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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로 가는 길 - 이슬람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영적 가르침
무함마드 아사드 지음, 하연희 옮김 / 루비박스 / 2014년 11월
평점 :
책 표지가 아름답다. 보고 있으면 알라(신)를 향해 기도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처럼 평온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이슬람은 성전이라는 명목하에 전쟁과 테러를 자행하는 종교로 여겨질 따름이다. 이런 우리의 편견은 서구인의 시각을 그대로 답습했거나 TV 등 대중매체에서 보도되는 이미지들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우리의 편견과는 상관없이 저자가 체험하고 배운 이슬람의 본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는 유대계 오스트리아인으로 태어나 유대인으로 유대율법을 배우며 자랐고 대학에서는 철학, 예술 등을 공부했지만 그는 어느 곳에서도 정신적 안정을 찾을 수는 없었다. 대학을 중퇴하고 베를린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중 예루살렘에 있던 외삼촌의 권유로 여행을 하면서 이슬람 사회를 접하게 된다.
저자는 오랜 친구이자 안내자이기도 한 자이드와 함께 사막을 여행하던 중 사막에서 길을 잃고 탈수 증세로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에 처한 후 돌연 목적지를 바꿔 메카로 향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과 그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슬람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되었는지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오랜 동반자인 자이브와 함께 낙타를 타고 메카를 향하는 여행은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아름답다. 인간존재를 돌아보게 하는 심연과도 같은 사막이 있고, 사막처럼 끝없는 별이 있고, 오아시스가 있고, 여행자를 가족처럼 항상 반겨주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면 달콤한 대추야자라도 내어주는 유목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메카로의 순례는 이슬람을 받아들인 지 7년이 되는 32살의 그에게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가슴 설레는 일이고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저자는 독일 일간지의 기자의 신분을 얻어 아라비아의 사막, 이집트, 멀리는 아프카니스탄 등을 여행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슬람을 받아들이게 된다. 영적인 삶과는 거리가 먼 유럽에서의 생활에서 안정을 느낄 수 없었던 그는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옆에서 지켜보며 이슬람에 대해 공부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이슬람 본연의 모습을 알게 된다.
이슬람은 종교라기보다는 생활양식이라는 것, 신학 체계라기보다 신에 대한 의식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 사회적 행동 양식이며, 이슬람 어디에도 원죄와 구원에 대한 메시지는 없다는 것 등. 기독교가 현세의 삶보다는 내세를, 육체보다는 영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는 다르게 이슬람은 현세의 삶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며 육체와 영혼이 구분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슬람은 여성에게도 이혼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등 여성을 존중하는 종교였고, 지식에 대한 탐구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종교라는 것이다. 지금의 모순된 이슬람은 경전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나쁜 인습으로 인해 변질된 결과라는 것이다.
매일 다섯 번 씩 메카를 향해 기도를 드리는 이슬람인의 모습을 보면 어딘지 광신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거나 그들의 삶이 종교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이슬람은 그들에게는 하나의 생활양식(조선시대에 유교가 생활양식이었듯이)이며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다. 엄격한 의식이나 예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늘 신이 곁에 있다고 믿는 그들의 마음의 자연스러런 표현인 것이다. 순수한 믿음 그 자체다.
저자는 인간이 생각하는 존재가 된 뒤로 유일신 신앙은 모두 사막에서 생겨났다고 말한다. 이는 순수하고 단조로우며 절대적인 존재에 순응하게 만드는 사막만의 고유한 특징 때문이다. 순수하고 단조로우며 절대적인 사막 앞에서 절대자를 떠올리다는 건 저자의 말처럼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무함마드는 새로운 종교의 창시자임을 자처하지 않았다. 코란에 따르면 신을 향한 자기 항복은 태고부터 이어진 '인간의 본능'이다. 바로 이 점을 아브라함, 모세, 예수를 비롯한 수많은 예언자들이 전파했던 것이며, 코란은 그 중 가장 늦게 전해진 계시였다. -413-
이 책은 종교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는다. 저자가 사우디아라비의 사막에서 지냈던 1920년대부터 30년대 초반까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중동의 정세에 대해서도 현장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기자의 신분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 이븐 사우드가 잃어버렸던 땅을 다시 되찾는 과정에서 영국이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하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하고, 이탈리아군과 맞서는 무자헤딘 지도자와 접촉하여 그들을 이집트로 탈출시키는 것을 돕기도 한다.
그리고 시오니즘이 한창이던 때 저자는 시오니즘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내기도 했다. 저자는 시오니즘은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이 정복자로서 들어와 살기 전부터 그 땅에서 살고 있었던 사람들과 유대인이 떠난 후 2000년 동안이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완전히 무시한 채 오로지 유대인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당시 저자의 이런 생각은 유대사회에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생각이었다. 저자의 말대로 몇 천 년 동안이나 그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시오니즘은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래로 지금까지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책이다.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 혹은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저자가 경험한 많은 일들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