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모험』과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을 동시에 읽고 있다. ‘동시에’라니 어떻게 두 책을 동시에 읽나, 왔다 갔다 한 편씩 번갈아가며 읽는다는 말이다. 이건 마치 위스키와 맥주를 각각의 잔에 따라놓고 번갈아가며 마시는 격, 아- 무척 좋아한다. 이때 잔은 각 술에 관습상 지정된 모양의 것이어야 하는데, 위스키는 낮고 뚱뚱 맥주는 높고 날씬해 줘야 제맛이다. 폭탄주는 싫다, 비록 뱃속에서야 어떤 폭탄이 제조될지 몰라도.
여러 책들을 함께 읽는 경우는 숱하지만, 주거니 받거니 건배하는 식으로 읽는 건 심심하던 차에 나름 참신하게 준비한 쇼, 그런데 이 책들이 어쩜 이런 식의 장난스런 독서에 모의라도 함께 해준 양, 장(章)의 개수가 12장으로 동일하다. 이것도 더다의 치밀한 계획이었던가. 모르겠지만 이런 심심풀이 독서 무척 마음에 든다.
『코난 도일을 읽는 밤』(방금 ‘토난 코일’이라고 오타냈다, 더다 님 용서를-)은 코난 도일을 이미 빼곡하게 읽은 독자들에게 반짝이는 문장들로 다가갈 게 확실한 멋진 책으로, 도일의 초판 표지와 삽화들도 간간이 실려 있어 진정한 도일리언 저자의 향수까지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런 독자가 아니었던 걸로 밝혀져-_-; 이런 경우 군말을 그냥 군말로 꿀꺽 삼키는 되는 법. 왜냐,,, 추리물 뿐 아니라 환상, 모험 등 도일의 작품이 워낙 많기에 혼자 흠, 『셜록 홈즈의 모험』으로 그치자주의였으므로. 그러나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을 완독한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사실은 벌써 더다의 혹하는 발췌로 눈여겨보게 된 작품이...)
그러면 뭐가 향기 가득한 황금색 위스키이며 뭐가 목구멍을 시원하게 씻어 내려주는 맥주인가. 내 밤 독서의 주연은 『셜록 홈즈의 모험』이다. 군더더기 없는 도일의 단편들! 읽어버리기가 아까울 정도인데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의 더다는 도일의 다른 작품을 언급하면서 이런 마음을 아름답게 표현했더라.
이 작품을 아직 읽지 않은 여러분이 부럽다. (불가사의한 이야기들)
하하, 천하의 더다 님이 바로 내가! 부러운 것이다. 눈여겨봤다는 작품은 이 경제적이고 센 문장 때문이다. 다시 나의 주연 『셜록 홈즈의 모험』 속 홈즈의 매력적인 쿨한 모습, 밑줄 친 첫 문장은 이것이다.
“어떻게 처리할 작정인가?” (당연히, 절친 왓슨의 목소리)
“담배를 피겠네. 이건 담배 세 대를 피울 시간은 걸려야 할 것 같아. 50분 정도는 말을 걸지 말게.” (「빨강머리 연맹」)
**다음 날 오후. 위에서 오타 얘기를 했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코난 도일 줄여서 ‘코일’이라 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