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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 긴 생각 ㅣ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이어령 지음 / 시공미디어 / 2014년 9월
평점 :
짧은 이야기, 긴 생각
이어령의 80초 생각 나누기
이어령
이어령 교수님의 책은 항상 나에게 깊은 생각을 만들게 해주는 것 같다. 짧은 이야기. 긴 생각의 서문만 봐도 그렇다. 스마트폰을 달걀이라고 비유하고 있는데 달걀귀신처럼 괴담이 되어 사람을 무섭게 하고 비수같은 말들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사람을 집어삼키기도 한다. 그러나 달걀을 잘 품으면 나중에 병아리 같은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한다. 스마트포느 인터넷이란 그런 것 같다. 사람이 어떻개 하느냐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복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책에는 그림과 함께 캘리그라피도 그려져있다. 그래서 더욱 책의 내용이 마음에 와 닿는것 같다. 짧은 글을 읽으면서 한 템포 쉬어가는 느낌이 꼭 여행을 하다가 좋은 경치를 봤을 때의 그것과 닮아 있다.
한국에는 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고 한 시인이 말했다. 불행하고 시련이 닥쳐도 새롭게 긍정을 만들 수 있는 섬이 있다고 말이다. 힘들고 외로워도, 그래도 우리는 함께라는 것을... 한국인만 살 수 있는 '그래도'라는 섬에서 모든 시련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싶다.
책을 읽다가 떠오른 직원들과 함께 밥을 먹는 점심시간. 밥이 나오기 전에 스마트폰을 붙들고 화면만 쳐다보고 있다. 이야기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 "검색해봐" 라고 말한다. 그들은 생각을 한다거나 사색을 하지 않는다. 일도, 편지도, 대화도 모두 스마트폰으로 하고 친구와 저녁을 곳도 검색을 한다. 사랑도 검색을 통해 하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면 소개팅 어플로 사람을 검색하는 것처럼 말이다. 길을 걷다보면 발에 돌부리가 걸려 넘어지는 것도 모르고 사람과 부딪치는 것도 모른채 네모나고 작은 화면만 들여다 보면서 걷는다.
"구글의 동그라미가 무한으로 이어져도. 검색으로 찾을 수 없는 세상이 있습니다. " - 140p
영어로는 "헬프 미" 일본어로는 "다스케테 쿠레" 한국어로는 "사람 살려" 한국 사람은 영국 사람처럼 나 살려달라고는 하지 않는다. 개인을 중요시하는 영국은 '나'를 내세우면서 살려달라고 외친다. 일본사람은 누구인지 가르키지 않고 살려달라고만 한다. 바로 집단주의적 발상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개인도 집단도 아닌 사람을 강조한다. 사람의 어원이 바로 '살다'라고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이나 도와주는 사람이나 다 같은 사람이다. 저자는 이렇게 단어로 사람의 마음을 울리게 하는데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사람살려' 하루라도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 나라에서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모습을 자주 보고 싶다.
최근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린 아이를 굶기고 자신은 게임만 하면서 한 아이의 인생을 망가트려 놓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런 사회의 단면을 보면 '우리'라는 말이 어색 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한국말에는 영어의 'we'처럼 독립된 일인칭 복수형이 있다. 사실 한국말에서는 나에 대한 지칭보다는 우리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것 같다. '우리나라', '우리집', '우리학교' 한 사람을 지칭하면서도 하나로 이어진 우리라는 말이 아름답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