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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 (반양장)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는 총 세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양미술의 원리와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는 '고전예술' 편과 예술가들의 강령과 선언을 중심으로 아방가르드 시대의 미술을 탐구하는 '모더니즘' 편에 이어서 최근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이 출간됐다. 5년 만에 한 평론가의 눈으로 서양미술사 전체를 관통한 것이다.

 

미술사를 요약하고 정리하는 기준이 시리즈 안에서도 서로 다른 것은 그 시기의 미술을 지배하는 패러다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모더니즘은 20세기를 알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은 거의 모든 면에서 미국의 영향 아래에 놓였고, 그중 예술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표현 대신 개인의 자유를 표방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때 전통의 파괴를 부르짖었던 아방가르드 운동에서 예술의 탈정치화를 이끌어낸 것은 단연 '비평'이었다. 저자가 얘기한 것과 같이 비평은 작품에 대한 사후 평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작품 자체를 성립시키는 계기로서 모더니즘 비평은 모더니즘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이 책은 바로 그 비평을 토대로 모더니즘 이후의 미술을 논하고 있다.

 

△ 한스 나무스. '가을 리듬(Autumn Rhythm)'을 그리고 있는 잭슨 폴록. 1950

 

새 시대의 신호탄이 된 것은 "모더니즘은 결코 과거와 같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단언한 미국의 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였다. 그는 이른바 '평면성'의 원리를 미적 특질로 내세워 모더니즘을 피카소의 입체주의에서 추상표현주의로 이어지는 순수화 또는 추상화의 과정으로 여겼다. 그러니 아방가르드의 반미학적 충동으로 충만했던 마르셀 뒤샹의 정신은 비평의 뜰 안에서 쉽게 싹을 틔우지 못했다. 그린버그의 비평과 함께 꽃을 피운 것은 잭슨 폴록이었다. 폴록은 1950년대 이후에 등장한 각종 예술운동의 모태가 되었다. 여기에 언급된 색면추상, 탈회화적 추상,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등은 모두 그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물을 안 줘도 비는 내리는 법. 뒤샹의 미술은 결국 그린버그의 형식주의 비평 너머로 발전한다.

 

모더니즘 비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예술운동 또한 비평이 뒷받침되었다. 형식주의에 대한 조셉 코스수의 비판이 그것이다. 그린버그가 미적 현대성의 기준인 '자기반성'을 순수 회화로 돌아가는 태도로 이해한 데 반해 코수스는 예술이 자기 자신의 본성과 기능을 묻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최초로 그런 물음을 제기한 사람은 뒤샹이었고, 그리하여 그의 예술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회화를 회화로 보이게 하는 환영주의를 파괴하고, 순수성과 평면성을 향하는 미적 가상의 영역을 벗어나, 사물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과정을 이해하기란 역사가 그러했듯이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러나 현대예술을 가로지르는 비평의 흔적이 내 나름의 인식과 맞닿았다가 떨어지는 시간을 거치고 나니 두루뭉술했던 개념들이 한결 명료해진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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