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 곁의 산 자들 -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배운 생의 의미
헤일리 캠벨 지음, 서미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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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어두움, 가까이 하기 싫은 무엇, 축축함, 냄새, 두려움, 슬픔 등 인간이 느끼기에 좋은 감정과 연관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 죽음에 대해, 죽음과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쓴 책이라는 소개글을 보면서, 아이러니하게 분홍색과 하늘색으로 구성되어진 표지는 삶을 말하고 싶은 듯 했다. 죽음이라는 단어에 따르는 또 한 단어는 호기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도.


책은 저자가 죽음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쓴 책이다.  사실 죽음과 관련된 직업은 장의사와 작년인가 재작년에 베스트셀러였던 “죽은자의 집청소”라는 책을 통해 알게된 특수청소부를 제외하고는 책속의 직업은 대다수 잘 모르는 분야다. 우리나라에도 같은 직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 속의 직업들이 죽음 이후를 다루는 직업이다. 장의사, 해부책임자, 해부병리 전문가 등등 하지만 눈에 딱 들어오는 직업이 있었다. “사형집행인”.  버지니아주의 사형집행인으로 17년동안 일했던 제리라는 분을 인터뷰한 편.

이 편만 유일하게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것을 수행하는 일을 담당하는 직업을 가진 분이였다. 이 분은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죽음에 한 부분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어떤 생각을 할까?! 

 저자는 그런 제리에게 그 사형수들의 공식적인 사인은 ‘살인’이라는 것, 사형이라는 제도는 인간의 손으로 직접 조작하지 않고 성립되지 않는 것이기에 그 짐을 그는 어떻게 안고 살아가는지를 묻는다. 이 질문에 제리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내가 원해서 죽인 게 아닙니다.” 그가 조용히 미소지었다. “어짜피 죽을 사람들이었어요. 내가 버튼을 누르는 자리에 있었을 뿐이지요. 사형수들이 저지른 일에 마지막으로 책임을 질 사람이 나였지요. 밖에서 사람을 죽이고 다닐 때는 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정확하게 압니다. 자기 삶을 스스로 박탈한 겁니다. 나쁜 선택을 하면 결과가 따르지요. 그래서 그들은 자살한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p. 184


이 부분에서 사형이라는 결과를 내리는 법에 대한 오판의 여부는 배제한다. 사실 사형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이 내리는 판결이 모두 완벽하지 않다는 것에 있는 것이지 그것을 집행한 이들에게 그 질문은 그 대상이 잘못되었는지도모르겠다. 사형제도는 최선의 방법인가? 아닌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제리의 대답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죄책감을 제리가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죽음은 죽음으로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해부 책임자 테리의 말을 통해 시신 기증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다다음 세대를 잘 보살피도록 다음 세대를 훈련하려는 마음입니다. 장의사로 일한 경험을 비춰봤을 때 매장하거나 화장하면 거기서 끝입니다. 사회에 기여할 기회도 끝이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계속됩니다.” 몸전체를 주는 것보다 더 큰 환원이 또 있을까?” p. 60

우리가 받는 지금의 의료혜택은 이전에 같은 병을 앓았던 이의 치료 또는 시신기증을 통해 의료인들에게 치료의 방법을 연구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소리다. 그래서 메이요 클리닉에서 치료받아 더 나은 삶을 누렸던 이들이 그들의 마지막에 시신을 기증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통계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사는 동안 내가 씻기고, 꾸몄고, 가꿨던 내몸을 타인에게 내어주는 행위는 그저 그 타인의 이득을 위함이 아니라, 우리 다음세대를 위한 행위라는 것. 그 선택을 한 분들과, 그 선택을 고맙고, 고귀하게 생각하는 이의 인터뷰를 보고 있자니 죽음이라는 것이 그저 한 인간의 엔딩만은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죽음. 한 인간의 생의 마지막. 그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남은 이들의 마음. 죽음이라는 단어에서 나는 가장 두려움이 그것이다. 그 마음. 슬픔. 죽음이라는 단어에 나뉠 수 없는 감정. 그 감정을 생각하게 하는 직업 데스마스크 조작가, 대참사 희생자의 신원 확인자, 시신방부처리사, 사산 전문 조산사, 무덤파는 일군, 화장장 기사. 죽은 이들을 찾고, 그들의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죽은 이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말그대로 마지막을 준비할 기회와 시간을 주는 분들의 인터뷰는 어쩌면 우리가 떠난 이들 앞에 보이는 슬픔은 우리가 그 끝을 가장 힘들게 받아들이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시간을 주는 최선의 애도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했다. 

이분들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살아있는 이들을 향한 최선의 예의로 표현되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여전히 산 자로써 이 책을 읽었지만 나에게 죽음은 여전히 슬프다. 무섭고,

죽음을 생각함에 나는 남아있는 자로써의 감정이 가장 힘들다. 아무리 인간이 강하다한들, 그래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감정을 잊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기에 더 그렇다.


늘 죽음을 다루는 책을 보면서는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살아있으니까.

죽음이 나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멀리 두고 살고 싶다.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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