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종, 계급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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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표지에 써있는 세 단어. <여성, 인종, 계급> 오래전부터 존재해왔고, 아직까지 여러 투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저 단어가 한 표지에 써있는 책.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하나의 단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분량이 되고, 하나의 단어만으로도 많은 논란이 되는 단어가 다 써있는 책이라니. 저자도 처음들어보는 사람이고,,,(저자의 이력을 보고 굉장히 유명했던 인물이였는데, 왜 이제야 알았을까..싶긴했다..)


책은 미국의 근대부터 현대까지 여성, 그것도 유색인종,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흑인 여성에 대한 투쟁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어느 책에서 성에 대한 논란은 인류가 멸망하기 직전까지 계속 될 것이라는 글을 읽은적이 있는데, 그것도 미국 내 유색인종 여성에 대한 역사라. 첫 챕터의 제목부터 이 책은 읽기 힘든 사실을 알게하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의 근대가 식민주의와 함께 '실현'되었다면, 흑인에게 근대는 사람도 시민도 남ㅅ멍도 여성도 아닌 노예로부터 시작되었다." p.20

 미국내 인종차별의 역사는 사실 그리 길지 않다. 유럽의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고서 부터 흑인 노예가 생겨났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신 대륙인 미국은 그런 흑인들의 노동력에 의해 다져진 땅이라해도 무리는 아니지 않은가. 미국의 노예에는 여성, 남성의 구분이 없었다. 그저 노예라는 상품이였을 뿐.  성에 따라 다른 일을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하는 상품이였을 뿐이다. 그런 미국에서 국제 노예무역이 폐지된 이후부터 여성 노예는 더 비싸게 여겨졌다. 이것은 더 나은 지위를 누렸다는 것이 아니다. '번식용 동물'로서의 가치가 더 매겨졌다는 것이다. 저 단어가 인간을 일컫는 말이라는 사실이 너무 소름끼치게 무서워지는 순간이였다. 자국내에서 노예 수를 확보해야했기에 노예 여성은 아이를 낳고도 뺏겨야했고, 말 그대로 주인은 그런 아이를 팔거나 자신의 노예 수를 늘려 수입을 확보했다. 마치 개농장에서 강아지가 팔려가는 것 처럼. 이런 노예 여성에게는 지배계층의 강간은 경제적 지배력과 통제력을 나타내며, 남성의 사기를 꺽고 노예여성의 저항의지를 꺽는 것이 그 목표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예 폐지론자들에 의해 시작된 사회의 움직임은 역시 사회내에서 백인 남성의 하나의 소유물로 간주된 백인 여성이라는 계급에서 자신들도 '여성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하기 시작한다. 이때 주장되는 것이 참정권인데, 백인 남성이라는 지배계층은 흑인 노예의 참정권의 주장을 막기 위해 백인 여성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백인 여성과 흑인, 유색인종을 구분짓는 운동을 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경우에 참정권의 범위에서는 흑인 여성은 등장하지 못한다. 참정권은 흑인 남성에 한해서라는 것이다. 평등권 협회라는 곳에서도 흑인 여성의 참정권은 인정하지 못한다고 했으니 말 다한셈이다.


책을 읽다보면 '우생학'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2차세계대전 나치가 유대인 말살의 근거로 사용했던 저 단어는 근대의 시작부터 사실 함께 한 단어였다. 나치에 한해서 쓰여진 것은 아니라는 것. 결국 흑인들에게 주어져야한다는 참정권에도 우생학의 논리로 반대했고, 흑인 여성은 그 범위에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흑인 남성은 무지하고 어리석으며 거친 인종이라는 인식( 이때 사용된 것이 사실도 아닌 허상을 통해 흑인 남성에 의한 백인 여성의 강간 사실 등) 이였고, 흑인 여성은 성적으로 방종하기에 그들에게 향하는 강간은 강간이 아니라는 식의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계급은 인종주의를 만들었고, 인종주의는 성차별 주의를 조장했다. 그 역사속에서 흑인여성, 백인이 아닌 모든 유색 인종의 여성은 참정권이 보장 되기 전까지 인간이 아니였던 것이다. 심지어 참정권을 가지고도 투표를 제대로 할 수 있기 까지는 더 긴 시간이 필요했고, 지금의 현실도 완전하지 않다.


이밖에도 책은 더한 역사적 사실을 설명 한다. 차마 내 손으로 그 내용을 적기 끔찍할 만큼. 백인 아이의 입에서 흑인을 불태우는 놀이를 했다는 자랑스러운 말들. 그 말을 내뱉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게 만들어버린 그 사회의 분위기가 불과 30-40년전의 이야기가 맞는가 싶은 사실들.

책을 읽으며 우리의 가장 아픈 역사중 하나인 일제치하 이뤄졌던 위안부강제동원의 사실에 대해서도 생각치 않을 수 없었다. 해방 이후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에서 피해국가에 대한 조사를 하던 중 "위안부"라는 징집 제도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우리나라는 약소국이였고, 그런 약소국에서도 소수자였던 여성에 대한 피해였다는 점, 그 사실을 조사하던 이들이 다수가 남자였다는 점 등 다양한 이유로 당시에 드러나지 못하고 뭍혔다는 그 기막힌 역사적 사실이 미국의 역사속에서 가장 약자였던 이들의 사실을 통해 다시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 사회속에서 계급을 구분짓고, 나와 너를 구분하는 이유는 왜일까. 나와 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배타성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습성인 것일까. 


이런 책을 읽다보면 정말 인간만큼 무서운 존재가 없다는 누군가의 말이 몸서리치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겠지. 누군가 뼈아프게 때리는 사실을 알아야 하니.

그래도 참 아프다. 

100년 후쯤에는 그저 역사적 사실로만 읽을 수 있길.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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