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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 평전 - 순수함을 열망한 한 유령의 이야기
제이슨 포웰 지음, 박현정 옮김 / 인간사랑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 데리다의 존재론에 관해서 알기 쉽도록 플라톤의 사상과 연결지어 생각해보고 있다. 나 역시 데리다가 주창한 사상을 거기에 비유하는 것으로써 기나긴 독서의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서 묘사된 것처럼 어둠의 동굴에 묶여 있는 사람은 탈출 이전에 보고 있었던 세계가 그 감옥의 벽에 비친 그림자의 유희라고 여길 것이다. 해방된 이후에 만난 세상은 참된 대상들이 존재하는 곳이고 위대한 빛이 반짝이는 곳이다. 즉, 이성적 사유가 가능한 곳에서 실제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을 살피는 것이다. 그러나 데리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동굴에서 걸어나와도 새로운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참된 그림자를 본다. 그 그림자가 이성적 사유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고 구성된다 하여도 지성과는 거리가 멀다. 데리다는 참된 선을 희망하고 그 희망을 믿으면서도 플라톤적 빛은 거부한다. 이것을 '해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책은 데리다의 '해체'를 이해하기 위해서 시간 순서대로 그의 사상을 되짚는다. 이는 보통의 평전보다 개인사나 업적을 다루는 비중이 적은 이유도 된다.

해체란 선, 정의, 순수, 존재에 대한 높은 기준에의 열망이다. 철학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그것을 빗겨가는 속성을 가진 것들을 계속해서 끄집어내는 식이다. 데리다는 평생 그렇게 많은 철학자를 연구했고 그들의 사상을 분석했다. 그래서 그를 철학자로 보지 않고 문학작가 또는 비평가로 분류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저자는 그가 그 누구보다 철학자로서의 가치를 뽐낸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이야기를 평전 형식으로 꾸린 것이다. 데리다가 자서전을 완성하지 못하고 떠났기에 최종적으로 그의 말을 듣지는 못한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그간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평전을 펴낸 것은 좋은 시도라 하겠다. 그러나 데리다의 사상과 업적이 분석하기도 분류하기도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애초의 의도와 목적을 뚜렷하게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다. 데리다 스스로 해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인식했듯이 어쩌면 그의 사상을 낱말로 정리한다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다. 그 부적절함을 감안하고 읽더라도 그가 살았던 시대와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철학자들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아는 독자가 아니라면 이 글을 이해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제 아무리 유령이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라고 해도 설명과 해석이 조금 더 친절해야 '해체'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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