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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기담 -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
유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기담(奇談)이란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은 많고 많은 고전 가운데 가족과 관련된 기담을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해, (표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목적이 있다. <전을 범하다>와 같은 책을 표방한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서술 방식이 다소 독특하다. 저자는 어려운 고전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이야기의 핵심적인 요소만 자세히 풀고 있다. 때로는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인상을 풍긴다. 어쩌면 이는 고전에 익숙하다고 해도 그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적이 별로 없는 이들을 배려한 결과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저자의 논리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자세히 드러나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와 같은 방식으로 독자에게 물음표를 많이 던지면서 천천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데, 그렇게 계속 집중력을 잃지 않게 만드는 것에 비해 어떤 결론에 다다르는 경로는 매끄럽지 않은 것 같다. 짐작하건대 참고문헌에 나와 있는 논문과 단행본이 적절히 녹아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본문 속에 그것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경우가 많지 않아서 술술 읽히는 장점과는 별개로 이러한 내용이 어느 정도 인문학의 기본 요소에 부합하는지 아리송한 생각이 든다. 더구나 그 결론이라는 것이 그리 새롭지 않다면 그냥 기담을 조금 더 들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간중간에 고전을 직접 인용하는 부분이 적은 까닭인지도 모른다. 책에 반영된 고전을 읽지 않았거나 혹은 잃었지만 충실히 기억하지 못하는 자라면 대개 저자의 말을 그저 믿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이때 저자는 각각의 기담이 품고 있는 숨은 뜻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종종 의 입장을 취한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주어를 생략하거나 불분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옹녀가 변강쇠를 만났을 때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그녀는 변강쇠를 그야말로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이라 생각하고 산다. 그런데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옹녀가 갖은 애를 써서 술장사를 하고 날품팔이 해서 돈을 모아놓으면 변강쇠 이것이 가져가다가 장기, 쌍륙, 골패 놀음으로 홀라당 날려버린다. 그 정도면 그래도 괜찮다. (생략)

 

여기서 색깔을 달리한 부분은 화자가 추임새를 넣는 것 같기도 하고 옹녀가 직접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인용 대신 저자가 이야기를 직접 늘어놓는 터라 부러 저런 식으로 썼을 것이다. 마치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만약 옹녀와 변강쇠의 만남을 '변강쇠가'에서 직접 인용했다면, 저 부분은 보고서처럼 내용을 정리하는 식으로 서술되었을 것이다. 물론 인용을 많이 하지 않고 이야기를 자신의 입으로 전하는 데는 다분히 의도가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는다면 더 좋은 감상을 얻을 것이다.

 

고전을 새롭게 읽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면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재해석하는 데 있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 소개된 갖가지 기담을 통해서 그 텍스트 자체를 새롭게 읽는 재미를 느끼거나 과거와 현재에 놓인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그 밖의 다른 가족 관계에 대해 반추하리라 기대했는데 그 정도에 미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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