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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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요한 차이점은, 포도주가 정신 기능을 혼란시키는 반면 아편은 (적절히 복용하면) 정신 기능에 완벽한 질서와 규율과 조화를 가져온다는 데 있다. 포도주는 인간의 냉정함을 빼앗지만, 아편은 냉정함을 크게 활성화한다. 포도주는 판단력을 어지럽히고 흐리게 하며, 술을 마시는 사람의 경멸과 존경, 사랑과 증오에 초자연적 광채를 주고 그것들을 생생하게 강화한다. 반대로 아편은 능동적이거나 수동적인 모든 정신 기능에 평온과 균형을 전달한다.-89-90쪽

제레미 테일러(개정판에서 프랜시스 베이컨으로 수정)는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만큼 고통스러울지 모른다고 추측한다. 그것은 충분히 있음직한 일이라고 나도 생각한다. 아편 복용량을 줄이는 동안, 나는 하나의 존재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방식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고통을 맛보았다. 결과는 죽음이 아니라 일종의 육체적 재생이었다. 마음이 덜 행복한 상태였다면 불운이라고 불렀을 어려움이 나를 짓눌렀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그 후 줄곧 간헐적으로 젊은이의 혈기 이상의 것을 되찾곤 했다고 덧붙여 말할 수 있다. 내 이전 상태의 기념물이 아직 하나 남아 있다. 내 꿈은 아직 완전히 평온하지 않다. 폭풍이 일으킨 무시무시한 물결과 불안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내 꿈속에 진을 친 군단은 철수하고 있지만, 아직은 다 떠나지 않았다. 내 잠은 여전히 소란스럽고, 인류 최초의 부모가 멀리서 돌아본 ‘낙원’의 문처럼 그곳에는 여전히 (밀턴의 멋진 시구를 빌리면) "무서운 얼굴들과 불타는 팔들이 혼잡하게 모여 있다."-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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