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판사의 화법이었다. 상대를 아주 똥으로 만드는 화법. 그는 ‘당신’이나 ‘댁’으로 상대를 지칭하지 않고 ‘그자’라느니 ‘이 여자’라느니,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가리키듯, 상대가 자기 앞에 없는 듯, 무슨 수를 써도 상대의 현존을 머릿속에 담을 수 없다는 듯, 꼭 삼인칭으로 말을 했다. 하나의 대명사로 축소해서 상대를 지워버리는 화법.-1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