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비가 타인의 고통을 담보로 하고 있었다는 것은 노동의 대가로 얻은 소비의 기쁨마저 죄책감으로 물들게 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사고, 너무나 잔인하게 버리고 있었다. 그 앞에는 기업들의 그린워싱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멀쩡한 새옷이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만으로 소각되고 있다는 사실, 특히 빈폴 의류 38억 원어치가 불태워졌다는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혔다. 이윤 추구가 기업의 존재 이유라지만, 재고를 헐값에 파느니 태워버리는 것이 합리적 경영이라 포장되는 현실은 윤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앞으로 한 번 산 옷은 더 오래 아껴 입고 더 신중하게 고르고, 기업과 정부에게 더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 평범한 시민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변화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행하는 신상 패딩을 검색하는 대신 옷장에 걸려있는 옷을 다시 꺼내 입어야겠다. 그것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사랑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헌옷추적기 #환경에세이 #패스트패션 #그린워싱 #의류수거함 #필환경 #제로웨이스트 #북스타그램 #직장인독서 #사회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