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아민 말루프 지음, 장소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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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민 말루프 작가만 보고 읽은 책이다. 일전에 작가의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이라는 책을 인상깊게 봤는데, 역사이야기가 아니라 SF 소설을 썼다?  그 한가지에 신기했다. 너무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작가가 공쿠르상을 받았던 분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책은 제목의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이 우리 지구상에 등장한것을 시작으로 한다.

잘 알지 못하는 이웃과 함께 단 둘만 살고 있는 섬에서 라디오는 외부세계와 연결해주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런 어느날 라디오에서는 사이렌 소리만 들린다. 그리고 전화도 전기도 어느 것도 동작하지 않는다. 핵전쟁으로 전 세계가 멸망했는가...이제 곧 방사능 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대비해야 하는가...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아침, 주인공 알렉은 바닷 길이 열릴 때 근처 섬으로 간다. 섬의 사람들 모두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고, 섬에 유일한 사공이면서 2년전에 새로운 외부인인 아가멤논만이 별일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발표된 미국 대통령의 성명.

전세계의 통신과 전기 등이 일시에 멈췄고, 그것은 어떤 단체에 의한 것이며 그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증오나 원망이 있는 것이 아니며, 그들과 원만히 협의중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였다. 대체 그들?은 누구이기에 대체 왜?

그들은 고대 그리스 엠페토클래스의 후예이고, 별도의 문명을 이뤘고, 그들은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을 가진 또 다른 우리였다. 그런 그들이 우리의 일에 관여하게 된 것은 당시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던 사르다로프가 미국을 비롯 전세계 주요 도시에 핵무기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첩보가 입수 되었고, 그에 대한 미국의 대응으로 인해 전세계가 핵전쟁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모든 시스템을 다운 시킨 것이였다. 전쟁을 막기위해, 그래서 그들은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것이였다. 

 그들은 우리보다 고도의 발달된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의 요구는 하나였다. 모든 무기를 무력화하게 해달라는 것. 더이상의 전쟁을 만들지 않기 위한 이유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폐암으로 죽어가는 미국 대통령을 치료해주겠다는 것도 덧붙인다. 더 나은 문명을 가진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우리의 현재에 나타난 상황. 이 상황은 지금의 인류에게 좋은 일일까? 아니면 나쁜일일까?


작가는 이런 현 상황을 디스토피아로 그려간다. 우리의 의료진은 무기력해지고(이미 그들의 의료기술에 비해 너무나 뒤떨어진 기술이기에..), 어떤 이들은 그들을 '신'으로 추앙하거나, 또다른 이들은 그들에게 잔인해진다. 두렵고 믿을 수 없고, 알 수 없는 존재들이기에..,

주인공 알렉의 비유에 따르면 지금의 우리가 구석기인들의 아스카 동굴에 포크레인하고 투광기를 들고 나타난 셈이다. 아! 이 비유. 개인적으로는 책의 스토리를 따라가며, 또다른 더 나은 기술을 가진 우리가 나타났는데 우리에게 좋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때, 주인공의 저 글을 읽으며 이것은 그들의 의도와 상관 없이 우리의 은총이 될지 저주가 될지 모르는 상황일 수도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갔다. 

 그런 말을 증명하듯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 분노, 두려움은 전세계를 광기로 몰아간다. 누구의 의도와도 상관없이. 


책을 읽으며 현대의 다수의 질병을 고칠수 있는 의료기술, 그래서 아주 어쩔수 없는 사고와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죽음이 찾아오지 않는 시대. 그 시대는 인류에게 축복일까? 아닐까? 우리가 우리의 형제만큼의 기술을 갖는다면 전세계의 평화는 보장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닐까?

의도가 옳았다고 그 결과가 의도와 같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더군다나 그것이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할때에는.. 모든 이의 이해관계와 생각이 다른 지금은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그들의 선한 의도에서 있었던 개입은 개입은 지금의 우리에게 옳았던 것일까?!

 정말 책과 같은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것들을 알고 있는 그들은 우리에게 같은 형제로써 다가올까? 아니면 연상호 감독의 지옥속 세계와 같이 맹신에 사로잡혀 광기만 남은 인간 집단의 모습을 갖게될까? 

SF 소설이기에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인간과 인간이 구성하고 있는 사회의 근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인간이 가지는 희망을 믿어보고 싶은 저자의 의도도 다분히 녹아있긴했지만, 사실 "형제들"이라는 단어가 정말 같은 상황 속에서 "형제"로 우리가 믿을 수 있을지. 그들이 우리를 처음과 같이 '형제'로 믿어줄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인간의 선한 이성에 한표 던지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두려운건 어쩔 수 없을 듯. 발전은 서서히 오는게 좋다는 결론. 그래도 그 형제들 의료기술은 부러웠다! (기술의 완성도 보다 과정이 맘에 들었달까...아프지가 않잖아...)


"이렇게 쓰셨죠. <우리는 삶의 길목에서 역사 속의 거추장스러운 시체들과 끊임없이 부딪친다. 하지만 어느 날, 과거와 씨름하느라 지친 인류가 미래를 만난다면 과연 인류는 그것을 알아볼 것인가? 미래 속의 자신을 알아보고 그 힘차고 뜨거운 육신에 지친 손을 얹을 것인가?>" p.93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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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강형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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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이라는 제목과 함께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뒷모습이 보이는 까만 배경의 책. 나는 이 책이 사진으로 보는 우리의 유물인줄 알았다.

 근데 목차를 보는 순간, 문화유산이라해서 유물을 소개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의 모든 것이였다. 우리의 유산에는 유물만 있는것이 아니니까. 토종개, 한글, 김치, 한지, 온돌 등등을 소개하고 있었다. 아.. 이 좁은 시야여.....

그런데 더 뜻밖으로 저자 소개를 보는 순간 퓰리처상 2회 수상이라는 저자의 이력을 보고 놀랐고, 저자가 이민2세라는 것을 보고 또 놀랐다. 우리나라 사람 중 퓰리처상이 있는줄 몰랐고, 우리의 문화유산을 내신 분이 이민2세이기에 더 놀랐다. 오..대박!


사진과 함께 한글과 영어로 소개되는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 국사를 배우며 알만큼은 알고 있지 않은가했는데, 생각보다 모르는 부분이 꽤 많았다.(졸업한지 백만년이라 다 잊은 걸까..ㅠ)

<신라의 유리그릇> 신라에 유리가 있었어?!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유리는 고대 로마제국에서 신라까지 전해진 그릇이였다. 황남대총 남분에 묻혀있던 그릇은 손잡이를 금실로 수리해 놓은 부분에서 그 귀함을 엿볼 수 있다고 하는데, 신라의 왕릉급 무덤에서 꽤 많은 유리그릇이 나왔다니.. 놀라웠다. 로마와 신라라니 생각치도 못한 조합의 등장이였다. 박물관도 다녀왔는데 왜 본 기억이 없는것인지...ㅠ


그리고 연인과 함께 찍힌 첨성대. 사진 속 첨성대는 굉장히 커보이지만, 내가 어른이 되어 본 첨성대는 참 작았다. 어쩜 이리 작지.. "귀엽네.."라고 나도 모르게 한마디 했을 때, 근처에서 다른 모임에 설명을 다 하고 쉬고 계셨던 해설사 분이 "이게 귀여워요? 그 한마디로 끝나는 유산이 아닙니다." 라며 첨성대를 설명해주셨는데, 사진 속 첨성대는 경주 대지진에도 여전히 그때 보았던 그모습으로 있었고, 그제서야 그 해설사분의 긍지어린 설명이 다시금 생각났다. 맞어..귀엽다는 말로 끝나는게 아니였어..

"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난 모양'이라는 우리 선조들의 믿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높이는 약 9미터이며, 27단의 몸통, 각각2단으로 된 기단석과 정자석, 이렇게 총 31단으로 쌓아올려져있다. 돌의 개수는 365개로 1년의 날 수와 같으며, 27단의 몸통은 신라 제 27대 왕인 선덕 여왕을 가리킨다. 정사각형 창문의 위아래로 12층씩, 총 24층은 각각 12개월과 24절기를 상징한다. 

1400년이 넘도록 완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첨성대는 2016년에 일어난 규모 5.8의 경주 지진과 2017년에 일어난 규모 5.4의 포항 지진을 거뜬히 견뎌냈다. " p. 32


그리고 새로 알게된 것 중 하나 <주먹 도끼> 연천 전곡리에서 주먹 도끼가 1978년에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발견되던 구석기 시대의 최첨단 도구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라한다. 주먹도끼는 당시의 문화 발달의 여부를 알려주는데,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문화의 존재 여부를 증명해 주는 것이며, 호모 사피엔스도 아니고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던 증거이고, 그들의 정교해진 무기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며, 또한 그것 외에도 다양한 구석기 유적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오우~ 이 땅에 인류 문명의 전 시대가 머물렀음을 알 수 있는 것인가..싶은 생각이 들었다. 근데 주먹도끼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전문가가 아니면 그냥 돌...로만 보여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ㅎ(이 부분은 고인돌을 봐도. 신기하다..)


이 밖에도 우리의 긍지 이순신 장군님, 한글, 독도, 목판인쇄의 걸작인 팔만대장경, 현대의 기술로도 이 팔만대장경을 보관할 수 없지만, 그 팔만대장경을 수천년간 유지해온 장경판전,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 유물 청동거울인 정문경(굉장히 정교해 사진을 보면서도 놀라웠다..) 등등 그리고 지금까지 여전히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온돌, 그리고 우리 곁의 우리의 토종 동물들의 사진등등을 보며, 우리가 지켜온 것들이 우리 삶 속에 녹아 우리를 나타내고 있음을, 그리고 그런 것들은 단순이 물건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 전체의 작가님 사진이 굉장히 인상적이였다. 포토에세이를 보는 느낌이랄까. 문화재가 이런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책을 보며 너무나.....매력적이였다!! 섹시한 느낌...!!

작가님이 2편, 3편을 내셨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

한권만으로는 너무 아쉽습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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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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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를 잇는 한국적 서사라는 홍보문구에 책을 보게 되었다. "김주혜 장편소설"/"박소현 옮김" 한국인이 쓴 책인데 옮긴이가 있다?라는 것에 책을 펼쳤는데, 작가 김주혜님은 오래전 미국으로 이민갔던 이민 2세였고, 책은 영어로 쓰여졌지만 우리의 근대사를 배경으로 한다.


정호, 옥희, 한철, 연화, 월향, 단이, 은실의 이야기.

호랑이를 잡기위해 산으로 갔던 사냥꾼은 호랑이를 잡지못하고 보낸다. 잡을 수 있었지만, 왜였을까. 그렇게 호랑이를 보내고, 기력이 다했던 사냥꾼은 하늘을 보고 누워 서서히 죽어간다. 죽어가던 중 호랑이 사냥을 나섰지만 엄청난 눈등의 기상악화로 산에서 길을 잃은 일본군을 만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하고, 그들을 산 아래로 이끌어준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

옥희는 은실의 기방에 팔려 그녀의 딸 연화의 친구이자 심부름꾼으로 기방에서 자란다. 그 기방의 주인 은실에게는 연화 말고도 그녀가 유일하게 사랑한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월향이 있다. 너무나 아름다웠고, 고왔고, 그런 월향을 은실은 기적에 입적시키지 않고 오롯한 딸로 귀하게 키웠는데, 그런 딸이 일본군 장교에게 무자비하게 강간을 당하고, 임신을 하자 가장 친했던 사촌인 단이에게 그녀를 맡긴다. 월향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숨겨야했기에.

그렇게 단이를 따라 월향, 그녀의 동생 연화, 옥희가 경성으로 향한다. 

그무렵 사냥꾼의 아들이였던 정호는 아버지가 죽고, 집을 떠나 경성으로 향했고, 아무도 없던 경성에서 미꾸라지와 영구를 만나 또래 아이들의 대장으로 뒷골목 생활을 시작한다.


이야기는 옥희와 정호, 한철을 중심으로, 일제치하 시작부터 광복, 그리고 1960년대 중반까지의 한국의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역사를 배경으로 당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를 버텼는지, 누구도 앞을 알 수 없었고,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인 것이였는지를 알 수 없었던 시절이였다. 좌파와 우파, 그 위에 일본. 대한민국의 해방이 가장 최우선의 목표였지만, 그 방법이 각기 다르던, 어떤 것이 최선인지 옳은 길인지 조차 알 수 없었던 시절 옥희와 정호, 한철의 삶은 책을 펼쳐든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휘몰아치는 이야기로 나를 책에서 떨어질 수 없게 만들었다.


한치 앞을 내다 볼수 없던 시절, 어떤 계획도 세울 수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 그 시절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20, 30, 40대를 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보면, "야수들"이라는 제목이 십분 이해가 간다. 야수가 아니고서야 그 시절의 나를 지켜낼 수 없을테니까. 그렇게 지켜내고 60이 되어 돌아보는 그 때의 '나'는 후회일까? 아닐까? 여전히 서로에게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리는 주인공들의 마지막은 그들의 삶이 오롯이 나를 지켜내기 위한 삶만이 아니였음을 알게했고, 내게 그런 그들의 삶이 이토록 강인하고 아름답게 보일 줄은 몰랐다.

 서로를 위한 삶이였기도 했고, 때로는 오롯한 나를 위했고, 결국 마지막은 나만을 지켜야했지만, 돌이켰을때 여전히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당신을 보는 주인공들의 마음은 그토록 치열했던 시절 속에서도 서로를 생각했던 그때를 잊지 않았다는 그 사실이 내게는 가장 가슴깊이 남는다.


미국에서 자란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한국적인 서사를 알 수 있을까?! 그녀의 어머니의 아버지가 김구선생님을 도와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이고, 그 이야기를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늘 해주었다고 책 말미에 밝힌다. 그녀는 그런 이야기를 잊지 않고 썼다. 영어로 쓰여진 우리의 이야기. 슬프고 처절하지만, 아름답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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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세상과 만나다
이강엽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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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하면 어려움이라는 단어와 함께 사실 전래동화가 생각이 난다. 어려움은 한자에 대한 해석, 지금 한글과 많이 다른 어투로 인한 난해함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와 반대로 전래동화는 익숙하지만 시원함으로 다가오는 이야기가 나를 할아버지 무릎 앞 어린아이로 돌아가게 한다.

 그런 고전문학에 대한 책이라. 사실 궁금함이 앞섰다. 책 소개 글에 옛날 이야기에서 보았던 소재가 다 등장하고 있기에 말이다. 꽃, 가난,선악, 변신, 사랑, 자연, 죽음, 하늘, 복, 호랑이. 어렸을적 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 TV 속 배추도사 무도사의 만화속에서 보던 이야기의 모든 소재가 다 들어있었기에 말이다. 그래서 읽은 책.


책은 각 소재가 고전 문학속에서 어떤 의미를 나타내는지, 왜 그런 모습으로 보이는지를 설명한다. 신기했던 점은 꽤 일관된 모습이지 않았나..싶었던 부분이 이야기에 따라 신의 모습이기도 때로는 악인의 모습이기도 했다는 점,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아닌 다른 부분의 해석을 통해 꽤 다른 의미로 다가온것도 있다는 점, 그리고 결은 다르지만, 책을 읽으며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를 내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중 <선녀와 나무꾼>은 정말 다채로움의 연속이였다. 선녀와 나무꾼은 "하늘"의 선녀와 "땅"의 인간의 사랑의 표상이고, 그래서 하늘로 올라간 선녀를 찾아간 나무꾼은 "인간"에 사는 천한 존재로 감히 하늘에 올라온 인간 놈이 되어버린다. 선녀의 도움 없이는 하늘에서 목숨조차 부지하기 힘든 존재로 말이다. 하늘로 올라가 선녀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이 아니였던 것이다. 

 이렇듯 이야기 속에서 "하늘"이라는 존재가 주는 고귀함에 우리의 신화 속에는 위인들의 탄생일화가 그토록 하늘과 연관이 있었는가 보다. 고주몽, 김유신등의 탄생 일화가 다 하늘과 관련이 있고, 하늘의 존재들과 연관이 있거나 그들이 점찍은 인물이니 당연히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당위성을 부과하고 싶었던것 아닐까.

<선녀와 나무꾼>에서 하늘이라는 고귀함이라는 의미와 별개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늘로 올라간 나무꾼은 옥황상제에게 갖은 구박을 받고 온갖 시험에 놓이는 장면을 있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부분이 하늘과 땅 즉 고위함과 천함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 나무꾼이 인간 세상의 "천한"존재여서가 아니라, 자기 딸을 그런 방식으로 가둔 사위라면 어느 장인이 그 사위가 반갑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ㅋ 그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보니 나무꾼은 나쁜 놈이지 않은가! 자기 장가갈려고 상대의 가장 중요한 것을 훔쳐 오도가도 못하게 만든..(뭐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죽음에서는 우리의 역사가 불교와 연관이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내세와 현세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물론 죽음을 통해 말그대로 하늘의 존재가 되는 이야기, 해와 달, 이승과 저승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생과 현생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왜냐면 그 이야기들 속에서 죽음은 현생의 끝이면서 다음 생의 시작을 나타내고 있었고, 그래서 끝과 다음의 시작은 연관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부분은 고대 아테네 시대의 죽음에 대한 시각과 유사했던 점이기도 했고, 그런 시대의 죽음의 의미로 인해 우리에게 남은 유산이 불국사와 석굴암이라니 이여서 그랬는지도.. 김대명이라는 인물이 불국사와 석굴함을 만든 이유가.. 정말일까? 싶었기에 말이다.

물론 죽음의 이야기에 빠질수 없는 것은 인간과 귀신에 대한 것임은 자명하다. 원귀, 귀신과 소통이 되는 인물의 등장 등등. 

그래도 죽음이 다음 생의 시작이라고는 해도 현생에서 함께 하지 못한 남은 이들의 슬픔을 나타내는것 역시 당연했다. 그렇게 남은 도망시, 타령, 그림 등은 지금까지 남아 그 슬픔을 헤아리게 한다.

그렇지만 죽음이란 것은 생의 완결로써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많은 이야기와 글들을 통해 우리에게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는 것은 모든 메시지가 남기는 공통점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소재를 통해서 본 고전 문학은 내가 알던 의미와 다르게 다가온다는 점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부분이였다. 어렸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가 달라서 였는지, 아니면 해석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딱 한면으로 보였던 이야기들이 다면적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내내 재밌었다.

한 천년 후쯤에는 지금의 우리가 읽고 있는 문학중 어떤 이야기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고 있으려나.

궁금해진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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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 곁의 산 자들 -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배운 생의 의미
헤일리 캠벨 지음, 서미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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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어두움, 가까이 하기 싫은 무엇, 축축함, 냄새, 두려움, 슬픔 등 인간이 느끼기에 좋은 감정과 연관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 죽음에 대해, 죽음과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쓴 책이라는 소개글을 보면서, 아이러니하게 분홍색과 하늘색으로 구성되어진 표지는 삶을 말하고 싶은 듯 했다. 죽음이라는 단어에 따르는 또 한 단어는 호기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도.


책은 저자가 죽음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쓴 책이다.  사실 죽음과 관련된 직업은 장의사와 작년인가 재작년에 베스트셀러였던 “죽은자의 집청소”라는 책을 통해 알게된 특수청소부를 제외하고는 책속의 직업은 대다수 잘 모르는 분야다. 우리나라에도 같은 직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 속의 직업들이 죽음 이후를 다루는 직업이다. 장의사, 해부책임자, 해부병리 전문가 등등 하지만 눈에 딱 들어오는 직업이 있었다. “사형집행인”.  버지니아주의 사형집행인으로 17년동안 일했던 제리라는 분을 인터뷰한 편.

이 편만 유일하게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것을 수행하는 일을 담당하는 직업을 가진 분이였다. 이 분은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죽음에 한 부분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어떤 생각을 할까?! 

 저자는 그런 제리에게 그 사형수들의 공식적인 사인은 ‘살인’이라는 것, 사형이라는 제도는 인간의 손으로 직접 조작하지 않고 성립되지 않는 것이기에 그 짐을 그는 어떻게 안고 살아가는지를 묻는다. 이 질문에 제리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내가 원해서 죽인 게 아닙니다.” 그가 조용히 미소지었다. “어짜피 죽을 사람들이었어요. 내가 버튼을 누르는 자리에 있었을 뿐이지요. 사형수들이 저지른 일에 마지막으로 책임을 질 사람이 나였지요. 밖에서 사람을 죽이고 다닐 때는 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정확하게 압니다. 자기 삶을 스스로 박탈한 겁니다. 나쁜 선택을 하면 결과가 따르지요. 그래서 그들은 자살한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p. 184


이 부분에서 사형이라는 결과를 내리는 법에 대한 오판의 여부는 배제한다. 사실 사형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이 내리는 판결이 모두 완벽하지 않다는 것에 있는 것이지 그것을 집행한 이들에게 그 질문은 그 대상이 잘못되었는지도모르겠다. 사형제도는 최선의 방법인가? 아닌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제리의 대답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죄책감을 제리가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죽음은 죽음으로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해부 책임자 테리의 말을 통해 시신 기증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다다음 세대를 잘 보살피도록 다음 세대를 훈련하려는 마음입니다. 장의사로 일한 경험을 비춰봤을 때 매장하거나 화장하면 거기서 끝입니다. 사회에 기여할 기회도 끝이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계속됩니다.” 몸전체를 주는 것보다 더 큰 환원이 또 있을까?” p. 60

우리가 받는 지금의 의료혜택은 이전에 같은 병을 앓았던 이의 치료 또는 시신기증을 통해 의료인들에게 치료의 방법을 연구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소리다. 그래서 메이요 클리닉에서 치료받아 더 나은 삶을 누렸던 이들이 그들의 마지막에 시신을 기증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통계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사는 동안 내가 씻기고, 꾸몄고, 가꿨던 내몸을 타인에게 내어주는 행위는 그저 그 타인의 이득을 위함이 아니라, 우리 다음세대를 위한 행위라는 것. 그 선택을 한 분들과, 그 선택을 고맙고, 고귀하게 생각하는 이의 인터뷰를 보고 있자니 죽음이라는 것이 그저 한 인간의 엔딩만은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죽음. 한 인간의 생의 마지막. 그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남은 이들의 마음. 죽음이라는 단어에서 나는 가장 두려움이 그것이다. 그 마음. 슬픔. 죽음이라는 단어에 나뉠 수 없는 감정. 그 감정을 생각하게 하는 직업 데스마스크 조작가, 대참사 희생자의 신원 확인자, 시신방부처리사, 사산 전문 조산사, 무덤파는 일군, 화장장 기사. 죽은 이들을 찾고, 그들의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죽은 이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말그대로 마지막을 준비할 기회와 시간을 주는 분들의 인터뷰는 어쩌면 우리가 떠난 이들 앞에 보이는 슬픔은 우리가 그 끝을 가장 힘들게 받아들이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시간을 주는 최선의 애도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했다. 

이분들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살아있는 이들을 향한 최선의 예의로 표현되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여전히 산 자로써 이 책을 읽었지만 나에게 죽음은 여전히 슬프다. 무섭고,

죽음을 생각함에 나는 남아있는 자로써의 감정이 가장 힘들다. 아무리 인간이 강하다한들, 그래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감정을 잊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기에 더 그렇다.


늘 죽음을 다루는 책을 보면서는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살아있으니까.

죽음이 나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멀리 두고 살고 싶다.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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