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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하비 리벤스테인 지음, 김지향 옮김 / 지식트리(조선북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농심을 비롯한 9개 업체를 상대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부 제품을 전량 회수하라고 조치했다. 발암물질이라고 알려진 벤조피렌의 기준치가 초과된 가쓰오부시(훈제건조어육)로 분말 스프를 만든 것이 문제가 됐다. 이 소식은 그 성분이 들어간 유명 제품을 즐겨 먹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주요 시간대 뉴스에서 집중적으로 보도된 이후 그와 관련된 소식들은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도배되었고 회사의 주가도 어김없이 하락했다. 농심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는 분말 스프를 평생 먹는다고 해도 인체에 거의 무해한 수준이라며 그 주장에 반박하는 답변을 바로 내놓았지만, 그것이 과학적으로 어떠하건 당분간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듯 먹거리에 대한 두려움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들 업체에 대한 강력한 행정처분 또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다분히 의식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농심에서 말한 대로 이게 그다지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면 왜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일까? 혹시 그것이 누군가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라도 하는 것일까? 이러한 의심을 좀처럼 거둘 수 없는 것은 그동안 음식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사례가 더러 존재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와 의약업계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서 사람들에게 꽤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는 편이다. 그래서 그들 사이의 첨예한 이해관계는 알게 모르게 전쟁을 벌인다. 당연히도 그 배후에는 이익을 취하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하비 리벤스테인은 이 책을 통해 먹거리에 대한 공포를 유발하고 이를 활용해 짭짤한 수익을 챙긴 사례를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그 과정에서 일반적 상식에 가까웠던 몇몇 건강 정보마저 자본과 과학의 비밀스러운 거짓말이 빚어낸 결과임을 밝힌다. 소고기, 달걀, 우유, 요구르트 등 우리네 식탁에 자주 오르는 제품들이 보편적인 먹거리로 자리 잡게 된 이상한 경위와 카페인, 나트륨, 비타민, 콜레스테롤과 같은 요소들이 일상에서 이토록 중요해진 엉뚱한 까닭을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여 서술한다. 또한 가공식품과 순수식품의 경쟁에서 비롯된 각종 식습관과 공포증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의학과 과학이 음식의 역사에 침투하면서부터 우리는 먹거리와 관련하여 크게 두 가지 고민을 한다. 하나는 몸에 좋은 음식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그저 배를 채우는 데 만족했지만 이제는 음식을 선택하는 시대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오히려 ‘풍요의 역설’을 경험한다. 텔레비전에서는 끊임없이 좋은 먹거리를 소개하는데, 거기에 충실하자면 오로지 먹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만 같다. 어제는 토마토, 오늘은 마늘, 내일은 당근. 실제로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몇 달 보고 나면 거의 모든 먹거리가 몸에 좋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다른 하나는 이와 정반대로 몸에 나쁜 음식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제 텃밭에서 먹거리를 손수 재배하던 때와는 달리 요즘은 음식 재료를 얻으려면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터라 안심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가공식품이 발달함에 따라 갈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성분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고등어도 말썽이고, 삼겹살도 말썽이고, 만두도 말썽이다. 뭘 먹어야 좋을지 모르겠다. 현대인들은 늘 ‘식탁의 위협’을 안고 사는 셈이다. 이 책이 적시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은밀한 거짓말을 앞으로 잘 살핀다고 한들 두 고민이 쉽게 사그라질 리 만무하다. 그러나 정확한 검증 없이 우리에게 먹거리에 대한 추천과 위협을 일삼는 존재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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