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랑·달랏 여행의 모든 것 - 관광지부터 숙소, 식사, 카페까지 한 권으로 끝내는 베트남
손연주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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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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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를 한 번에 품은 완벽한 안내서

나트랑, 달랏 여행의 모든 것

손연주

시원북스

나트랑은 활기차고 태양 아래 반짝이는 해변도시, 달랏은 고요한 고원 위 안개 자욱한 감성 도시로 다가왔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두 도시는 베트남 중부를 대표하는 여행지이자 이 책 때문에 나의 여행 버킷리스트에 자리잡았다.

베트남 여행을 생각하면 대부분 북부의 하노이나 남부의 호치민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베트남 중부에는 또 다른 감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나트랑과 달랏 여행을 처음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현지인의 감성과 여행자의 시선을 모두 담고 있다.

7년 거주의 내공이 녹아있는 여행 안내서

이 책은 저자가 베트남에서 7년간 거주하며 몸소 경험한 계절의 흐름과 사람들의 일상, 도시의 리듬을 모두 느낄 수 있다. 나트랑 가이드북으로 바다와 리조트, 테마파크로 대표되는 나트랑의 명소부터 골목마다 숨겨진 진짜 음식점, 현지인들이 즐기는 카페 문화까지 빼곡하게 소개하고 있다.

달랏은 해발 1,500m의 서늘한 고원 기후를 배경으로 한 언덕의 풍경, 프랑스풍 건축과 시장, 안개에 가려진 감성적인 명소들이 책 속에 펼쳐졌다. 달랏은 따뜻한 봄과 시원한 가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날씨를 가진 곳이다.

내 속도로 걷는 여행을 응원하는 책

이 책은 여행 동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여행 지도와 초보 여행자를 위한 필수 베트남어 표현, 실전 어휘, 화폐 단위까지 친절하게 담겨 있다. 여행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이 책만 있다면 든든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특히 플러스 지식 코너가 있어서 참파 왕국의 역사나 남중국해 영토 분쟁처럼 베트남의 사회적 맥락도 알려준다.

어디에서 쉬고 무엇을 보고 어떤 리듬으로 도시를 느낄 것인가에 대해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게 다양한 선택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더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여행 중 감기에 걸린다거나 식중독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법과 필수 베트남어 표현까지 수록돼 있어서 실제 여행에서 맞닥뜨릴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이드북이다. 아직 나트랑과 달랏을 가보지 못했지만 이 책 덕분에 언젠가 현실이 될 여행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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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내 인생에 말을 걸었다 - 세상의 지혜를 탐구하는 수학적 통찰 서가명강 시리즈 40
최영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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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정답이 아닌 삶의 언어다

수학이 내 인생에 말을 걸었다

최영기

21세기북스

수학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수많은 공식과 도형들이 내 인생에 다시 말을 걸 줄은 몰랐다. <수학이 내 인생에 말을 걸었다>를 읽으며 수학은 인생을 해석하는 철학이자 예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삶의 복잡함을 단순하게 풀어주는 사고의 도구로서 수학을 다시 보게 되었다.

서울대 교수진의 명강의를 책으로 만나는 '서가명강' 시리즈의 40번째인 이 책은 수학이 삶과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답만 찾는 수학이 아니라 왜, 어떻게, 무엇이 빠졌는지 라는 질문을 통해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삶은 복잡하고 다차원적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의미의 최단 거리가 항상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본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꼭지는 1부의 '현수선' 이야기 였다. 중력과 장력의 균형이 만들어내는 완만하고 아름다운 곡선은 다리나 전선처럼 실용적인 구조에 쓰이지만 그 자체로 조화와 균형의 상징이다. 책은 이 현수선의 개념은 삶의 균형과 연결지으며 우리가 흔히 겪는 워커홀릭, 번아웃, 감정적 탈진의 본질을 짚어준다.

나는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 있는 일상을 떠올렸다. 어느새 일의 무게에 치우쳐 자아를 잃고 있었던 것이다. 수학 공식 하나가 이토록 정확히 삶의 구도를 비유할 수 있다니 그 연결성에 감탄했다. 균형이야말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사실을 수학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되었다.

자연수를 포함한 어떤 체계에서도 그 체계 내에서 모순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체계 스스로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수학의 체계는 반드시 불완전하다는 결론이다.

본문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수없이 되물었다. 문제를 틀릴까 두려워 도전을 멈추듯 인생에서도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안 하는 태도가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깨닫게 된다. 실패를 포용하는 태도야말로 수학이 삶에 주는 진짜 선물이다.

'정육학형의 비밀'을 통해 벌집의 구조처럼 공존과 효율을 추구하는 자연의 지혜를 배우고 통계가 진실을 드러내는 도구가 아니라 해석의 언어라는 점도 새롭게 다가왔다. 이 책은 타인과 사회 자연과의 관계에서도 수학적 사고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삶을 영원히 사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목표가 생겼을 때 간절함이 생기고, 그것을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삶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이것이 불가능함의 아이러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인생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렌즈이며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통찰을 주었다. 수학이 내 인생에 말을 걸었고 나는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 결과 수학 공식 속에서 삶의 원리와 질서를 발견했고 숫자 너머에서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더욱 수학이 필요하다. 수학은 본질을 묻고 삶의 의미를 추론하게 하며 결국 진실에 도달하도록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수학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자신을 이해하며 타인과 연결되는 이 책은 어떤 수학책보다 따뜻하고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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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 범죄 너머에서 발견한 인간에 대한 낙관
정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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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모든 것을 담지 못한다

유무죄 세계의 사랑

정명원

한겨레출판

지금 세상사를 보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최근 윤석열이 한 비상계엄도 그렇고 정치와 군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면서 진짜 세상은 더 복잡하고 냉혹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뉴스들을 보다 보면 인간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는 느낌도 든다. 세상은 선과 악, 유죄와 무죄로만 나뉘는 걸까?

검사라는 직업은 가장 극단적인 인간을 마주해야 하는 자리다. 날마다 누군가의 인생을 공소장으로 정리하고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곳. 이 책의 저자인 정명원 검사는 법률 문서 바깥에 존재하는 사람의 얼굴을 오래 바라본 기록이다.

저자는 말한다.

"일하며 내가 매일 마주한 것은 시커먼 악의 얼굴도 청명한 정의의 얼굴도 아니다. 다만 애쓰고 있는 평범한 이들의 얼굴이다"

이 문장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진심을 믿었던 순간의 뜨거운 기억이 검사를 다시 나아가게 한다.

본문 중에서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저자가 직접 다뤘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공소장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낸다. 뉴스에서 보면 한 꼭지로 정리되는 사건들이 이 책에서는 살아 있는 삶의 조각 같다. 2부는 검사라는 직장인으로서의 이야기가 나온다. 신참 검사 시절, 상사 때문에 사직서를 고민하던 회식 문화 등 직장인으로서 나도 겪었던 일들이라서 그런지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3부는 상주라는 작은 지역에 벌어진 다정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아무래도 그것이 알고싶다 같은 류의 다큐를 좋아하다보니 1부가 흥미진진했다. 법은 유죄나 무죄냐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만 저자는 그 사이에 있는 질문을 놓치지 않는다. 내가 막연히 떠올리는 검사라는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누군가의 충성에 둘러싸인 권력의 구조, 초연한 척 하면서도 사실은 그 구조의 일부가 되고 싶었던 마음 그것이 들킬까 떨었던 두려움까지 정직하게 모두 쏟아내고 있다.

실타래같이 엉킨 민원 너머로 두려움 없이 사람을 보고자 하는 이의 눈빛이 거기에 있었다.

본문중에서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은 형사법의 경직된 구조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끼워넣었다.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지만 책을 읽다 보니 사랑이라는 단어가 왜 들어갔는지 알 것 같았다. 가족을 교통사고로 잃었지만 가해자를 걱정해 돈이 든 합의서를 내미는 피해자 가족은 어떤 법적 분류로 들어가지 않는 존재들이다.

결국 검사라는 직업도 사람을 다루는 일이다. 어떤 이의 슬픔을 법의 언어로 완벽히 대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는 것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법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 일이 다 업을 짓는 일이야. 밖에 막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사람을 잡아다가 가두는 일이 이게 보통 업이 아니야. ...중략...

스님이, 이런 업은 괜찮대. 좋은 뜻을 위해 하는 일이니까.

본문 중에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유죄냐 무죄냐를 떠나서 사람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중요한 일인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요즘처럼 사법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은 시대에 이 책은 검사의 수사나 판결 이상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검찰의 투명성과 권한 남용, 공정한 기소 제도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 바탕은 결국 '사람을 위한 법'이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너무나 많은 상처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이 책은 따뜻한 빛처럼 다가온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 속에서 필요한 건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시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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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부터 뇌가 젊어지는 습관 - 전두엽이 살아나는 63가지 생활습관 50의 서재 7
와다 히데키 지음, 이현주 옮김 / 센시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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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자극하는 태도가 결국 삶을 바꾼다

50부터 뇌가 젊어지는 습관

와다 히데키

센시오

사람은 체력보다 감정이 먼저 늙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음악 하나에도 울컥하고 풍경 하나에도 감탄하던 내가 요즘은 점점 무덤덤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자꾸만 의욕이 사라지고, 뭐든 미루게 되고, 밤잠을 설칠 만큼 사소한 일에 흔들리기도 한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전두엽 노화'의 신호라고 말한다. 감정, 판단력, 의욕, 창의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은 40~50대부터 빠르게 늙기 시작하는데 그 변화는 조용하게 진행된다고 한다. 먹고 자고 살아가는 데는 큰 지장이 없기에 스스로 깨닫지 못한 채 조금씩 나다움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플레이리스트에 새로운 가수를 영입해보자

본문 중에서

이 책은 뇌의 노화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뇌를 되돌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뇌는 나이를 모르기 때문에 자극이 오면 언제든 다시 깨어나고 이전처럼 활발하게 작동할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말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63가지 습관은 일상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새로운 길로 산책하기, 손글씨로 메모하기, 낯선 음식 먹어보기 같은 것들인데 거창한 계획이나 변화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가볍게 전두엽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타인과 나누는 온기가 주기적으로 필요해요

본문중에서

뇌가 나이를 먹으면서 가장 먼저 약해지는 것은 입력이 아니라 출력이다. 전두엽의 관점에서는 생각을 말로 하고 글로 쓰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머릿속에만 떠오른 계획은 결국 허상이다. 저자는 사람들 앞에서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그렇게 스스로 약속을 만들어야 전두엽이 일을 한다고 말한다. 이 출력의 과정이 반복될수록 전두엽은 활발하게 활동하며 새로운 뉴런 연결망을 만들어내고 더 의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변화는 마음이 아닌 행동에서 시작된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각 장 마다 짧고 유쾌한 대화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친구랑 나누는 잡담처럼 현실적인 질문과 재치 있는 대답이 이어지는데 그 내용이 기발하고 위트가 넘친다. 한국어로 번역을 잘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변화와 도전을 피하면 뇌는 금방 굳어버린다. 익숙함을 깨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만 있다면 뇌는 언제라도 다시 젊어질 수 있다. 100세 시대를 생각하면 40~50대는 인생의 반환점일 뿐 내려가는 길이 아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어떻게 그렇게 젊게 사세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전두엽을 두드리는 습관을 하나씩 시작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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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 이미선 옮김 / 북레시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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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회의 초상과 인간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

파리누쉬 시나이

북레시

최근 벌어진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뉴스에 비친 이란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란은 늘 혼란과 갈등의 이미지로 가득하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 특히 가족이 겪는 고통과 단절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다. 이 책은 이란 현대사의 큰 틀 속에서 개인의 삶과 가족이라는 관계가 얼마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외국인들은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업으니까 기억이 또렷한 거예요. 우리는 하루종일 너무 많은 일들과 씨름해야 해서 어제저녁에 뭘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본문 중에서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은 이란내의 전쟁이나 정치적 사건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이 얼마나 무너질 수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이다. 이란 혁명을 전후해 수많은 가족들이 국외로 이주했고 그로 인해 떠난 이들가 남은 이들 사이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감정의 골이 생겼다.

산업화나 개인주의 같은 서구적인 이유가 아닌 오직 혁명이라는 국가 주도의 사건이 가족을 해체시킨다는 관점을 보여준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시대의 힘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느끼게 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며 '떠난 이'도 '남은 이'도 모두 상처였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세계 어디서나 의견 차이는 있어. 그렇다고 사람들이 화를 내진 않아.

본문중에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연극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 명의 가족이 30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열흘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의 고통, 분노, 억울함, 후회 등을 토로하는 장면은 마치 연극 무대 위 독백처럼 극적이다.

그 속에는 떠난 자의 죄책감과 남은 자의 원망이 뒤섞여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감정의 균열이 메워진다. 진심을 담은 고백이 이어지며 이들이 무엇을 놓쳤는지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깨닫는다.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잖아. 서로의 입장이 되어 공감하려고 노력할 수 있어.

본문 중에서

각 인물들의 삶에는 이란의 정치, 사회, 종교적 억압, 경제적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히잡을 강요당하고 도덕 경찰에게 감시당하며 살아가는 여성들, 외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며 정체성을 잃어가는 남성들, 떠난 자와 남은 자 모두가 자신만의 고생담을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고통 속에서도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기를 바라는 인간애를 보여준다.

과거 군사 독재 정권 아래서 가족이 정치적 이유로 분열되고 해외로 떠나야 했던 우리나라 가족의 어두운 시절이 떠올랐다. 훨씬 전에는 남북한의 전쟁과 분단의 고통이 있다. 끝내 평생 만나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낸 수많은 가족들. 전쟁과 혁명, 독재와 이주의 시대를 지나온 우리에게 소설은 묻는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었고, 지금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끝내 남은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이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는 사실을 깊이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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