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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작가의 전작은 보지 않았지만, 지인이 이 작가의 전작이 너무 좋았다며, 신간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읽었다. "어느 도망자의 고백" 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스릴러인가.. 여름이면 스릴러지.하는 생각으로 읽은 책인데,, 스릴러는 아니였다. 스토리는 잘 읽혔지만, 묵직한 주제를 말하는 소설이였다.
뺑소니를 두둔하는 건 아님을 먼저 밝힌다. 만약 당신이 아주 어둡고 비가 많이 오는 늦은 밤, 운전을 하고 가다가 뭔가를 쳤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먼저할까?!
주인공 쇼타는 늦은 밤 여자친구 아야카의 문자를 받고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차로 쳤다. 하지만 그는 사람이 아니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려웠던 그는 다음날 81세의 기미코씨가 뺑소니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찾았고, 그는 곧 체포, 재판으로 4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그가 석방되어 나오던 날, 자신의 부모님이 이혼을 했고, 누나는 원하는 사람과 결혼예정이였으나 자신의 사건으로 파혼을 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성을 어머니의 성으로 바꾸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말을했지만, 그는 그의 이름 그대로를 유지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에 나오지도 못했고, 전과도 있기에 일용직을 전전한다.
한편 쇼타로 인해 사고당한 기미코씨의 남편 노리씨는 쇼타의 석방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쇼타의 석방 이후, 쇼타가 사는 맨숀으로 이사를 온다. 하지만 치매를 앓고 있기에 왜 이사를 했고, 쇼타가 누구인지를 자꾸 잊는다.
스토리는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어머니의 성으로 변경함으로써, 타인에게 자신의 전과기록을 숨길 수 있지만 그는 이름을 유지한다. 하지만 일용직을 전전할 수 밖에 없기에 친구였던 이들의 삶과 비교되는 자신의 삶을 괴로워하며,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길(범죄)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실수였다는 자기변명을 하면서도, 자신들로 인한 가족들의 불행에 고통스럽고, 자신이 지은 죄로 인해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피해자의 가족들은 찾아가지 못한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였지만, 일어난 일에 대해, 철저하게 가해자와 피해자 및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복잡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한쪽에게 섣불리 끼어들어 뭐라 할 수 없는. 스스로가 평생에 걸려 풀어야할 아주 어려운 숙제를 푸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쇼타는 알고 있다. 지은 죄의 무게를. 본인이 자신 가족이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지만, 진짜 고통속에 있는 이가 누구인지를 말이다. 아마도 진짜 자신의 죄에 대해 용서를 빌어야 하는 이를 찾아가기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할 것이다. 내가 벌인 죄와 직면하는 일일테니.
그것은 아마도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 사고 이후로 오롯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그들 또한 그 일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한걸음이 얼마나 무거울지. 그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지 조차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을 읽는 내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입장에도 서고 싶지 않다.
소설을 읽다보면 문득 나라면,, 이라는 상상을 해볼 때가 있는데, 그 상상을 하기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스릴러도 아닌데 말이다. 소설이면서 사실 같았고, 그래서 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작가는 우리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를 말하고 있다.
쇼타는 용기를 냈을까. 노리씨는 왜 쇼타의 집으로 이사를 갔을까.
"앞으로 만날 일이 없을 테니 지금 말할게. 우리 가족은 너 때문에 불행해졌어. 그런데 가장 불행한 건 우리도, 더욱이 너도 아니야" p.225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