라진 측면도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발전이 그러했다. 그런 속도의 차이로인해, 대항해 시대에 들어서, 강대국에 의한 식민지로 들어서면서, 타국의 문화가 자국의 문화에 스며들면서 변경되어 지금까지도 이어진 측면도 큰 영향이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지리"라는 물리적위치에 따른 것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각 나라의 문화는 일차적 요인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없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간 역사의 시간동안 축적되어 온 우리의 문명이 어떻게 간단하게 정해지게는가라는 생각이 퍼뜩 드는 순간이였다.ㅋ


각 나라별 음식문화는 역시 그나라가 주식으로 삼은 음식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한중일은 다 쌀을 주식으로 하면서도, 젓가락의 길이가 다르다. 그전에 동남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수식문화는 그 나라에서 먹는 쌀의 품종으로 인함이다. 우리나라의 쌀과 달리 동남아의 쌀 품종은 '인디카'로 가볍고 끈기가 약해 먹을 때 흐트러지기에 수저를 이용하기 보다 쌀을 꽁꽁 뭉쳐 먹기 위해 수식문화가 발달되었다. 한중일의 젓가락의 차이는 중국은 탁자가 둥글고 커서 먼 거리의 음식을 먹기위해 길게, 그리고 기름진 음식을 먹기 편하게 끝니 뭉툭하다. 반면 일본은 육류보다 생선을 주로 먹기에 짧고 뾰족하게하다. 우리는 탕문화가 발달되어있기에 뜨거운 국이나 탕에 이용하기 위해 중일과 다르게 나무 젓가락 보다 금속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으로 발전되었다고하니, 유사문화권에서도 이렇게 달랐다. 이렇듯 유사지역에서도 지역적 특징과 문화적 특징이 결합하여, 서로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금속 젓가락 사용으로 인해 한국인의 손기술이 타국에 비해 더 정밀하여, 반도체나 전자의 위치에서는 세계 경쟁력의 우위에 있다는 것은 그런 우리 문화의 특성이 반영된 효과이다.)


이밖에도 각 지리적 위치에 따른 나라의 차이로는 인도가 없는 미국, 미국의 학생들이 몰고다니는 픽업트럭의 의미, 미국에서 총기가 의미하는 것, 일본의 수백만가지의 종교, 왜 한국은 카페가 많은 지 등등을 읽다보면 놀라웠다. 그냥 당연하게 보이던 것들의 재발견 이랄까! 꼭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문화적 특수성에 의해 뿌리는 같은 유럽과 미국이지만 직장이라는 곳의 환경을 정 반대의 의미로 보는 것(완전 반대다!) 미국과 한국의 화장실 구조의 차이(이부분은 북미권에서 화장실을 겪으며 정말 난감하긴 했다..) 등을 알 수 있다. 


세계화에 따라 우리는 많은 국가와 연을 맺고, 살아간다. 꼭 외국을 나가지 않아도, 한국 내에도 다양한 외국인들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기에 타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 당장 TV만 틀어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보이지 않는가. 이 책은 그런 타 국과 우리의 문화의 차이가 어떻게 생겨났고, 왜 다른지를 왜 또는 비슷한지를 이해하게 하는 책이다. 물론 타국의 문화라고 무조건적 이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왜 생겨났는지는 이해하지만, 그 문화는 여전히 다르다기보다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제도 자체는 그럴 수 있다하지만, 그 제도로 인한 인간의 차별은 잘못되었다.  하지만 그 근원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책은 재밌기도 했지만, 신기했다.

무엇이 다르고 비슷할까! 알고싶은 분들께 추천! 추천!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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