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아민 말루프 지음, 장소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평점 :
아민 말루프 작가만 보고 읽은 책이다. 일전에 작가의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이라는 책을 인상깊게 봤는데, 역사이야기가 아니라 SF 소설을 썼다? 그 한가지에 신기했다. 너무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작가가 공쿠르상을 받았던 분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책은 제목의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이 우리 지구상에 등장한것을 시작으로 한다.
잘 알지 못하는 이웃과 함께 단 둘만 살고 있는 섬에서 라디오는 외부세계와 연결해주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런 어느날 라디오에서는 사이렌 소리만 들린다. 그리고 전화도 전기도 어느 것도 동작하지 않는다. 핵전쟁으로 전 세계가 멸망했는가...이제 곧 방사능 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대비해야 하는가...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아침, 주인공 알렉은 바닷 길이 열릴 때 근처 섬으로 간다. 섬의 사람들 모두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고, 섬에 유일한 사공이면서 2년전에 새로운 외부인인 아가멤논만이 별일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발표된 미국 대통령의 성명.
전세계의 통신과 전기 등이 일시에 멈췄고, 그것은 어떤 단체에 의한 것이며 그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증오나 원망이 있는 것이 아니며, 그들과 원만히 협의중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였다. 대체 그들?은 누구이기에 대체 왜?
그들은 고대 그리스 엠페토클래스의 후예이고, 별도의 문명을 이뤘고, 그들은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을 가진 또 다른 우리였다. 그런 그들이 우리의 일에 관여하게 된 것은 당시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던 사르다로프가 미국을 비롯 전세계 주요 도시에 핵무기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첩보가 입수 되었고, 그에 대한 미국의 대응으로 인해 전세계가 핵전쟁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모든 시스템을 다운 시킨 것이였다. 전쟁을 막기위해, 그래서 그들은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것이였다.
그들은 우리보다 고도의 발달된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의 요구는 하나였다. 모든 무기를 무력화하게 해달라는 것. 더이상의 전쟁을 만들지 않기 위한 이유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폐암으로 죽어가는 미국 대통령을 치료해주겠다는 것도 덧붙인다. 더 나은 문명을 가진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우리의 현재에 나타난 상황. 이 상황은 지금의 인류에게 좋은 일일까? 아니면 나쁜일일까?
작가는 이런 현 상황을 디스토피아로 그려간다. 우리의 의료진은 무기력해지고(이미 그들의 의료기술에 비해 너무나 뒤떨어진 기술이기에..), 어떤 이들은 그들을 '신'으로 추앙하거나, 또다른 이들은 그들에게 잔인해진다. 두렵고 믿을 수 없고, 알 수 없는 존재들이기에..,
주인공 알렉의 비유에 따르면 지금의 우리가 구석기인들의 아스카 동굴에 포크레인하고 투광기를 들고 나타난 셈이다. 아! 이 비유. 개인적으로는 책의 스토리를 따라가며, 또다른 더 나은 기술을 가진 우리가 나타났는데 우리에게 좋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때, 주인공의 저 글을 읽으며 이것은 그들의 의도와 상관 없이 우리의 은총이 될지 저주가 될지 모르는 상황일 수도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갔다.
그런 말을 증명하듯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 분노, 두려움은 전세계를 광기로 몰아간다. 누구의 의도와도 상관없이.
책을 읽으며 현대의 다수의 질병을 고칠수 있는 의료기술, 그래서 아주 어쩔수 없는 사고와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죽음이 찾아오지 않는 시대. 그 시대는 인류에게 축복일까? 아닐까? 우리가 우리의 형제만큼의 기술을 갖는다면 전세계의 평화는 보장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닐까?
의도가 옳았다고 그 결과가 의도와 같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더군다나 그것이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할때에는.. 모든 이의 이해관계와 생각이 다른 지금은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그들의 선한 의도에서 있었던 개입은 개입은 지금의 우리에게 옳았던 것일까?!
정말 책과 같은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것들을 알고 있는 그들은 우리에게 같은 형제로써 다가올까? 아니면 연상호 감독의 지옥속 세계와 같이 맹신에 사로잡혀 광기만 남은 인간 집단의 모습을 갖게될까?
SF 소설이기에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인간과 인간이 구성하고 있는 사회의 근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인간이 가지는 희망을 믿어보고 싶은 저자의 의도도 다분히 녹아있긴했지만, 사실 "형제들"이라는 단어가 정말 같은 상황 속에서 "형제"로 우리가 믿을 수 있을지. 그들이 우리를 처음과 같이 '형제'로 믿어줄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인간의 선한 이성에 한표 던지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두려운건 어쩔 수 없을 듯. 발전은 서서히 오는게 좋다는 결론. 그래도 그 형제들 의료기술은 부러웠다! (기술의 완성도 보다 과정이 맘에 들었달까...아프지가 않잖아...)
"이렇게 쓰셨죠. <우리는 삶의 길목에서 역사 속의 거추장스러운 시체들과 끊임없이 부딪친다. 하지만 어느 날, 과거와 씨름하느라 지친 인류가 미래를 만난다면 과연 인류는 그것을 알아볼 것인가? 미래 속의 자신을 알아보고 그 힘차고 뜨거운 육신에 지친 손을 얹을 것인가?>" p.93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