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구판절판


나는 손발의 힘이 빠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행위의 일보 직전에 있었던 나는, 그곳으로부터 훨씬 멀리 물러나 있었다. "나는 행위의 일보 직전까지 준비했다."고 나는 중얼거렸다. ‘행위 그 자체를 완전히 꿈꾸었고, 내가 그 꿈을 완전히 살았던 이상, 더 이상의 행위가 필요한 것일까? 이미 그것은 무의미한 일이 아닐까? 가시와기가 말한 것은 아마도 사실인 듯하다. 세계를 바꾸는 것은 행위가 아니라 인식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최대한으로 행위를 모방하려는 인식도 있다. 내 인식은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리고 행위를 완전히 무효로 만드는 것도 이런 종류의 인식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의 오랫동안의 주도면밀한 준비는, 오로지, 행위를 하지 않아도 좋다는 최후의 인식 때문이 아니었을까?-266-267쪽

호주머니를 뒤지니, 단도와 수건에 싸인 칼모틴 병이 나왔다. 그것을 계곡 사이를 향하여 던져 버렸다. 다른 호주머니의 담배가 손에 닿았다. 나는 담배를 피웠다. 일을 하나 끝내고 담배를 한 모금 피우는 사람이 흔히 그렇게 생각하듯이, 살아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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