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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 버트런드 러셀의 실천적 삶, 시대의 기록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박병철 해설 / 비아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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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버트런트 러셀이 그저 20세기에 가장 위대한 수학철학자라고만 알고 있었다. 수학교육의 기초가 된 논리학은 오늘날 현대 수학에 지대한 공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그가 평생 수학에 전념한 것으로만 생각했거늘. 사회비평가로, 반전반핵운동가로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는 것은 나로선 정말이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물론 지금껏 상당한 양의 저술과 집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왔다. 철학자라고 해서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이 느낀 것들을 친절하고 재밌게 설명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성과 결혼, 종교, 심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물론이고, 정치와 윤리 등 다소 딱딱한 주제를 꺼낼 때에도 일상의 대화를 건네듯 상대에게 부담없는 화술을 펼친다. 이건 그가 그토록 완벽한 논리학을 주장하며 수학적 체계를 단단히 잡았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이미지, 말하자면 일종의 충격이고 반전이다.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는 러셀이 심리, 정치, 교육, 종교, 윤리, 성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쓴 수많은 저서와 소론에 있는 명문들을 발췌하여 모은 책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을 듣기 위해서는 러셀의 다른 책들을 펼쳐야 하겠지만, 나는 여기에 있는 이야기들이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특히나 여러 테마 가운데 윤리로 그 매듭을 장식하고 있는 것과 그가 죽기 직전에 직접 썼다는 서문에서 전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감옥에 가는 것까지 감수해가며 정치사회적인 활동을 해온 끝에 그가 최종적으로 도착하려는 귀결점은 결국 윤리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과학의 발달이 야기한 윤리적 문제는 그가 오래도록 관심을 두고 있었던 정치, 종교 등 삶의 모든 영역으로 영향력을 뻗치며 우리네 삶을 뒤흔들고 있으니까.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논리의 객관성은 윤리의 주관성 앞에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물론 책에도 나와있듯이, 그는 한때 윤리의 문제도 객관적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결국 그 둘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다고 스스로 말을 뒤집었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논리학을 만든 그가 사회활동을 하면서 부딪친 자존심 따위는 세상의 시급한 문제 앞에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는 그 자체로 참 멋진 일이다. 학자가 가지기 어려운 덕목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시대의 불안과 역사의 혼돈에 맞서 진실을 추구했던 러셀의 인류를 향한 애정과 실천적 삶은 그래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어느 한 분야에 그토록 위대한 업적을 쌓기도 힘들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탁상공론이 아닌 실천적 삶을 산다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그가 쓴 다른 책들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재치있는 입담 덕에 어려운 내용을 읽는 것조차 부담스럽지 않아 한결 마음이 편하다. 과연 나는 한 세상 살아가며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가 그의 마지막 말이라면, '나는 무엇을 볼 것인가'가 지금 내게 중요한 화두가 된 것. 이제 나는 무엇을 볼 것인가. 그 다짐으로 러셀의 몇 가지 저서들을 아래에 싣고 글을 마무리하련다. 사실 이 책으로는 어느 한 분야의 이야기를 깊게 듣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관심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기회로 여기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니까 나처럼 러셀이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에게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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