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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 동아시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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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을 경우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기 일쑤다. 여기에 문제가 있는지 저기에 문제가 있는지 찾아내기 위해서는 일련의 검사를 거쳐야만 하는데, 무슨 놈의 절차가 하루를 다 잡아먹을 정도로 번거로운지 병원만 생각하면 덮어놓고 진절머리가 난다는 사람이 제법 많다. 별 이상이 없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긴 시간 끝에 간단한 약만 처방받아 나올 때는 허탈하기까지 하다. 의사마다 담당하는 전문 분야의 레이더망이 다르니 거기에 질병의 원인이 정확히 걸리지 않으면 트레일러에 실린 공장 부품처럼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것도 예삿일이다. 오늘날 병원이 돌아가는 시스템은 그야말로 철저한 전문가주의다. “미국 의사들은 환자가 왼쪽 귀가 아프다고 하면 나는 오른쪽 귀 전문의이니 왼쪽 귀 전문의에게 가보라고 한다”는 덩샤오핑의 농담이 그저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업무의 영역이 세밀하게 분배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터. 그러나 현대의 과학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끼리도 소통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 갈 길만 열심히 가는 경향이 있다. 궁금한 게 많은데 그 궁금증을 풀어줄 무언가는 어디서 찾지? 이를테면 병원 문턱을 수없이 드나든 사람도 의사의 전문적인 소견을 알아듣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질병에 달린 이런저런 물음을 해소하고자 이따금 과학 서적을 들춘다. 뭐 꼭 이렇게 중차대한 일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본인의 관심사를 키우고 넓히는 쪽으로 과학의 문을 자주 두드린다. 소설가가 범죄 행위를 정확하게 기술할 필요가 있을 때, 건축가가 수학적 사실을 이용하고 싶을 때, 철학자가 세상의 논리를 객관에 비추려 할 때. 비근한 예는 수두룩하다. 이쪽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저쪽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에게 촉수를 뻗는 일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시드(Seed)의 창립자인 애덤 블라이는 21세기의 인류에게 인문학과 과학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후, 전쟁, 건축, 도시, 사진, 음악, 미술, 윤리,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 이 모든 것들은 나와 멀지 않은 학문적 세계에 직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혁명의 첨단에 서 있는 사람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 책은 5년에 걸쳐 예술가, 물리학자, 저술가, 디자이너, 건축가, 유전학자 등을 두 명씩 짝지어 서로의 관심사를 토대로 자유롭게 나눈 대화를 엮은 것이다. 말하자면 가벼운 통섭이다. 여기에는 노암 촘스키, 에드워드 윌슨, 미셸 공드리, 에롤 모리스 등이 참여했다. 대화가 길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에 깊이 천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과학자의 시선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각 분야의 전문가가 사고하는 지식의 곁가지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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